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24일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스프링캠프 훈련을 앞두고 인터뷰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 고아라 기자
(엑스포츠뉴스 오키나와(일본), 최원영 기자) 투수 왕국이라 가능한 셈법이다.
KT 위즈는 올해 선발진을 윌리엄 쿠에바스, 웨스 벤자민, 고영표, 엄상백으로 꾸렸다. 마지막 5선발 한 자리는 확정하지 않았다. 한 명으로 제한하지 않을 생각이다.
24일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스프링캠프 훈련을 앞두고 만난 이강철 KT 감독은 "한 명만 쓰진 않을 것이다. 여러 선수가 돌아가며 나올 예정이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잘 올라왔으면 한다"고 밝혔다.
본래 선발 한 자리의 주인은 소형준이었다. 그러나 소형준은 지난해 5월 10일 정규시즌 NC 다이노스전을 끝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오른쪽 팔꿈치 내측 측부인대가 파열됐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았다. 이후 막힘없이 순조롭게 재활을 진행 중이다. 다만 수술 특성상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데 평균 1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이 감독은 "소형준은 오는 7월쯤 복귀할 수 있다. 대신 돌아와도 관리해 줘야 한다"며 "처음엔 열흘에 한 번 정도 등판하게 할 것이다. 시즌 막바지쯤 돼야 5일 턴을 돌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5선발은 여러 명이 꾸준히, 번갈아 가며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KT 위즈 투수 소형준이 24일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스프링캠프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 고아라 기자
사령탑이 꼽은 5선발 후보는 원상현, 이채호, 김민수 등이다. 원상현은 부산고 졸업 후 올해 1라운드 7순위로 입단한 신인이다. 이 감독은 일찌감치 원상현을 선발 자원으로 분류했다. 구단에서도 눈여겨보는 유망주다.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소형준, 신범준, 육청명과 함께 필리핀 미니 캠프에 보냈다.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경기력을 끌어올려 조기에 1군에서 활약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채호는 2018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의 2차 6라운드 전체 55순위 지명을 받은 뒤 2021년 1군에 데뷔했다. 2022시즌 도중 KT로 트레이드됐다. 1군 중간계투진에 자리 잡길 바랐으나 쉽게 정착하지 못했다.
이 감독은 "이채호는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좋아졌다. 올해 구속이 꽤 올랐고 체인지업도 나아지고 있다"며 "커브, 체인지업 등을 보니 선발투수를 해도 될 것 같다. 물론 실전경기에서 어떨지는 봐야 한다"고 평했다.
김민수는 2015년 2차 특별지명 11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중간계투진으로 출발한 그는 2019년, 2020년 선발로도 경험을 쌓았다. 이후 꾸준히 구원진에 몸담았다. 특히 2022년엔 데뷔 첫 30홀드와 함께 평균자책점 1.90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지난 시즌은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3월 말 오른쪽 어깨 극상근건 손상 진단을 받았다. 재활 후 복귀했으나 8월 중순 왼쪽 발목(바깥쪽 복숭아뼈 부위) 골절상으로 수술하며 시즌 아웃됐다. 회복 후 스프링캠프에서 정상적으로 컨디션을 올리고 있다.
KT 위즈 투수 김민수가 24일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스프링캠프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 고아라 기자
이 감독은 "5선발을 맡은 선수들이 경기당 5이닝이 아닌 3~4이닝만 제대로 막아줘도 된다. 그렇게 초반 경기 분위기만 잡아줘도 좋을 듯하다"며 "5선발에 안정적인 카드가 생기기 전까진 이렇게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표 5선발 운영법이 가능한 이유가 있다. 이 감독은 "중간계투진에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많아졌다. 불펜으로만 6이닝 정도는 막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문용익(FA 김재윤 보상선수), 우규민(2차 드래프트)이 새로 합류했다. 문용익은 조금 더 다듬어야 하고, 우규민은 베테랑이다"며 "박시영이 부상에서 복귀했다. 주권도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필승조로 뛴 영건 세 명도 있다. 손동현, 이상동, 박영현이다. 확실히 안정감이 있다"며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보니 지난해 1년의 경험이 큰 것 같다. 셋 다 여러 면에서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구원진에 선수가 많으니 한두 명은 선발로 준비할 것이다. 선발로 나서다 안 되면 중간으로 돌아오면 되지만, 시즌 도중 구원투수를 선발로 만들 순 없다. 투구 수 때문이다"고 부연했다.
박영현은 새 마무리로 낙점했다. 기존 김재윤이 지난 시즌 종료 후 삼성 라이온즈로 자유계약(FA) 이적하며 생긴 공백을 채운다. 이 감독은 "어리지만 멘털이 무척 좋아 믿고 쓰려 한다. 지난해 (마무리 포함 필승조) 세 명이 4~5이닝을 책임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올해는 구원진이 풍부해졌으니 투수들의 부담감을 줄여주려 한다"며 "지난 시즌 박영현 포함 어린 선수들이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후유증이 있을 것이다. 올해 영현이가 힘들어하면 대신할 선수도 생각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좌완 불펜 갈증은 해소하지 못했다. 이 감독은 "전용주, 박세진이 있긴 하다. 전용주는 아프지만 않으면 어느 정도 괜찮을 듯하다"며 "박세진은 속구 제구가 얼마나 되느냐가 관건이다. 훈련할 때 피칭하는 것을 보면 나쁘지 않은데 중요한 것은 실전 경기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2019년 처음 KT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선수들이 스프링캠프에 몸을 잘 만들어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는 정말 다르다. 다들 너무 준비를 잘해왔다"며 "바로 경기를 치를 수 있을 정도로 몸을 만든 뒤 캠프에 왔더라. 남은 기간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훈련을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24일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스프링캠프 훈련을 앞두고 인터뷰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 고아라 기자
사진=오키나와(일본), 고아라 기자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