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유준상 기자)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이 3연승 질주와 함께 선두와의 격차를 승점 2점 차까지 좁혔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12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한국도로공사와의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1(25-27 25-23 25-13 25-21)로 승리하면서 승점 3점을 얻었다.
이날 승리로 3연승을 달린 흥국생명(18승5패·승점 50)은 선두 현대건설(17승5패·승점 52)을 승점 2점 차로 바짝 추격했다. 반면 2연승 도전에 실패한 도로공사의 성적은 7승16패(승점 22)가 됐다.
흥국생명에서는 '배구여제' 김연경이 양 팀 최다인 28득점으로 맹활약했다. 공격 성공률도 56.2%에 달했다. 레이나 토코쿠(20득점, 등록명 레이나)도 V-리그 데뷔 이후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종전 4라운드 정관장전, 페퍼저축은행전 15득점)으로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중요할 때마다 블로킹을 선보인 이주아(8득점)도 아본단자 감독을 미소 짓게 했다.
도로공사에서는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가 24득점으로 분전했다. 하지만 2세트 이후 급격하게 공격 성공률이 떨어졌고, 그게 팀의 패배로 이어졌다. 배유나(15득점)의 분전도 '무용지물'이었다.
▲양 팀 선발 라인업 및 경기 전 감독 코멘트
-흥국생명: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미들 블로커 김수지-아포짓 스파이커 옐레나-아웃사이드 히터 레이나-미들 블로커 이주아-세터 이원정, 리베로 김해란
3라운드 맞대결에서 도로공사에 패했던 아본단자 감독은 "오늘(12일)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더 좋은 경기,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상대의 경기력이나 결과가 최근 좋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옐레나의 경우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좋은 경기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어려운 상황이나 공격에서 처리해줘야 한다. 세터(이원정, 김다솔) 같은 경우 초반보다 팀 이해도가 올라갔기 때문에 후반부에는 경기적으로 더 좋은 경기 보여주길 바란다. 리베로 김해란이 부족한 걸 채워줬으면 좋겠고, 외국인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령탑이 또 강조한 건 바로 집중력이다. 아본단자 감독은 "배구적으로만 보자면 공격에서 해결책이 보여야 하는데,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하고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건 집중력이다. 랠리 상황이든, 혹은 세트나 경기 중에 기복이 큰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로공사: 아웃사이드 히터 이예림-미들 블로커 김세빈-아포짓 스파이커 문정원-아웃사이드 히터 부키리치-미들 블로커 배유나-세터 이윤정, 리베로 임명옥
타나차 쑥솟(등록명 타나차), 전새얀 등 다양한 카드를 놓고 아웃사이드 히터를 고민한 김종민 감독은 이예림을 먼저 선발로 기용했다. 경기 전만 해도 확실하게 아웃사이드 히터를 정하지 않았던 김 감독은 "전새얀, 타나차가 아닌 제3의 인물이 선발로 나올 수도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도약을 꿈꾸는 도로공사로선 국내 선수들의 분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종민 감독은 "국내 선수들 중에서 배유나 선수를 제외하면 득점력이 저조하기 때문에 그 부분이 가장 고민이다. 수비를 잘해야 하긴 하지만, 득점을 내야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 타나차가 15점 이상 기록하면 팀이 많이 이겼기 때문에 공격을 좀 해줬으면 하는데, (아웃사이드 히터가) 리시브를 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그 부분이 가장 어렵다. 타나차든 전새얀이든 그 자리에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직전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기억이 있긴 하지만,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게 김종민 감독의 생각이었다. 그는 "(3라운드 맞대결에서는) 흥국생명이 계속 연전을 하고 김천에 내려왔기 때문에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였고, 이제는 그 반대가 됐다. 우리가 연전을 하고 인천에 왔다. 할 수 있는 걸 준비하긴 했는데 그게 얼마나 선수들이 해주느냐에 따라서 승패가 결정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1세트: 부키리치의 쇼타임, 듀스 접전 끝에 웃은 도로공사
두 차례의 듀스 접전 끝에 1세트를 차지한 팀은 도로공사다.
경기 초반부터 도로공사가 거세게 상대를 몰아붙였다. 속공으로 양 팀 통틀어 첫 득점을 올린 김세빈이 서브 에이스를 기록했고, 레이나의 공격을 가로막은 배유나가 블로킹으로 점수를 뽑았다. 김세빈의 서브 범실 이후에는 부키리치의 연속 블로킹으로 두 팀의 스코어는 5-1이 됐다.
이주아가 블로킹으로 분위기를 반전하는 듯했지만, 도로공사는 이원정의 범실과 부키리치의 서브 에이스로 격차를 더 벌렸다. 여기에 배유나의 연속 득점까지 더해지면서 스코어가 9-2까지 벌어졌다.
11-6으로 앞서가던 도로공사는 이원정의 서브 범실과 부키리치의 블로킹, 이예림의 서브 에이스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6-14로 끌려가던 흥국생명은 이예림의 서브 범실과 옐레나의 블로킹, 레이나의 퀵오픈으로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격차를 좁힌 흥국생명은 9-15에서 김연경의 백어택과 레이나의 오픈, 배유나의 범실로 도로공사를 압박했다. 이윤정의 범실과 레이나의 연속 득점으로 1세트 스코어는 15-15. 두 팀의 격차가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흥국생명은 내친김에 옐레나의 퀵오픈과 김수지의 서브 에이스에 힘입어 역전에 성공, 17-15로 리드를 잡았다. 배유나의 시간차 이후에는 레이나의 연속 득점으로 19-16을 만들었다.
도로공사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도로공사는 오픈과 백어택으로 득점을 생산한 부키리치 덕에 18-19로 추격했고, 배유나가 옐레나의 공격을 차단하면서 19-19 균형을 맞췄다. 옐레나와 부키리치의 백어택 이후 20-20에서는 옐레나의 범실로 다시 리드를 되찾았다.
리드를 빼앗긴 흥국생명은 21-22에서 문정원의 범실과 김연경의 연속 득점으로 먼저 세트 포인트에 도달했다. 이에 질세라 도로공사도 김세빈과 부키리치의 득점으로 승부를 듀스 접전까지 끌고 갔다.
김세빈의 블로킹과 옐레나의 오픈으로 스코어는 25-25. 집중력을 발휘한 부키리치가 오픈으로 점수를 추가했고, 26-25에서 또 한 번 공격을 성공하면서 치열했던 1세트에 마침표를 찍었다.
부키리치가 홀로 12득점을 기록하며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고, 중앙에서 힘을 보탠 배유나와 김세빈이 각각 5득점과 4득점으로 활약했다. 흥국생명은 레이나(6득점), 김연경(5득점)의 분전에도 웃지 못했다.
▲2세트: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은 흥국생명, 반격 나섰다
1세트를 내준 흥국생명이 2세트에 아쉬움을 덜었다.
흥국생명은 김수지의 속공과 문정원의 범실로 기분 좋게 2세트를 출발했지만, 그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도로공사가 부키리치의 퀵오픈과 배유나의 오픈으로 동점을 이뤘고, 옐레나의 범실 이후 배유나의 득점으로 스코어는 4-2.
레이나의 퀵오픈과 김연경의 백어택이 나오면서 흥국생명이 4-4로 따라붙자 도로공사는 옐레나의 서브 범실과 이예림의 연속 득점으로 거리를 벌렸다. 옐레나의 백어택과 이주아의 블로킹 이후에도 이예림의 퀵오픈과 문정원의 서브 에이스로 상대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2세트까지 내줄 수 없었던 흥국생명도 힘을 냈다. 12-14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레이나의 오픈과 부키리치의 범실로 14-14를 만들었고, 15-18에서는 연속 3득점으로 다시 한 번 저력을 발휘했다.
흥국생명은 20-21에서 이윤정의 서브 범실 이후 옐레나의 오픈으로 승부를 뒤집었고, 23-23에서 레이나의 오픈 이후 이주아가 오픈을 시도하던 배유나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막아내며 2세트를 매듭지었다.
흥국생명(33.3%)과 도로공사(30.6%) 모두 공격 성공률이 높지 않았다. 실책도 각각 9개, 8개로 많은 편이었다. 결국 사소한 차이로 두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블로킹으로만 3득점을 기록한 이주아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3세트: 일찌감치 벌어진 격차, 승점 3점을 향한 의지 드러낸 흥국생명
2세트의 상승세를 유지한 흥국생명이 3세트에도 활짝 웃었다.
3세트 초반 팀을 이끌었던 선수는 '에이스' 김연경과 레이나다. 김연경이 4-4에서 연속 득점을 올리자 레이나도 서브 에이스와 오픈으로 팀에 득점을 선물했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8-4까지 벌어졌다.
도로공사가 이예림의 오픈으로 1점을 만회했지만, 8-5에서 옐레나와 레이나의 연속 백어택, 김연경의 득점이 차례로 터져나왔다. 부키리치의 백어택과 김연경의 퀵오픈 이후에는 레이나의 백어택과 부키리치의 연속 범실로 두 팀의 스코어는 15-6이 됐다. 공격 성공률이 떨어진 부키리치를 지켜볼 수 없었던 도로공사는 타나차를 투입했다.
9점 차 리드로 만족할 생각이 없었던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연속 득점으로 17-6까지 달아나며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19-8에서는 김연경의 백어택으로 20점 고지를 선점했다.
도로공사는 8-20에서 타나차의 퀵오픈을 시작으로 내리 4점을 뽑으며 12-20까지 따라붙었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흥국생명은 21-13에서 레이나와 김연경의 연속 득점, 박수연의 서브 에이스로 세트 포인트를 가져왔고 김연경의 득점으로 3세트를 마무리했다.
3세트는 말 그대로 김연경을 위한 무대였다. 그는 3세트에만 11득점, 공격 성공률 78.6%를 나타내며 팀을 이끌었다. 레이나도 6득점으로 3세트 승리에 기여했다. 도로공사는 2득점에 그친 부키리치의 부진 속에서 21.1%의 낮은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4세트: 마지막까지 계획대로, 승점 3점 가져온 흥국생명
풀세트를 생각할 이유가 없었던 흥국생명은 계획대로 승점 3점을 차지했다.
2-2에서 이주아가 속공으로 득점을 뽑은 뒤 배유나가 범실을 범했다. 이주아는 속공에 이어 블로킹까지 성공했고, 김연경의 블로킹까지 더해지면서 두 팀의 스코어가 7-2까지 벌어졌다. 김종민 감독은 이윤정 대신 박은지를 투입, 세터에 변화를 줬다.
흥국생명은 7-3에서 김연경과 김수지의 오픈으로 점수를 차곡차곡 쌓았지만, 도로공사도 물러서지 않았다. 7-11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김세빈과 부키리치의 블로킹, 레이나의 범실로 1점 차까지 거리를 좁혔다.
분위기가 살아난 도로공사는 조직력을 앞세워 반전을 노렸고, 10-12에서 타나차와 부키리치의 연속 득점으로 12-12 동점에 성공했다. 그러나 퀵오픈으로 득점을 기록한 레이나가 연달아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면서 홈 팬들을 열광케 했고, 옐레나의 서브 에이스로 승부의 추가 흥국생명 쪽으로 기울어졌다.
추격 의지를 발휘한 도로공사는 타나차의 퀵오픈과 배유나의 연속 득점, 이예림의 백어택으로 단숨에 16-16 균형을 이뤘다. 타임아웃 이후에는 타나차가 연속 서브 에이스로 상대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었다.
역전을 헌납한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퀵오픈과 이예림의 범실로 동점을 만들었다. 김연경은 이주아의 서브 때 타나차의 리시브가 흔들린 걸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 다시 승부를 뒤집었다. 20-19에서는 도로공사의 조직력까지 흔들리면서 믿었던 부키리치마저 연속 범실을 범했다.
'굳히기'에 돌입한 흥국생명은 22-20에서 김연경의 득점으로 승리에 한 걸음 다가섰고, 23-21에서 김연경의 득점과 부키리치의 범실로 경기를 끝냈다.
사진=인천, 김한준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