28일 오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의 경기, KT가 불펜투수로 나온 고영표의 5이닝 1실점 호투에 힘입어 10:7로 승리하면서 공동 5위를 확보했다. 경기 후 고영표가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수원, 유준상 기자
(엑스포츠뉴스 수원, 유준상 기자) '에이스' KT 위즈 고영표가 시즌 첫 구원 등판에서 무사사구 투구를 선보이면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고영표는 2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16차전에 구원 등판해 5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면서 구원승을 수확했다. 고영표가 불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건 지난해 4월 2일 수원 LG 트윈스전(⅔이닝 무실점) 이후 545일 만이다.
이미 계획된 구원 등판이었다. 경기 전 이강철 KT 감독은 "(10월 1일) 타이브레이커가 진행될 경우 로테이션상 (고)영표가 나가고, (엄)상백이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 나간다. (고)영표는 오늘 불펜에서 대기한다. 1이닝 정도 쓸 수 있으면 쓰려고 한다. 공백이 길면 좋지 않다. 타이브레이커가 열리더라도 이틀 정도 시간이 있다"며 고영표를 불펜에서 대기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2일 오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경기, 1회초 KT 선발투수 고영표가 공을 힘차게 던지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다만 예상보다 조금 일찍 고영표가 올라와야 했다.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이 3⅓이닝 5피안타(1피홈런) 4사사구 6탈삼진 6실점(4자책)으로 부진하면서 4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두 번째 투수 주권이 ⅓이닝만 던졌고, KT는 곧바로 4회초 2사 1·2루에서 고영표를 호출했다.
고영표는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김건희에게 삼진을 이끌어내면서 이닝을 매듭지었고, 5회초부터 8회초까지 4이닝 연속 삼자범퇴 행진을 이어가면서 단 한 차례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 사이 1-6으로 끌려가던 KT는 4회말에만 대거 5점을 뽑으면서 균형을 맞췄고, 5회말과 6회말에 각각 1점씩 추가한 데 이어 7회말 2점을 만들면서 승기를 굳혔다.
9회초에도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고영표는 박수종에게 안타를 내줬다. 이날 고영표의 첫 번째 피안타였다. 하지만 고영표는 김태진의 중견수 뜬공, 이주형의 2루수 땅볼로 아웃카운트 2개를 채웠고, 2사 2루에서 마무리투수 박영현에게 마운드를 넘겨줬다. 결과적으로 고영표의 호투가 경기의 흐름을 바꿨고, 팀은 이날 승리로 공동 5위를 확보했다.
2일 오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경기, 1회초 KT 선발투수 고영표가 공을 힘차게 던지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고영표는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고, 기분이 좋다. 지난 경기 이후부터 계속 (불펜 등판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야구가 늘 생각대로 되지 않으니까 계속 준비했다. (4회초 등판 이후) 아웃카운트 1개를 잡고 내려왔는데, 감독님께서 '길게 갈 수 있으니까 생각하고 있어'라고 하셨다. 다음 이닝에 밸런스가 좋아져서 길게 던져도 괜찮았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밸런스도 괜찮았고, 공에 힘이 있다는 것도 느꼈다. 포수 (장)성우 형도 받으면서 직구 위주의 볼 배합을 가져가길래 공에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즌을 치르면서 밸런스가 좋지 않았지만, 조금씩 잡혀가는 것 같다. 부상도 있었고, 또 늦게 시동이 걸린 만큼 컨디션이 올라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상대팀 키움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고영표는 "좋은 유망주가 많고, 최종전까지 열심히 하는 것도 페어 플레이고 스포츠 정신"이라며 "그렇게 해서 우리가 이겨야 의미가 있고, 떳떳하다. 상대가 힘 빼고 경기하는 걸 원치 않는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키움에) 감사하고, 올 시즌 고생했다고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본인의 힘으로 경기를 마무리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을까. 고영표는 "내일이 없기 때문에 오늘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이고, 현재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가 마운드에 서고 타석에 서는 게 이길 확률이 높기 때문에 감독님께서도 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면 빨리 교체하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컨디션이 좋아서 팀 승리에 기여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이야기했다.
2일 오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경기, 1회초 KT 선발투수 고영표가 공을 힘차게 던지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고영표는 올 시즌을 앞두고 KT와 5년 총액 107억원 규모에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KT로선 팀의 주축 선수를 잡아야 했고, 고영표 역시 팀에 잔류하고 싶은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고영표는 올 시즌 18경기 100이닝 6승 8패 평균자책점 4.95로 아쉬움을 남겼다. 부상과 부진으로 인해 원하는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고영표는 좀 더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꿈꾼다. 그는 "매우 아쉽다. 내가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또 달라진 제도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며 "시즌 중반에 구위가 떨어졌는데, 부상이라는 게 매우 위험하다는 걸 느낀 시즌이었다. 시즌 종료 이후 다시 돌아보면서 교정도 하고, 새롭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반성했다.
고영표는 타이브레이커가 진행될 경우 자신이 선발로 나갈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그는 "(감독님께서) 계속 상황을 지켜보시면서 '네가 SSG에 강하고 성적이 좋았으니까 준비해달라'고 하셨다"며 "이틀 쉬고 나가더라도 내가 잘 던질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들어야 하고, 그런 의지가 있는 상황이다. 이틀 쉬고 나가서 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진=수원, 유준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