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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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 내가 있었다"...니퍼트-양의지의 우정, 토요일밤 환하게 빛났다 [잠실 현장]

기사입력 2024.09.15 08:32 / 기사수정 2024.09.15 10:28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두산 베어스의 '왕조'를 함께 일궈낸 영혼의 배터리가 서로를 끌어안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더스틴 니퍼트의 은퇴식은 포수 양의지가 있어 더 빛이 났다.

두산은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의 팀 간 16차전에서 2-1로 이겼다. 에이스 곽빈의 5이닝 1실점(비자책) 호투, 불펜진의 릴레이 쾌투를 앞세워 승전고를 울렸다.

두산의 이날 KT전 승리는 평소 다른 1경기 이상으로 특별했다. 팀의 레전드 더스틴 니퍼트의 은퇴식이 열리는 토요일 밤 기쁜 마음으로 축포를 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81년생인 니퍼트는 2011 시즌부터 두산 유니폼을 입으면서 한국 야구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메이저리그 생활을 정리하고 새 도전을 택했고 선수와 두산 구단 모두에게 신의 한수가 됐다.



니퍼트는 203cm의 높은 신장에서 내리꽂는 150km 초중반대 강속구를 앞세워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선발투수 중 한 명으로 우뚝섰다. 2018년까지 통산 8시즌 동안 214경기, 1291⅓이닝, 102승 51패, 평균자책점 3.59, 1082탈삼진의 업적을 남겼다.

두산은 니퍼트가 활약했던 2017년까지 2014 시즌을 제외하고 매년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2013, 2015~2017년까지 4차례나 한국시리즈에 진출, 2회(2015, 2016) 우승을 달성했다.

니퍼트는 2016 시즌 8경기 167⅔이닝 22승 3패 평균자책점 2.95 142탈삼진으로 다승과 평균자책점 타이틀,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페넌트레이스 MVP까지 거머쥐었다. 두산이 1995년 이후 21년 만에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차지하는 데 일등공신이었다.

니퍼트는 한국에서 선수로서의 성공과 우승반지는 물론 '단짝'까지 만났다. 현역 시절은 물론 은퇴 후에도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던 양의지를 자신의 야구 인생 최고의 포수로 치켜세웠다. 

니퍼트는 이날 직접 영어로 낭독한 은퇴사에서 "양의지!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양의지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었을 것이다. 단순히 감사하다는 표현으로는 내 마음을 전하기에 부족하고 또 부족할 것이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또 "투수들은 함께 하는 포수의 능력만큼 활약한다. 양의지와 호흡을 맞춘 것은 행운이었다. 양의지와 함께 상대 라인업을 분석하던 모습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추억이다. 고마워 내 형제여!"라고 강조했다.

양의지 역시 2007년 프로 입단 후 함께했던 다른 어떤 투수들보다도 니퍼트를 향한 애정이 강하다. 2018 시즌 종료 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포수 부문 황금장갑을 품은 뒤 당시 은퇴가 결정됐던 니퍼트를 언급하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니퍼트는 이날 경기 전 시구자로 나서 2017년 KIA 타이거즈와 한국시리즈 5차전 이후 7년 만에 홈 플레이트에 앉아 있는 양의지를 향해 공을 뿌렸다.

니퍼트는 "양의지에게 내 마지막 투구를 할 수 있어 너무 기분이 좋고 흥분된다"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양의지는 2018 시즌을 마치고 생애 첫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 NC 다이노스로 이적했다. 두산과 인연에 마침표가 찍히는 듯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있다. 두 번째 FA 권리 행사에서 두산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은 뒤 고민 끝에 친정팀 컴백을 결정하면서 '양의 귀환'이 이뤄졌다. 덕분에 올해 니퍼트의 은퇴식에서 직접 공을 받는 멋진 추억을 만들었다. 

양의지는 니퍼트의 은퇴식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눈시울이 붉어진 모습이었다. 니퍼트 역시 양의지를 보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양의지와 니퍼트는 은퇴식 행사 종료 후 1루 쪽 두산 더그아웃 앞세어 또 한 번 기념 촬영을 진행했다. 국경을 초월한 두 사람의 우정을 지켜보면서 잠실야구장을 가득 메운 2만 3750명의 팬들은 아낌 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사진=잠실, 고아라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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