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현 KT 단장과 투수 고영표가 비FA 다년 계약 체결 이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KT 위즈 역사상 첫 번째 비FA 다년 계약의 주인공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에이스' 고영표다.
KT는 25일 "투수 고영표와 5년 총액 107억원에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세부 계약 조건은 보장액 95억원, 옵션 12억원이다. KBO리그 역대 12번째 비FA 다년 계약자이자 투수만 놓고 보면 문승원, 박종훈, 김광현(이상 SSG 랜더스), 박세웅(롯데 자이언츠), 구창모(NC 다이노스)에 이어 이번이 6번째.
2014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10순위로 KT에 입단한 고영표는 팀이 1군에 진입한 2015년부터 꾸준히 기회를 받았다. 그해 46경기 57이닝 3승 4패 평균자책점 5.68을 기록한 데 이어 이듬해 53경기 56⅓이닝 2승 4패 5홀드 평균자책점 5.59의 성적을 남겼다.
본격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책임진 건 2017년이었다. 고영표는 2017시즌 25경기 141⅓이닝 8승 12패 1홀드 평균자책점 5.08을 마크했고, 2018년에는 25경기 142이닝 6승 9패 평균자책점 5.13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군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 고영표는 2018시즌을 끝으로 잠시 자리를 비웠다. 1년 10개월 동안 사회복무요원으로 지내며 중계로 소속팀의 경기를 지켜봤다. 그 사이 한층 탄탄해진 전력을 자랑한 KT는 2020년 1군 진입 6시즌 만에 처음으로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2년 동안 1군은 물론이고 퓨처스리그 경기도 소화할 수 없었던 고영표는 정교한 제구와 함께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복귀 첫 시즌이었던 2021년 26경기 166⅔이닝 11승 6패 1홀드 평균자책점 2.92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10승 고지를 밟았다.
KT 구단과 비FA 다년 계약을 맺은 투수 고영표가 홈구장인 수원KT위즈파크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또한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으로 국제대회 경험을 쌓았으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3경기 4⅔이닝 2홀드 6피안타 2탈삼진 2실점 평균자책점 3.86으로 팀의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고영표는 2022년 28경기 182⅓이닝 13승 8패 평균자책점 3.26으로 이닝이터다운 모습을 보여줬고, 지난해 28경기 174⅔이닝 12승 7패 평균자책점 2.78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이닝이다. 고영표는 국내 투수만 놓고 보면 2021~2023년 통산 이닝 1위였다. 외국인 투수까지 범위를 넓혀도 같은 기간 동안 고영표보다 많은 이닝을 책임진 투수는 데이비드 뷰캐넌(전 삼성 라이온즈, 525이닝) 단 한 명뿐이었다.
또 고영표는 선발투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인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퀄리티스타트를 21회 달성하면서 기복 없이 꾸준한 활약을 이어갔다.
원동력은 바로 자신의 장점인 제구였다. 고영표는 2021년 27개, 2022년 23개, 지난해 19개로 시즌을 거듭할수록 볼넷 개수를 줄였다. KBO리그 통계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고영표의 2021~2023년 9이닝당 볼넷 개수는 1.19개로 리그 전체 투수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KT 위즈와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한 투수 고영표가 장안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원래대로라면 고영표는 2024시즌 이후 FA 자격을 취득할 예정이었다. 일찌감치 '최대어'로 주목을 받으면서 다년 계약 가능성이 제기됐다. 올겨울 이렇다 할 외부 영입이 없었던 KT로선 이 부분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고, 선수와 여러 차례 논의를 거친 끝에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나도현 KT 단장은 “고영표는 구단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이며, 투수진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선수"라며 "실력은 물론이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투수이기에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앞으로도 에이스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영표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해주신 구단에 감사하다. KT 창단 맴버로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앞으로도 팀이 우승으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드릴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KT 구단 투수 개인 최다승 순위(2015~2023년)
-1위: 고영표(55승)
-2위: 윌리엄 쿠에바스(45승)
-3위: 김재윤(44승)
-4위: 배제성(40승)
-공동 5위: 라이언 피어밴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이상 36승)
◆KBO리그 역대 비FA 다년계약 사례(2022년 비FA 다년계약 체결했던 LG 오지환은 2023시즌 이후 FA 계약)
-공동 1호: 2021년 12월 14일, 문승원(SSG 랜더스) / 5년 총액 55억원
*연봉 총액 47억원, 옵션 8억원
-공동 1호: 2021년 12월 14일, 박종훈(SSG 랜더스) 5년 총액 65억원
*연봉 총액 56억원, 옵션 9억원
-3호: 2021년 12월 25일, 한유섬(SSG 랜더스) / 5년 총액 60억원
*연봉 총액 56억원, 연봉 4억원
-4호: 2022년 2월 3일, 구자욱(삼성 라이온즈) / 5년 총액 120억원
*연봉 총액 90억원, 옵션 30억원
-5호: 2022년 3월 8일, 김광현(SSG 랜더스) / 4년 총액 151억원
*연봉 총액 131억원, 옵션 20억원
-6호: 2022년 10월 26일, 박세웅(롯데 자이언츠) / 5년 총액 90억원
*연봉 총액 70억원, 옵션 20억원
-7호: 2022년 12월 17일, 구창모(NC 다이노스) / 6+1년 총액 132억원
*연봉 총액 88억원, 옵션 44억원
-8호: 2023년 6월 28일, 이원석(키움 히어로즈) / 2+1년 총액 10억원
*연봉 총액 7억원, 옵션 3억원
-9호: 2023년 10월 16일, 김태군(KIA 타이거즈) / 3년 총액 25억원
*연봉 총액 20억원, 옵션 5억원
-10호: 2024년 1월 5일, 최형우(KIA 타이거즈) / 1+1년 총액 22억원
*연봉 총액 20억원, 옵션 2억원
-11호: 2024년 1월 20일, 김성현(SSG 랜더스) / 3년 총액 6억원
*전액 보장
-12호: 2024년 1월 25일, 고영표(KT 위즈) / 5년 총액 107억원
*보장액 95억원, 옵션 12억원
사진=KT 위즈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