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시드니, 유준상 기자) 두산 베어스는 지난해 뒷문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었던 팀 중 하나다. 2023시즌 개막과 함께 마무리로 나선 홍건희가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함을 드러냈다. 결국 시즌 막바지에는 정철원이 마무리를 맡기도 했다.
2024시즌 마무리투수로 활약할 투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유경험자' 홍건희와 정철원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스프링캠프에서 눈도장을 받는 투수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도 있다.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신인' 김택연의 이름도 나오고 있다. 인천고를 졸업한 김택연은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장충고 황준서(한화 이글스)에 이어 전체 2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제구와 구위를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고, 또 지난해 고교 무대에서 13경기 64⅓이닝 7승 1패 평균자책점 1.13을 기록하며 발전된 기량을 뽐냈다.
김택연은 대표팀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지난해 대만에서 개최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U-18 야구월드컵에 출전, 6경기 16이닝 2승 평균자책점 0.88로 무려 29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는 괴력투를 선보였다.
드래프트 행사 당일 두산 구단은 김택연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미리 준비했을 정도로 그의 입단을 반겼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여러 선수들을 봄부터 추적해왔지만, 김택연 선수는 봄부터 U-18 야구월드컵까지 꾸준함을 보여줬다. 부상 없이 컨트롤 좋고 스피드를 유지했고, (앞으로) 두산에 빠르면 2~3년 안에 스토퍼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김택연은 U-18 야구월드컵 당시 5일 내내 마운드에 오르면서 다른 투수들보다 비교적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고, 한동안 휴식을 취해야 했다. 두산은 김택연에게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여전히 두산은 김택연의 활용법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9일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야구장에서 취재진을 만난 이승엽 두산 감독은 "(김)택연이 같은 경우 5개월 동안 공을 안 던진 상태에서 캠프에 들어갔다. 이제 불펜피칭을 세 차례 정도 했는데, 아직까지는 몸이 덜 올라온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천에서 두 차례 정도 불펜 피칭을 했지만, 투구수가 부족했다. 시간을 조금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며 "선배들과 경쟁하면서 페이스를 오버해서 끌어올릴 수 있다. 어차피 지금 중요한 게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김택연이 필승조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은 다소 낮아 보인다. 이 감독은 "부담없는 상황에 (김택연을) 올려야 하지 않을까. 마무리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시작부터 부담을 주고 싶진 않다. 프로에 들어온 뒤 아직 보여준 게 아무것도 없고 고교 시절의 명성과 구위만으로는 마무리를 맡길 수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부담 없는 상태에서 KBO리그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형들과 더 가까이 지내면서 모든 관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할 것"이라며 "아주 좋은 재능을 갖고 있는 투수인 만큼 분명 팀에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부담을 떠안았다가 다치게 되면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에 잘 관리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보직에 대한 부담 없이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김택연은 9일 오전 네 번째 불펜피칭을 소화했다. 포수 안승한과 합을 이룬 가운데, 직구를 비롯해 자신이 가진 구종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택연은 "코치님들도 하면 할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나도 계속 좋아지는 걸 확실히 느낀다"며 "아픈 데가 있었다면 쉬었겠지만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다. 조급하지 않고 시즌에 맞춰 잘 준비할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사진=두산 베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