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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 금메달' 서민규 금의환향…"4회전 점프 찾아 훈련하겠다"

기사입력 2024.03.05 00:05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각각 차지한 서민규(오른쪽)와 신지아가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자신의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서민규는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처음으로 주니어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푁득했다. 신지아는 한국 피겨사 최초의 주니어 세계선수권 3회 연속 메달리스트가 됐다. 연합뉴스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각각 차지한 서민규(오른쪽)와 신지아가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자신의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서민규는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처음으로 주니어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푁득했다. 신지아는 한국 피겨사 최초의 주니어 세계선수권 3회 연속 메달리스트가 됐다.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해외 전지훈련도, 그렇다고 서울로 올라와 연습하는 것도 마다한 소년이 월드 챔피언이 됐다.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처음으로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를 우승한 16세 서민규(경신고) 얘기다. 그는 금의환향한 뒤 "훈련 장소가 중요한 건 아니다"라며 "선수 본인이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실력이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똑부러지게 말했다.

사실 이번 주니어 세계선수권을 마치고도 그는 경기 장소인 대만 타이베이에서 집이 있는 대구국제공항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계획이 바뀌어 축하 인파와 미디어들이 기다리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귀국하게 됐다.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서민규와 여자 싱글에서 이 대회 3년 연속 은메달을 따낸 신지아(16·세화여고)가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돌아왔다.

특히 출국할 때만 해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금메달을 따고 돌아온 서민규는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신기한 듯 웃으며 환영 인파를 반갑게 맞았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10차례 이상 돌려보며 키운 연기력이 우승의 밑바탕이 됐다고 밝혔다.

서민규는 귀국 기자회견에서 "어릴 때부터 다양한 작품을 많이 보며 연기력을 키웠다"며 "특히 강동원 배우가 뛰어난 연기력을 펼쳤던 영화 전우치 등 좋아하는 영화는 10차례 이상 돌려봤다. 이런 것들이 연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서민규가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점프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서민규는 한국 남자 피겨 최초로 주니어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연합뉴스
서민규가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점프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서민규는 한국 남자 피겨 최초로 주니어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연합뉴스


그는 이번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총점 230.75점을 받아 일본의 나카타 리오(229.31점)를 제치고 우승했다. 한국 선수가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시상대에 오른 건 처음이고, 남녀 선수를 통틀어도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한 건 2006년 김연아(은퇴) 이후 18년 만이다.

서민규의 우승 비결로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실수를 가장 적게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연기를 해낸 것, 그리고 예술점수인 PCS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이 꼽힌다.

서민규는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 프리스케이팅에서 2위를 차지했다. 경쟁자들이 두 연기에서 순위가 들쭉날쭉한 것과 비교해 서민규는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악셀 점프를 한 차례 싱글 처리한 것 말고는 흠 잡을 곳 없는 연기를 펼쳤다.

여기에 4회전 점프 등 고난도 기술을 펼치지 않았지만, 뛰어난 연기력과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앞세워 깜짝 금메달을 차지했다.

서민규는 프리스케이팅에서 PCS 76.72점을 얻었는데 은메달리스트 나카타(73.63점)보다 3.09점 높다. 서민규가 합계에서 나카타를 1.44점 앞서 우승한 것을 고려하면 표현력에서 메달 색깔이 금색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시니어 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4회전 점프가 필수적이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최소 3개 이상의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펼쳐야 시니어 국제무대 시상대에 오르는 게 최근 남자 피겨 흐름이기 때문이다.

서민규가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스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서민규는 한국 남자 피겨 최초로 주니어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연합뉴스
서민규가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스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서민규는 한국 남자 피겨 최초로 주니어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연합뉴스


이번 대회에서 그간 갈고 닦은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를 성공시켜 금메달 초석을 닦은 서민규는 4회전 점프 역시 준비하고 있음을 알렸다. 서민규는 "올 시즌 초까지만 해도 트리플 악셀 점프를 쇼트프로그램에 넣지 않았고, 이번 대회 공식 훈련에서도 성공률이 떨어졌다"라며 "휴식기엔 트리플 악셀을 넘어 내가 할 수 있는 쿼드러플 점프를 찾고 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부모님에게 감사 인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사실 서민규는 태어날 때부터 피겨를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서민규의 어머니는 피겨 선수 출신이자 지도자인 김은주 코치로, 김 코치는 적지 않은 대표팀 상비군 선수들을 배출해냈다. 어머니 영향으로 서민규는 5살 때부터 링크를 다녔고 8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피겨 선수의 길을 걸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재능을 보이자 주거지인 대구에 피겨 실내 훈련장을 차리기도 했다. 서민규는 "훈련 장소가 중요한 건 아니다"라며 "선수 본인이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실력이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회엔 어머니가 동행했는데 매우 기뻐하시더라. 아버지는 매번 내가 좋은 성적을 낼 때마다 눈물을 흘리시는데, 이번에도 우셨을 것"이라며 웃었다.

주니어 세계선수권을 우승한 서민규는 2024-2025, 2025-2026시즌까지는 주니어 무대에서 계속 활약한다. 100여일이 부족해 2026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민규가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우승한 뒤 시상식 직후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서민규는 한국 남자 피겨 최초로 주니어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연합뉴스
서민규가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우승한 뒤 시상식 직후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서민규는 한국 남자 피겨 최초로 주니어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연합뉴스


서민규는 2008년 10월 14일에 태어났는데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지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여자 선수들의 도핑 문제 등이 불거졌음에도 어린 나이 때문에 출전을 제지할 수 없게 되자 2026 올림픽부터는 피겨 선수 출전 연령을 만 15세에서 만 17세로 올렸다.

그런데 ISU 규정에 따르면 2008년 6월30일까지 태어난 선수들만 올림픽에 나설 수 있다. 서민규의 첫 올림픽은 2030년이나 되어야 오는 셈이다.

서민규는 "아쉬움이 있지만, 2030년 올림픽(개최지 미정)을 더 열심히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괜찮다"고 했다.

서민규는 지난 1~2년 사이 주니어 무대에서 급성장 케이스다. 어머니 아래서 착실히 기본기를 쌓았고, 대회에도 어머니가 동행하는 등 정신적으로도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연기하기 때문에 시니어 무대에서도 발전이 기대된다.

서민규는 ​지난 2022년 9월 ISU 주니어 그랑프리 체코 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 1위를 차지(최종 4위)하며 가능성을 알리더니 한 달 뒤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폴란드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생애 첫 국제대회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어 이번 시즌에도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8월 주니어 그랑프리 태국 대회에선 쇼트프로그램 5위, 프리스케이팅 4위로 합계 5위에 그쳤으나 2주 뒤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튀르키예 대회에선 180도 달라진 경기력을 펼치며 깜짝 금메달을 수확했다.

신지아가 지난 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스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신지아는 한국 피겨 최초로 주니어 세계선수권 3회 연속 입상에 성공했다. 연합뉴스
신지아가 지난 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스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신지아는 한국 피겨 최초로 주니어 세계선수권 3회 연속 입상에 성공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시니어 선수들까지 겨루는 국내 최고 권위의 종합선수권에선 3위에 올라 한국 피겨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선수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번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우승 쾌거를 달성했다.

​한편 이날 함께 귀국한 여자 싱글 은메달리스트 신지아(세화여고)는 3회 연속 은메달 획득에 관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게 돼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다음엔 더 노력해서 더 높은 곳에 올라가겠다"고 밝혔다.

신지아는 쇼트프로그램(73.48점), 프리스케이팅(138.95점), 총점(212.43점) 모두 개인 최고점을 썼지만, 동갑내기 라이벌 시마다 마오(일본·218.36점)에게 또다시 밀렸다.

어느 덧 5연패다. 2023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와 2022-2023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2023-2024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 이어 이번 대회도 시마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시마다는 부모가 김연아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던 일본의 피겨 스타 아사다 마오를 좋아해 딸 이름을 마오로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신지아가 지난 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직후 은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신지아는 한국 피겨 최초로 주니어 세계선수권 3회 연속 입상자가 됐다. 올댓스포츠
신지아가 지난 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직후 은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신지아는 한국 피겨 최초로 주니어 세계선수권 3회 연속 입상자가 됐다. 올댓스포츠


신지아는 "이번 대회엔 금메달에 관한 욕심이 있었는데, 다음에 또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2023-2024시즌이 끝난 만큼 (지현정) 코치님과 함께 고난도 기술 훈련에 관한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시마다는 이번 대회에서 트리플 악셀, 쿼드러프 토루프 등 신지아가 할 수 없는 고난도 점프를 시도했고 이 중 4회전 토루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완벽하게 착지해 쇼트프로그램 2위를 차지하고도 역전 우승 기틀을 마련했다. 신지아가 시마다를 누르기 위해선 트리플 악셀 혹은 4회전 점프 장착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진=연합뉴스, 올댓스포츠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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