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대한체육회가 임원의 연임 제한을 폐지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안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각 단체 수장들의 '장기 집권' 가능성이 열려 논란이 예상된다.
체육회는 31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이사회를 열어 임원의 연임 제한을 폐지하고 체육단체 임원의 정치적 중립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특히 임원의 연임 제한 폐지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다.
현행 정관에서 임원은 4년 임기를 보낸 뒤 한 차례 연임할 수 있으며, 체육회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사를 거치면 3선도 도전할 수 있다. 이번 이사회에서 통과된 개정안이 실제로 시행된다면 체육회와 지방체육회, 종목단체 임원의 연임이 별도 심사 없이 무제한 가능하다.
체육회가 연임 제한을 없앤 논거는 종목 단체나 지방 체육회에서 임원을 맡을 만한 인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날 이사회 이후 체육회는 "체육단체의 합리적인 조직 구성 및 원활한 운영으로 체육계 발전을 도모하고, 지방체육회와 지방 종목 단체 등이 연임 제한 조항으로 임원 구성이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은 상황임을 반영해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임 제한 규정이 생긴 이유가 단체장들의 조직 사유화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없애 '장기 집권'이 가능해지는 데 대한 우려와 함께 특별한 공론화 과정 없이 6년 만에 손바닥 뒤집듯이 정관 개정이 추진된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이번 연임 제한 규정 폐지로 당장 내년 초 3선 도전이 유력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4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아 체육계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해 승부조작범 사면을 추진하다가 직격탄을 맞았고, 이후엔 국가대표팀의 아시안컵 4강 탈락 및 위르겐 클린스만 전 대표팀 감독 경질, 23세 이하(U-23) 대표팀의 아시안컵 8강 탈락에 따른 하계올림픽 남자축구 종목 40년 만의 본선 진출 좌절 등으로 사퇴 요구 여론에 직면한 상태다. 그럼에도 4선 도전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정관'을 언급하는 모호한 답변으로 가능성을 열어둔 적이 있다.
이기흥 회장은 3선 도전 의사를 천명한 적은 없지만, 올해 2월 이사회에서 "3선을 하든, 5선을 하든 내 선택에 달렸다"며 연임 제한 정관을 무력화하는 듯한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고, 결국 이사회의 연임 제한 규정 폐지 의결로 3선 도전의 승부수를 던졌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정관 개정안이 대의원총회까지 통과하면 체육회는 감독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에 규정 개정을 요청하게 된다.
이기흥 회장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2024 파리 올림픽 이후 8월 대의원총회, 10월 전국체육대회 등을 통해 의견을 모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확실히 정리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행보를 두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이 쇄도한다. 이 회장이 대한체육회장 첫 임기를 하던 지난 2018년 이 규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당장 체육시민연대 등 시민 단체는 이날 이사회장 밖에서 '이기흥 체육회장의 영구집권 시도를 규탄한다'며 피켓을 들고 반대 행동에 나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체육 정책을 두고 이 회장을 비롯한 체육회, 체육계와 첨예하게 대립해 온 문체부는 사태를 우려하며 대책 수립에 착수했다.
3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문체부 당국자는 "대의원총회를 거쳐 체육회가 정관 개정 인가를 요청하더라도 체육회에 반려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혔다. 문체부가 정관 개정을 인가하지 않는다면, 체육계가 또다시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대한체육회, 엑스포츠뉴스DB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