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영 단거리를 대표하는 판잔러가 1일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수영 경영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46초40이라는 기록에 대해 우사인 볼트급이라는 극찬이 나오는 가운데 물 속에서 은메달리스트인 호주의 카일 찰머스를 제외하고는 축하하는 이가 없어 중국 수영에 대한 서방 수영계의 의심이 그대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온다.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역사적인 세계신기록 수립 순간이지만 냉랭한 기류도 흘렀다.
중국 수영에 대한 유럽, 미국, 호주의 외면이 드러난 순간이기도 했다.
세계신기록이 나오지 않아 혹평을 듣던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수영 경영 종목에서 드디어 세계신기록이 나왔다. 이번 대회에서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던 중국 수영을 21살 스피드 레이서가 살렸다.
중국 단거리 전문 판잔러는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서 46초40의 세계신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판잔러는 지난 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4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계영 400m 결승에서 중국 대표팀 첫 영자로 나서 46초80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적이 있다. 계영 400m의 경우, 첫 영자가 자신의 구간인 100m를 헤엄 쳐서 세계기록 혹은 올림픽기록을 세우면 이를 인정한다. 이에 따라 판잔러는 지난 2월 세계기록 보유자가 됐다.
당시만 해도 판잔러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다. 세계신기록을 세운 것은 훌륭하지만 유럽, 미국 선수들이 다수 빠졌기 때문이다. 파리 올림픽 앞두고 자국 선발전을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라 엉뚱하게 2월에 치러진 세계선수권까지 챙길 겨를이 없었다.
중국 수영 단거리를 대표하는 판잔러가 1일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수영 경영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46초40이라는 기록에 대해 우사인 볼트급이라는 극찬이 나오는 가운데 물 속에서 은메달리스트인 호주의 카일 찰머스를 제외하고는 축하하는 이가 없어 중국 수영에 대한 서방 수영계의 의심이 그대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온다. 연합뉴스
게다가 2022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자유형 100m와 200m를 모두 석권하며 17세에 '수영 괴물' 호칭을 얻은 다비드 포포비치(루마니아)도 빠졌기 때문에 포포비치가 참가하는 파리 올림픽에선 판잔러가 입상권을 몰라도 금메달을 따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파리에서의 승자는 판잔러였다.
그것도 이어 6개월 만에 100분의 1초 줄이기도 힘든 자유형 100m 기록을 0.40초나 줄이는 새로운 세계신기록으로 웃었다.
결승은 판잔러의 압승이었다. 판잔러는 물에 뛰어든 뒤 25m 지점을 통과할 때부터 2위권 선수들을 머리 하나 앞서면서 앞으로 전진해 나갔다. 이미 50m 턴을 할 때 22초28을 기록하면서, 50m 지점 2위를 기록한 막시메 그루세(프랑스)의 22초61을 0.33초나 앞섰다.
50m 턴을 한 다음엔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75m 지점을 돌 땐 2위권 선수들의 머리가 판잔러 허리 부근에 위치할 정도였다. 결국 판잔러는 2위를 차지한 카일 찰머스(호주·47초48)보다 무려 1.08초나 앞선 세계신기록으로 맨 먼저 들어왔다. 포포비치는 47초49를 찍으면서 3위에 그쳤다.
판잔러의 우승도 예상밖이었지만 기록에 세계 수영계가 놀랐다. 남자 자유형 100m에서 2위권 선수들을 1초 이상 따돌리고 우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46초40이라는 기록도 어마어마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에선 이미 "우사인 볼트급의 기록을 판잔러가 세웠다"며 놀라는 분위기다.
중국 수영 단거리를 대표하는 판잔러가 1일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수영 경영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46초40이라는 기록에 대해 우사인 볼트급이라는 극찬이 나오는 가운데 물 속에서 은메달리스트인 호주의 카일 찰머스를 제외하고는 축하하는 이가 없어 중국 수영에 대한 서방 수영계의 의심이 그대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온다. 연합뉴스
하지만 판잔러 우승 뒤의 모습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대개 결승 레이스가 끝나면 입상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서로 축하와 격려를 해주는 분위기가 대부분인데 이번 남자 자유형 100m에선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판잔러가 레인 위에 올라 두 팔을 번쩍 치켜들고 세리머니를 하는 등 우승의 기쁨을 즐겼지만 다른 선수들의 축하는 크지 않았다. 찰머스가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판잔러에게 축하를 건넸다. 물 속에서 찰머스 외에 판잔러를 축하한 선수들은 보이질 않았다.
결국 중국 수영을 둘러싼 유럽과 미국, 호주 수영계의 도핑 의혹이 섞여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과 호주 언론은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중국 수영 대표 선수 23명이 개막 7개월 전에 한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음에도 대회에 정상적으로 참가했다"며 "세계도핑방지기구(WADA)는 중국 수영 도핑 문제에 공정한 판단을 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보도가 나오면서 '도핑 스캔들' 탓에 중국 수영을 보는 눈은 곱지 않고,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중국 선수 일부가 "이번 대회에서 우리에게 과하게 도핑 테스트를 요구한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수영 종목에서 중국 선수들의 기록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한국 광주에서 열린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선 중국 수영을 대표하는 쑨양이 남자 자유형 200m와 400m에서 우승하자 동메달을 각각 차지한 던컨 스콧(영국)고 맥 호튼(호주)이 쑨양과 기념촬영을 거부하는 파문을 일으켰다. 쑨양의 성적과 기록을 인정할 수 없다는 생각을 몸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에 쑨양은 스콧을 가리켜 "난 승자고, 넌 패자다"라고 고함을 치는 일이 있었다.
중국 수영 단거리를 대표하는 판잔러가 1일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수영 경영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46초40이라는 기록에 대해 우사인 볼트급이라는 극찬이 나오는 가운데 물 속에서 은메달리스트인 호주의 카일 찰머스를 제외하고는 축하하는 이가 없어 중국 수영에 대한 서방 수영계의 의심이 그대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온다. 연합뉴스
하지만 당시 쑨양은 이미 중국을 찾아 자신에 대한 불시 도핑테스트를 하려는 검사원들의 활동을 방해하고 검사를 피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호튼과 스콧이 쑨양과 같은 시상대에 서지 않겠다는 마음을 전한 셈이다.
이번에 판잔러를 두고 둘러싼 냉랭한 분위기도 같은 선상에 있다고 봐야 한다.
판잔러는 앞서 남자 자유형 400m와 800m 계영에서 중국 대표팀 에이스로 나섰으나 연달아 4위에 그쳐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후 메달을 딴 영국, 미국, 호주 선수들에게 악수를 청했지만 싸늘한 반응이 판잔러에게 돌아왔다.
판잔러도 자유형 100m 금메달 획득 뒤 이에 대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남자 400m 계영을 마치고 찰머스에게 인사했지만, 그는 나를 무시했고 미국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며 "그들이 우리 코치에게 물까지 튀겨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마침내 그들을 모두 물리치고 그렇게 어려운 수영장에사 세계 기록을 깼다. 중국 팀에 훌륭한 성과"라고 했다.
중국 수영 단거리를 대표하는 판잔러가 1일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수영 경영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러나 물 속에서 은메달리스트인 호주의 카일 찰머스를 제외하고는 축하하는 이가 없어 중국 수영에 대한 서방 수영계의 의심이 그대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온다. 사진은 2019 광주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리스트인 중국 쑨양과의 기념촬영을 거부한 영국 던컨 스콧. 연합뉴스
다만 시상식 때 찰머스와 포포비치가 판잔러와의 기념촬영 등을 거부하진 않았다.
판잔러는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지만 여전히 중국 수영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남자 평영 친하이양, 남자 배영 쉬지아위, 여자 접영 장위페이 등이 모두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것은 물론 친하이양 같은 경우는 주종목인 남자 평영 200m에서 준결승 탈락하면서 '그럴 줄 알았다'는 서방 언론의 눈총까지 받고 있다.
판잔러의 우승으로 중국 수영에 대한 의혹의 시선이 사라질지, 계속 제기될지 궁금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