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유준상 기자) 흥국생명이 만원관중 앞에서 무기력한 모습으로 패배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은 31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현대건설과의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0-3(20-25 20-25 19-25)으로 완패했다.
흥국생명 구단의 발표에 따르면, 이날 삼산월드체육관에는 6170명의 관중이 몰렸다. 24일 정관장전(6150석) 이후 올 시즌 두 번째 홈경기 매진이다. 또 흥국생명은 구단 역대 단일 홈경기 최다관중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흥국생명은 팬들의 성원에 화답하지 못했다. 20일(3라운드)에 이어 또 한 번 맞대결에서 패배하면서 시즌 성적 15승5패(승점 42)가 됐다. 선두 현대건설(15승5패·승점 47)과의 격차는 승점 5점으로 벌어졌다.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가 팀 내 최다인 15득점을 책임졌고, 김연경과 레이나 토코쿠가 각각 13득점과 11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하지만 팀 공격 성공률이 33.9%에 그쳤고, 큰 점수 차로 앞선 2세트와 3세트를 가져오지 못한 것이 패배로 이어졌다.
출발이 좋지 않았다. 흥국생명은 1세트 45.7%의 공격 성공률로 현대건설(53.1%)보다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레이나와 옐레나가 각각 6득점, 5득점을 올렸으나 국내 선수들이 대체로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2세트에는 분위기가 달라지는 듯했다. 현대건설과 팽팽한 접전을 벌이다가 13-12에서 이다현의 범실과 김연경의 연속 득점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16-12에서 추격을 허용했고, 19-19에서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와 정지윤의 연속 득점을 지켜봐야 했다.
3세트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흥국생명은 3세트 돌입 직후 김연경과 옐레나의 연속 득점, 레이나의 서브 에이스로 3-0 리드를 잡았다. 5-3에서는 연속 3득점으로 8-3까지 달아났다.
그러나 이번에도 뒷심이 부족했다. 흥국생명은 5점 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을 헌납했다. 15-14에서 정지윤의 연속 득점과 모마, 이다현의 블로킹으로 추격 의지가 꺾였다. 17-19에서는 옐레나의 범실과 고민지의 서브 에이스까지 터져나오면서 승부의 추가 현대건설 쪽으로 기울어졌고, 그렇게 현대건설의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경기 후 아본단자 감독은 "상대 팀이 좋은 경기를 보여준 것 같다. 이길 자격이 있었고, 승리를 축하한다고 얘기해주고 싶다"며 "우리 팀은 블로킹, 수비가 잘 안 됐다. 1세트 초반에는 서브가 잘 안 됐다"고 총평했다.
3라운드 맞대결보다 비교적 경기력이 나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만족스럽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아본단자 감독은 "사실 그때 배구가 잘 안 됐고 상대팀의 주전 세터가 빠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리 팀의 태도나 에너지가 부족했다"며 "그때와 비교하자면 더 좋은 경기를 보여줬지만, 확실히 상대가 잘했다. 공격수에게 올라오는 볼을 보더라도 효율이 좋다 보니까 우리 팀의 블로킹, 수비가 잘 안 됐다"고 아쉬워했다.
또 그는 "우리도 현대건설과 마찬가지로 중앙을 활용했어야 하는데, 최근 두 경기와 달리 오늘은 잘 이뤄지지 않았다. 볼 분배도 균일하게 이뤄져야 할 것 같다. 현대건설 같은 경우 포지션마다 좋은 선수가 있어서 원활하게 교체가 이뤄지는 부분도 있다"며 "평소보다 (좋은) 서브가 잘 안 나온 것 같은데, 이렇게 분배를 잘하는 팀 입장에서는 플레이를 하는 게 쉬워진다. (현대건설과의 맞대결 때) 그런 부분이 어려운 것 같다"고 진단했다.
4라운드 돌입과 함께 코트에 돌아온 리베로 김해란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아본단자 감독은 "김해란이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8~9개월 정도 경기에 나서지 않았는데, 최선을 다해줬다. 도수빈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해줬다"며" "김해란에 대한 믿음이나 신뢰는 충분하다. 오늘 경기에서 잘 안 된 부분이 있긴 해도 팀에 많은 도움이 되는 선수"라고 격려했다.
끝으로 아본단자 감독은 "앞으로 두 차례의 맞대결이 남아있긴 하지만, 당장 다음 경기인 IBK기업은행도 쉬운 경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다시 잘 준비했으면 한다"며 "최종적인 목표는 좋은 경기력으로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것이다. 새해에는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한국배구연맹(KOVO)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