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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내가 못 할 때만 연락이 오더라구요" [현장:톡]

기사입력 2024.04.10 03:44

두산 베어스 4번타자 김재환이 4월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에서 7회말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기록했다. 사진 김한준 기자
두산 베어스 4번타자 김재환이 4월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에서 7회말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기록했다. 사진 김한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잘할 때는 조용하고 못 치면 연락이 오더라구요." 

두산 베어스 4번타자 김재환은 지난 9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 4타수 1안타 1홈런 3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5-3 역전승을 이끌었다.

김재환은 이날 1회말 첫 타석에서 고개를 숙였다. 1사 1·3루 타점 찬스를 맞았지만 한화 외국인 투수 산체스를 상대로 병살타를 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김재환은 이후 3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삼진, 5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 1루 땅볼로 물러났다. 산체스를 좀처럼 공략하지 못하면서 침묵했다.

하지만 김재환은 승부처에서 해결사 본능을 발휘했다. 두산이 2-3으로 끌려가던 7회말 1사 1·3루에서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한화 좌완 파이어볼러 김범수를 상대로 역전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두산 베어스 4번타자 김재환이 4월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에서 7회말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기록했다. 사진 김한준 기자
두산 베어스 4번타자 김재환이 4월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에서 7회말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기록했다. 사진 김한준 기자


김재환은 원 볼에서 김범수의 2구째 148km짜리 직구를 공략했다.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에서 한 가운데 사이로 들어온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0m의 타구를 날려 보내고 이날 게임의 히어로로 우뚝 섰다.  

김재환은 경기 종료 후 공식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지난 주말 사직에서 팀이 연패를 하고 돌아와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라며 "오늘 게임까지 졌다면 안 좋은 영향이 팀 전체에 끼쳤을 텐데 나름대로 내 홈런이 좋은 영향을 준 것 같아서 기분 좋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재환은 지난달 23일 정규시즌 개막 후 팀 내에서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15경기 타율 0.302(53타수 16안타) 4홈런 14타점을 기록 중이다. 홈런은 강승호(5홈런)에 이어 팀 내 2위, 타점은 1위다. 

표본이 많은 건 아니지만 타구 방향 분포도 이상적이다. 김재환은 지난해 당겨치기 일변도의 타격이 슬럼프와 겹쳤다. 132경기 타율 0.220(405타수 89안타) 10홈런 46타점 OPS 0.674로 부진했다. 2016년 주전으로 도약한 뒤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두산 베어스 4번타자 김재환이 4월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에서 7회말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기록했다. 사진 김한준 기자
두산 베어스 4번타자 김재환이 4월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에서 7회말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기록했다. 사진 김한준 기자


김재환은 부진 탈출을 위해 이를 악물었다. 두산이 지난해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탈락한 뒤 이승엽 감독의 지시와 본인의 의지에 따라 마무리 캠프에 참가했다.

김재환은 휴식을 반납하고 구슬땀을 흘렸다. 비활동 기간인 12월부터는 자비를 들여 미국으로 건너갔다. 야구 레슨장을 운영 중인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에게 타격 레슨을 받고 돌아왔다.

김재환이 2024 시즌 초반 좋은 타격감을 선보이면서 '코치' 강정호에 대한 팬들의 반응도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타격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NC 다이노스 손아섭도 '강정호 스쿨'의 수강생이었다.

김재환은 일단 자신의 변화에 대해 "너무 복합적이고 많은 부분이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이승엽 감독님과 마무리 캠프를 함께했고 휴식을 줄이고 2024 시즌을 대비한 준비를 충분히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재환은 다만 정규시즌 개막 후에도 꾸준히 강정호와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밝혔다. 강정호는 이따금 김재환에게 타격과 관련된 조언을 건네주고 있었다.

두산 베어스 4번타자 김재환이 4월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에서 7회말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기록했다. 사진 김한준 기자
두산 베어스 4번타자 김재환이 4월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에서 7회말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기록했다. 사진 김한준 기자


김재환은 "내가 타격이 잘 안 맞으면 강정호 선배가 먼저 닦달할 때도 있다"고 웃은 뒤 "(강정호가) 마음이 급한지 먼저 연락이 올 때도 있다. 가끔식 내게 피드백도 해주고 한다"고 말했다.  

또 "오늘처럼 (홈런을 치고) 잘했을 때는 (강정호에게) 연락이 안 온다. 내가 안 좋을 때만 뭐라고 하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재환은 자신을 향한 동료, 코칭스태프, 팬들의 기대를 잘 알고 있다.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두산이 좋은 시즌을 보내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중심 타자로서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걸 확실하게 자각하고 있었다.

김재환은 "내가 두산의 키플레이어라는 말을 거의 10년째 듣고 있다. 전임 김태형 감독님도 스프링캠프 때마다 '너 못 치면 (팀이) 큰일난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며 아직까지는 내가 두산이라는 팀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게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잠실,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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