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결국 확정됐다.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인 미드필더 폴 포그바가 도핑 혐의에 따라 4년간 축구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도핑 혐의에 대한 징계가 확정돼 2028년까지 그라운드를 떠나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포그바는 올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개막전인 우디네세와의 경기서 교체 선수로 들어가 경기를 소화했다. 그러나 경기 직후 진행된 도핑테스트에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에 대해 양성반응을 보였고 9월 이런 혐의가 공식적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소속팀 유벤투스는 이를 전혀 몰랐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탈리아 매체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지난 9월 "포그바의 도핑 양성반응은 유벤투스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라며 소속팀도 몰랐음을 전했다.
매체는 "포그바가 유벤투스 팀 닥터들에게 팀과 합의되지 않은 약물을 먹었다고 밝혔다"며 "구단도 포그바의 양성반응에 대하여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이어 "도핑에 검출된 약물은 포그바가 유럽이 아닌 미국 내 어딘가에서 개인적으로 구한 약물인 것 같다"고 했다.
미국 스포츠 도핑 규정은 이탈리아의 규정과 달라서 포그바가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의사에게서 받은 약물을 멋모르고 투여했다가 도핑 양성반응이 나온 것 아니냐는 뜻이다.
만약 포그바가 고의적으로 약물을 투여했다고 밝혀지면 이탈리아반도핑기구 규정에 의거, 그는 최대 4년까지 출전 정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약물을 고의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증거와 소명을 충분히 하면, 제재의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도 존재했다.
당시 포그바측은 "징계에 관해 적극 항소하겠다"며 약물 복용 혐의가 누명이고 이를 벗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포그바는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축구 전문 매체 '90MIN'은 29일(한국시간) "포그바는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자신이 모르고 약물을 투여했다고 증언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그의 주장은 모두 기각됐고 구형할 수 있는 최대 징계인 4년 자격 정지를 떠안게 됐다"고 했다.
해당 정지가 실행되면 포그바는 35세가 다 되어야 축구계로 복귀할 수 있다. 즉 4년 정지를 다 채우고 복귀하면 2028년이 된다는 이야기다.
포그바는 과거 유벤투스와 프랑스를 주름잡은 미드필더였다.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유스 출신으로 프로 데뷔도 맨유에서 이뤘다. 데뷔 시즌 당시 맨유에 박지성이 뛰고 있어 한국 팬들에게도 일찍이 이름을 알렸다.
이후 유벤투스로 넘어간 그는 만개하기 시작했다. 당시 유벤투스 감독이었던 안토니오 콘테 밑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킨 포그바는 세리에A는 물론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이적 첫 시즌부터 주전 미드필더로 중용 받았고 더욱 강력한 중원을 갖추게 된 유벤투스는 직전 시즌에 이어 리그 2연패에 성공했다. 포그바는 2016년 여름 유벤투스를 떠날 때까지 핵심 미드필더로 활약하면서 세리에A 4연패, 코파 이탈리아 2회 우승 등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유벤투스에서 황금기를 보낸 포그바는 명장 조세 무리뉴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맨유로 다시 복귀했다. 당시 맨유 이적료 최고액 기록을 갈아치우며 8900만 파운드(약 1480억원)를 기록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맨유에서 자신의 이적료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먹튀' 오명을 써야 했다.
특히 그는 유벤투스로 복귀하며 자유계약(FA) 신분으로 떠나 맨유에 이적료 한 푼 돌려주지 않았다. 이에 많은 맨유 팬들은 여전히 포그바를 '금기어' 취급하며 미워하고 있다.
맨유에서 기량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포그바는 유벤투스에 복귀해서도 교체멤버로 활약할 수밖에 없었다. 2022-2023시즌 벤치에서 더욱 모습을 자주 보인 포그바는 2023-2024년 시즌이 시작하자마자 약물 복용 혐의로 친정팀에 큰 폐를 끼치게 됐다.
당시 유벤투스는 해당 스캔들에 대해 격분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그바의 도핑에 관해 (징계)관련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포그바는 2026년까지 유벤투스에서 800만 유로(110억원)의 연봉과 200만 유로(290억원)의 보너스를 받겠다는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금전적인 손해가 매우 클 전망이다.
이탈리아반도핑규정상 구단은 선수가 약물로 인해 자격 정지를 받을 경우 잔여 연봉을 지급하지 않고 계약을 파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벤투스는 그를 쉽게 내보내고 새로운 미드필더를 구할 수 있다. 그의 대체자로는 토트넘 홋스퍼에서 입지를 잃어버린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가 꼽힌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