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메달' 북한 탁구, 세계 최강 중국도 놀랐다…"강한 상대와 훌륭한 경기" [파리 현장]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결승전에서 북한 리정식-김금용이 중국 왕추진-쑨잉사와 대결에서 패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파리 올림픽 첫 메달을 획득했다. 북한이 올림픽에서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건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이후 8년 만이다. 사진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파리, 김지수 기자) 세계랭킹 없는 북한 탁구 대표팀의 혼합복식 리정식-김금영 조가 세계랭킹 1위 중국의 왕추친-쑨잉사를 상대로 올림픽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연출했다. 금메달은 중국의 몫이었지만 북한 탁구의 퍼포먼스도 대단했다.

리정식-김금영 조는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혼합복식 결승에서 중국의 왕추친-쑨잉사 조에 게임 스코어 2-4(6-11 11-7 8-11 5-11 11-7 8-11)로 졌다.

리정식-김금영 조는 1게임을 중국에 내줬지만 2게임을 따내면서 게임 스코어 1-1로 균형을 맞췄다. 3, 4게임을 내리 뺏긴 상황에서 5게임을 챙겨 승부를 6게임까지 끌고 갔다.

리정식-김금영 조는 6게임에서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왕추친-쑨잉사와 관중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내는 퍼포먼스로 올림픽 결승에 걸맞은 경기력을 뽐냈다.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북한 리정식·김금용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리정식-김금영 조는 끝내 왕추친-쑨잉사 조를 넘지 못했지만 파리 올림픽 북한의 첫 메달리스트가 됐다. 북한이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획득한 건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이후 8년 만이다.

북한은 지난 2020년 초 전세계적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이후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선수들의 각종 국제대회 참가를 금지시켰다.

북한은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중 포기한 것을 비롯해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도 불참했다. 이 때문에 국제올림픽위원회(NOC)로부터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전까지 국제대회 출전 자격을 정지당하는 징계를 받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이번 파리 올림픽에도 선수단을 파견했다. 기계체조 안창옥, 레슬링 이세웅, 김선향 등 7개 종목 16명의 선수들이 프랑스 땅을 밟았다.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북한 리정식·김금용이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금메달은 중국의 왕추친-쑨잉사, 동메달은 한국의 신유빈-임종훈이 차지했다. 연합뉴스

리정식-김금영 조는 파리 올림픽 초반 대회 전체를 통틀어 손에 꼽힐 이변을 만들었다. 최근 몇 년 동안 국제대회 출전이 없었던 까닭에 세계랭킹조차 없는 상태였지만 실력만큼은 '진짜'였다.

리정식-김금영 조는 혼합복식 첫 판(16강)에서 만난 세계랭킹 2위 일본의 하리모토 도모카즈-하야타 히나 조를 무너트리는 파란을 일으켰다. 중국과 금메달을 놓고 다툴 것으로 보였던 도모카즈-히나 조는 대회 시작과 함께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8강에서도 돌풍을 일으켰다. 세계랭킹 9위 스웨덴의 크리스티안 카를손-크리스티나 칼베리 조까지 게임 스코어 4-1(11-7 11-8 9-11 11-4 11-8 11-6)로 격파하고 준결승에 올랐다.

리정식-김금영 조는 기세를 몰아 파리 올림픽 혼합복식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6위 홍콩의 웡춘팅-두호이켐 조까지 삼켜냈다. 게임 스코어 4-3(11-3 10-12 3-11 11-9 11-9 9-11 11-6)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다.

리정식-김금영 조는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혼합복식 결승에서 중국의 왕추친-쑨잉사 조에 게임 스코어 2-4(6-11 11-7 8-11 5-11 11-7 8-11)로 졌다. 사진 연합뉴스

만약 한국의 신유빈-임종훈 조가 혼합복식 준결승에서 중국을 넘었다면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놓고 남북이 다투는 흥미로운 그림이 연출될 수 있었다.

하지만 신유빈-임종훈 조는 왕추친-쑨잉사 조에게 게임 스코어 2-4(11-6 7-11 11-9 5-11 7-11 9-11)로 역전패했다.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신유빈-임종훈 조는 대신 동메달 결정전에서 홍콩을 꺾고 북한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탁구는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단체전 은메달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리정식-김금영 조의 경기력은 세계랭킹 1위 쑨잉사의 눈에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쑨잉사는 시상식을 마친 뒤 메달리스트 공식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퍼포먼스를 치켜세웠다.

쑨잉사는 "북한 선수들과는 한 번도 게임을 펼쳤던 적이 없지만 그들은 어느 정도 플레이 스타일에서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며 "결승전에서는 양 팀 모두 훌륭한 플레이를 했다고 생각한다. 매 세트마다 좋은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또 "이렇게 강한 상대를 이길 수 있었던 우리도 최고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왕추친과 함께 계속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