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를 보며 파리를 꿈꿨던 고1 소녀, 언니들과 女 양궁 새 역사 썼다 [파리 인터뷰]

(엑스포츠뉴스 프랑스 파리, 김지수 기자) 3년 전 도쿄 올림픽을 보면서 파리행을 꿈꿨던 고등학생 소녀는 2024년 대한민국 여자 양궁의 10회 연속 금메달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남수현(19·순천시청)은 임시현(21·한국체대), 전훈영(30·인천시청)이 호흡을 맞춘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트 스코어 4-4(56-53 55-54 51-54 53-55)로 비긴 뒤 슛오프(SO)에서 29-27로 꺾고 이 종목 올림픽 10회 연속 우승의 역사를 썼다.

남수현은 시상식 종료 후 믹스트존(공동 취재 구역) 인터뷰에서 목에 건 금메달을 어루만지며 "굉장히 묵직하다"고 웃은 뒤 "꿈에 그리던 올림픽에 출전한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언니들(임시현, 전훈영)과 호흡을 맞춰 단체전 10연패를 달성하게 됐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남수현은 2024 파리 올림픽 선발전을 3위로 통과하면서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여자 개인, 여자 단체, 혼성 단체 금메달) 임시현, 베테랑 전훈영과 함께 프랑스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남수현은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이었지만 특유의 '강심장' 기질을 유감없이 뽐냈다. 지난 25일 랭킹 라운드에서 688점을 쏘며 전체 출전 선수 중 2위에 올랐다. 에이스 임시현이 694점으로 올림픽 신기록, 세계 신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면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기는 했지만 남수현의 퍼포먼스도 대단했다.  

올림픽 양궁 종목은 첫 날 선수당 72발씩 쏘는 랭킹라운드로 순위를 매긴다. 개인전의 경우 1위와 64위가 붙고, 2위와 63위가 붙는 방식으로 메달을 가리는 토너먼트를 치른다. 

남수현은 비록 정식 경기는 아니었지만 올림픽 데뷔를 앞둔 최종 리허설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자신감을 한껏 안은 채 이날 여자 단체전을 준비할 수 있었다.

남수현은 전훈영, 임시현과 함께 8강에서 대만, 4강에서 네덜란드, 결승에서 중국을 차례로 격파하고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승부처 때마다 침착하게 활시위를 당기면서 10회 연속 여자 단체전 우승에 힘을 보탰다.



남수현은 ▲1998 서울 대회 김수녕-왕희경-윤영숙 ▲1992 바르셀로나 대회 김수녕-이은경-조윤정 ▲1996 애틀랜타 대회 김경욱-김조순-윤혜영 ▲2000 시드니 대회 김남순-김수녕-윤미진 ▲2004 아테네 대회 박성현-윤미진-이성진 ▲2008 베이징 대회 박성현-윤옥희-주현정 ▲2012 런던 대회 기보배-이성진-최현주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기보배-장혜진-최미선 ▲2020 도쿄(2021년 개최) 대회 강채영-안산-장민희 등 대선배들의 뒤를 이어 올림픽 여자 단체전 금메달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됐다.

남수현은 "고등학교 1학년 시절이던 2021년 도쿄 올림픽을 보면서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이렇게 빨리 목표를 이루게 돼 정말 영광스럽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다음) 올림픽에도 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을 비롯해 국가대표로 많은 국제대회에 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정말 간절하게 이번 올림픽을 준비했는데 막상 경기를 할 때는 즐기면서 플레이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슛오프 상황에 대한 훈련도 많이 했고 오늘 결승전에서도 훈련했던 부분을 생각하면서 자신 있게 쐈다"라고 돌아봤다.



남수현은 다만 한국 여자 양궁의 올림픽 단체전 연속 우승 기록을 이어가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중압감을 느꼈었다고 털어놨다.

남수현은 "여자 단체전 10연패를 목표로 훈련하는 과정에서 부담이 컸다"며 "언니들과 함께 금메달에 도전한다는 생각을 하자고 말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양창훈 양궁대표팀 감독님께서 항상 우리를 믿어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말을 많이 해주셨던 것도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