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 동기 부여가 떨어져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하지 않는 선수들이 간혹 있다.
토트넘엔 그런 우려가 없다. 매 경기 뛰지 못해도 마치 주전처럼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오른쪽 수비수 에메르송 로얄이다. 지난 1월 입단한 페드로 포로에게 밀려 벤치에 자주 앉게 됐지만 훈련에선 모범이 되는 모습으로 다른 선수들에게 긍정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토트넘을 이끄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3일(한국시간) 런던 연고 구단 전문 매체 '풋볼 런던'과의 인터뷰에서 "에메르송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 매 경기 출전하는 주전 선수처럼 보인다"며 "남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내겐 매일같이 보이는 모습"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에메르송 태도와 행동은 군계일학"이라며 "다른 선수들이 뒤처질 틈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에메리송을 비롯해 프레이저 포스터, 벤 데이비스 등은 매일 같이 열심히 훈련하고 우수한 태도를 보인다. 다른 선수들이 태만할 변명거리도 주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에메르송과 데이비스는 올 시즌 중반 팀의 주전 수비수들이 줄줄이 부상당하고 징계를 당해 전력에서 이탈하자 선발 자리를 맡아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주전들이 돌아오면서 즉각 벤치에 앉아 대기하고 있다. 팀에 헌신하지 않을 핑계는 충분하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 증언에 따르면 두 선수 모두 훈련서 최선을 다하며 주전 자리를 꿰찼다고 안일해질 수 있는 다른 선수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팀의 2순위 골키퍼 포스터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올해로 만 35세로 사실상 전성기가 훌쩍 지난 골키퍼다. 비록 올 시즌 리그컵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해 백업 골키퍼로 쓰이고 있지만 팀 내 분위기 환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테코글루도 이를 인정해 그와 최근 재계약을 했다.
주전 수비수 미키 판더펜은 지난 2일 프리미어리그 공식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재밌는 동료로 포스터를 꼽았다. 판더펜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포스터가 농담을 하나 던지면 5분간 웃느라 숨을 못 쉴 정도"라고 전했다. 축구선수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 불만스러울 수 있음에도 '예능캐릭터'로 팀 분위기 반전에 지대한 공을 세우고 있는 셈이다.
토트넘의 비주전 선수들이 훈련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포스테코글루의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력 덕분이다.
공격 전술의핵심인 제임스 매디슨은 지난 10월 포스테코글루와 라커룸 분위기를 짚으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알파메일(상남자)'"이라고 전하며 "그는 선수들에게 열정을 매우 훌륭하게 심어주는 감독"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또 "포스테코글루가 말하는 방식이 있는데 그가 선수단 전부에게 말할 땐 마치 '알파메일'같다"며 그가 경기 전, 중, 후 선수단에게 말하고 있을 땐 모두가 가만히 듣고만 있는다. 눈도 깜박일 수 없다"고 했다.
남자들이 모여있을 때는 흔히 기싸움이 펼쳐지곤 하는데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젊고 혈기 넘치는 선수들을 훌륭하게 '조련'한다는 이야기다.
긍정 분위기가 토트넘을 감싸는 가운데 현재 리그 5위에 위치해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자리도 충분히 넘볼 수 있는 토트넘이다. 비록 3일 에버턴전에서 후반 막판 동점포를 내줘 2-2로 비겨 맨시티, 아스널, 애스턴 빌라(이상 승점 46)에 승점 2를 뒤지고 있지만 주전 선수들이 부상에서 모두 돌아온 만큼 백업들과 합심하면 4강 싸움이 여전히 가능하다.
사진=연합뉴스, 풋볼 런던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