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방콕, 김정현 기자)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대한민국 축구는 망신을 당했다.
준결승에서 0-2로 참패한 요르단전이 가장 충격적이었지만 조별리그 3차전 말레이시아와 3-3 무승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중앙 미드필더를 향한 압박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드러났는데 이를 집요하게 파고든 인물이 있다. 바로 김판곤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이었다. 월드컵 3차예선 진출 관문에서 붙는 태국 역시 이를 노려 한국 원정에서 승점을 챙겼고, 챙길 계획이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6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태국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 개최)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C조 4차전을 치른다.
한국과 태국은 앞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C조 3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전반 42분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선제골을 넣었지만, 후반 16분 수파낫 무에안타(부리람 유나이티드)에게 동점 골을 허용하며 비겼다.
한국은 FIFA 랭킹 111위에 불과한 태국을 만나 상대 강한 압박에 고전했다. 후방에서 짧은 패스로 시작하는 빌드업 상황에서 태국이 전반 시작부터 강하게 라인을 올려 압박을 가했다.
백승호나 황인범이 내려와서 받아주고 올라가는 패턴을 알고 있다는 듯, 그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압박해 들어갔다. 결국 센터백 듀오인 김민재와 김영권이 다시 측면으로 볼을 내주면서 측면 전진을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측면 공략에서 전반 42분 손흥민의 선제골이 터졌지만, 후반 초반 다시 분위기를 태국에게 내줬다. 중앙은 계속 강하게 걸어 잠그고 압박을 이어갔다. 측면에서도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압박을 이어갔다. 태국이 무에안타의 득점으로 동점을 만들면서 이 기조는 더욱 강해졌다.
이는 2023 카타르 아시안컵 때 상황과 비슷했다. 당시에도 한국은 중앙에 박용우(알아인), 황인범 체제로 거의 전 경기를 소화했다. 중원에 두 명을 두면서 간격이 크게 벌어졌다. 말레이시아전에선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박용우를 선발에서 빼고 황인범을 내렸다. 하지만 상대 팀들이 한국 중앙 미드필더 1~2명에게 강하게 압박을 걸면 취약해지는 약점이 계속 노출됐다.
이를 제대로 공략하기 시작한 팀이 김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였다. 말레이시아는 대한민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강한 중앙 압박으로 측면 공격을 유도했고 중앙에서 공을 끊으면 빠른 역습으로 한국의 뒷공간을 노렸다.
말레이시아는 결국 대한민국에게 세 골이나 터뜨리며 조별리그 탈락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대회 마무리를 했다. 한국은 말레이시아에 지난 1985년 3월 1986 멕시코 월드컵 아시아 1차 예선 원정 경기 0-1 패배 이후 39년 만에 실점을 허용했고 승점도 내줬다.
태국도 말레이시아와 비슷하게 한국의 약점인 중앙을 압박하는 스타일이다. 지난 21일 한국 홈 경기에서 이를 입증했다. 한국에 26년 만에 승점을 가져왔다. 황선홍 임시 감독 체제로 손발을 맞춘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태국과 첫 경기에서 아시안컵 때와 비슷하게 공략을 당했다.
나아가 태국은 1998 방콕 아시안게임 8강전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상대로 승리를 노리고 있다. 이미 라자망갈라 스타디움 4만 8000여석이 모두 팔렸고 태국축구협회는 경기장 외부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장외 응원전도 준비해 열기를 띄우고 있다. 한국 원정 팬들도 티켓을 구해 한국을 응원할 예정이지만 태국의 압도적인 분위기가 예상된다.
경기장 안팎의 강한 태국의 압박을 뚫고 중앙에서 전진에 성공해야 한국은 태국 원정에서 승점을 가져올 수 있다. 우리의 약점을 감추고 강점인 클래스 높은 공격진들의 역량을 끌어 올려야 할 때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