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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17 WC 실패 후 '대반전'...박경훈 단장·변성환 감독 '평행이론' 이뤄질까

기사입력 2024.06.25 10:53 / 기사수정 2024.06.25 10:53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변성환 감독이 박경훈 단장처럼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 쓰라린 실패를 거둔 뒤 프로팀에서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두 사람의 '평행이론'은 일단 절반 정도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박경훈 단장과 변성환 감독은 모두 U-17 대표팀을 이끌고 연령별 월드컵에 출전했으나 조별예선에서 탈락한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박 단장은 2007년 국내에서 열린 대회에서 1승 2패로 조별예선을 통과하지 못했고,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된 월드컵에 참가했던 변 감독은 조별예선 전패로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U-17 월드컵 조기 탈락의 여파는 박경훈 단장에게 치명적이었다. 지도자의 길을 걷는 걸 아예 포기하고 축구계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침 전주대학교 축구학과에서 교수직 제안이 왔고, 박 단장은 이를 수락했다.

박경훈 단장은 약 2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지도력을 발휘했다. 2009년 10월 말 제주 감독으로 부임한 박 단장은 이듬해 제주를 지휘하며 K리그 준우승을 차지,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해 명예회복과 동시에 '실패한 지도자'라는 오명을 완전히 벗었다.



박 단장은 엑스포츠뉴스와의 통화에서 "포기와 재기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다 교수직 제안이 와서 축구판을 떠났고, 2년 정도 있다가 우연히 제주 감독으로 가게 됐다. 그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지식도 쌓고, 공부를 많이 하면서 바뀐 상태였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장점을 끌어올려 부각시키는 게 훨씬 좋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당시를 돌아봤다.

제주에서의 성공 후 14년이 지난 현재 박경훈 단장은 이제 수원 삼성의 단장으로서 자신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변성환 감독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

변성환 감독은 지난해 U-17 월드컵에서 전패 탈락한 후 대한축구협회(KFA) 전임 지도자로 있다 지난달 말 염기훈 전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은 수원의 새 감독으로 부임했다. 성남FC에서 감독과 코치로 연을 맺었던 박 단장과 변 감독은 그렇게 수원에서 다시 만났다.



위기에 놓인 수원을 맡은 변 감독은 박 단장과 함께 팀 정상화에 모든 걸 쏟아붓고 있다. 박 단장은 그 덕에 변 감독이 오고 아직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수원의 많은 것들이 변화했다고 느꼈다.

어떤 점이 가장 달라졌는지 묻자 박 단장은 "선수들 개개인의 장점을 잘 파악해서 그 선수가 운동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다. 기존에 본인이 갖고 있는 퍼포먼스를 내지 못했던 선수들이 지금 그 퍼포먼스를 내고 있다. 선수들의 능력을 배가시켜 자신감을 찾게 해주고, 그 자신감이 결국 운동장 위에서 능력으로 이어지도록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또 "변성환 감독이 U-17 월드컵이 끝나고 굉장히 많은 시간을 뒤돌아보면서 배우고, 본인이 부족했던 부분들을 메우는 시간을 보내지 않았나 생각한다"라며 과거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변 감독이 U-17 월드컵과 그 이후의 시간을 통해 성장했다고 믿었다.



성공을 판단하기는 이른 시점이지만 변성환 감독 부임 후 치른 네 경기, 특히 가장 최근의 포항 스틸러스전과 성남전은 변성환호 수원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경기였다.

박경훈 단장도 "변성환 감독을 선임하고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다. 변 감독은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고 상대를 압도하는 우리의 축구 철학과 부합한 철학을 갖고 있었다. 지금은 그 철학을 팀에 입히는 단계다"라며 "전술적으로 보면 공수 전환도 빨라졌고, 공수 밸런스도 전반적으로 컴팩트해졌다. 앞으로 조금씩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수원은 현재 승점 24점으로 리그 6위에 위치해 있다. 선두 FC안양과의 승점 차는 9점이다. 멀어보이지만 시즌이 이제 막 반환점을 돌기 시작했기 때문에 수원이 지금의 흐름을 이어간다면 다시 승격 후보로 올라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변성환 감독이 과거 박경훈 단장처럼 U-17 월드컵에서의 실패를 딛고 성공을 바라볼 수 있는 이유다. 



박경훈 단장은 자신이 제주에서 김호준, 조용형, 구자철, 박현범, 김은중으로 이어지는 '코어 라인'을 구축했던 것처럼 수원의 후반기 반등을 위해 변성환 감독을 전폭적으로 지지할 생각이다.

박 단장은 "후반기에는 우리가 필요한 포지션에 선수들을 영입해서 팀이 구단의 철학과 변성환 감독의 철학에 더욱 부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후반기 영입에 대해 고민을 상당히 많이 하고 있다"라며 시즌 중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는 여름 이적시장 영입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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