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손흥민이 현 소속팀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와 재계약 협상설을 부인한 직후 영국 언론이 양측의 현 계약 1년 연장설을 일제히 보도해 관심을 끈다.
그간 손흥민의 계약 연장설은 몇 차례 있었지만 이번처럼 토트넘을 전담 취재하는 유력 언론이 일제히 보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손흥민이 24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토트넘과의 결별 가능성을 언급한 상황에서 관련 소식이 나와 더욱 흥미롭다.
영국 매체 '더 스탠더드'는 25일 "토트넘이 손흥민과의 계약 연장을 추진하면서 손흥민은 클럽에서 11번째 시즌을 맞이하게 된다"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토트넘 전담 기자인 댄 킬패트릭이 썼다.
같은 날 풋볼 런던의 토트넘 담당 기자 알레스제어 골드도 자신의 SNS를 통해 같은 주장을 펼쳤다.
손흥민은 지난 2021년 여름 토트넘과 2025년 6월까지 유효한 새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엔 계약기간을 2026년 6월까지 1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토트넘이 일방적으로 연장 결정하면 손흥민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성격이라는 게 정설이다.
계약 만료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매체는 토트넘이 연장 옵션을 발동해 손흥민과의 계약 기간을 2026년으로 연장할 속셈인 것으로 여겨진다.
영국 '더선' 소속이자 토트넘 전담 기자는 톰 바클레이도 SNS로 "토트넘은 손흥민과의 계약을 2026년 여름으로 넘기기 위해 자신들이 보유한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도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현재 계약의 마지막 12개월에 들어간 후 계약 상황을 돌아봤다"라며 "토트넘은 손흥민의 계약 기간을 1년 더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활성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밝혔다.
유력 언론이 일제히 전했기 때문에 이변이 없다면 토트넘도 이를 조만간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손흥민은 두 차례에 걸쳐 재계약 관련 질문을 받고 답변을 건넸다. 구단과 대화한 게 없다는 취지였다.
토트넘은 최근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인 팬 포럼을 열었다. 지난해에도 토트넘은 시즌 초기에 이런 자리를 열었다. 올해도 개최했다. 포럼엔 토트넘 구단 CEO인 다니엘 레비 회장을 비롯해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그리고 주장 손흥민 등이 참석해 팬들과 대화를 나눴다.
포럼 진행 도중 손흥민은 현지 팬으로부터 토트넘에서 은퇴할 것 같냐는 팬의 질문을 받았다. 현재 32세인 손흥민에게 은퇴라는 단어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사안이기도 하다. 토트넘 팬 입장에선 물어볼 수 있는 성격이었다.
손흥민은 이에 대해 "난 이미 이 질문에 대해 답을 한 적이 있다"며 "우린 축구에서 우리의 미래를 알 수 없다. 난 아직 토트넘과 계약 기간이 남아 있고, 여기서 뛴지 벌써 10년이 됐다. 내가 토트넘에서 얼마나 행복할지 여러분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축구에서 우리의 미래는 알 수 없고, 나는 단지 이번 시즌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원하는 건 승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언젠가 내가 이 클럽을 떠나는 날이 오더라도 여러분 모두가 웃는 걸 보고 싶고, 모두가 나를 레전드라고 이야기하는 걸 보고 싶다"며 어떠한 방식으로든 토트넘을 떠나게 되더라도 토트넘 팬들이 자신을 팀의 레전드로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뭔가 명확한 답변은 아니다. 오히려 손흥민이 토트넘과의 이별도 염두에 두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만한 답변이었다.
손흥민의 현재 계약은 이번 시즌까지, 즉 내년 6월이 되면 끝난다. 현재 계약 조건에 연장 옵션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토트넘이 이 옵션을 발동시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영국 언론에선 토트넘이 일방적으로 이 옵션을 활성화해 계약기간을 2026년 6월까지 늘릴 것으로 지난 6~8월 수 차례 보도했지만 손흥민은 별다른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팬의 질문에 대한 손흥민의 답변 중 그나마 확신할 수 있는 건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난 이후에도 레전드로 불릴 선수라는 것이다.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손흥민은 지금까지 토트넘 소속으로만 400경기 이상 출전해 164골을 넣으면서 구단 역대 득점 5위에 오른 명실상부 토트넘의 리빙 레전드다.
2010년대 토트넘의 황금기에는 언제나 손흥민이 있었고, 토트넘이 어려울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한 선수도 손흥민이었다. 팀 내 위상이나 영향력 등을 따져도 손흥민이 레전드로 불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다만 손흥민은 자신이 아직 토트넘의 레전드로 불리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바로 우승 경력 때문이다.
손흥민은 지난달 영국 공영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토트넘에서 레전드가 되고 싶다. 한 팀에서 10년 동안 뛰는 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항상 꾸준한 모습을 유지해야 하고 클럽에 무언가를 갖고 와야 한다"며 토트넘의 레전드로 남고 싶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손흥민은 "나는 아직 이 클럽(토트넘)의 레전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토트넘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고 말했고, 그때 팀의 레전드라고 불리면 정말 기쁠 것"이라며 "내가 토트넘에 온 이유는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이번 시즌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번 시즌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손흥민은 지난 6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중국전 직후에도 국내 취재진 앞에서 "이 팀에서 뭔가 하나 남기고 싶다"고 했다.
손흥민은 25일에도 한 번 더 같은 질문을 받았다. 토트넘은 27일 오전 4시 홈구장인 토트넘 홋스퍼 경기장에서 2024-2025 UEFA 유로파리그 본선 리그 페이즈 1차전 카라바흐(아제르바이잔)과의 맞대결을 벌인다.
토트넘이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히는 대회다. 카라바흐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이 등장했는데 그는 한 번 더 재계약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이번엔 진행된 게 없다고 못을 박았다.
손흥민은 "우리는 아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라며 계약 만료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구단과 연장 협상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나누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명한 건 난 이번 시즌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라며 "이 나이에 모든 순간이 목표와 같고, 특히 이번 시즌엔 많은 대회에 출전하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라며 재계약보다 올시즌 성적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난 올시즌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으며 클럽의 모든 사람이 마땅히 받아야 할 우승을 하고 싶다"라며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지만, 10년이 지났기에 이 클럽을 위해 모든 걸 바칠 거다"라며 트로피를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결국 재계약과 관련해 구단과 논의한 게 없다는 뜻이었다. 손흥민의 내년 여름 운명이 한국을 넘어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굉장히 궁금한 사안이 됐다.
손흥민은 지난해 여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구단에서 거액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발롱도르 수상자 카림 벤제마가 활약하고 있는 알 이티하드에서 4년간 총액 1억6000만 유로, 한화로 2383억원이 가장 합리적인 제안으로 분석된다. 손흥민이 지금까지 10년간 토트넘에서 받았던 연봉의 2배에 달하는 돈을 뿌리쳤는데 토트넘은 일단 1년 연장 옵션을 제시한 셈이다.
손흥민과의 온전하고 새로운 다년 계약을 원하는 팬들 주장과 대치되는 것이어서 향후 연장 옵션 활성화 이후 손흥민과의 동행 여부가 더욱 시선을 끌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