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지난 9일 열린 수원FC-부산 아이파크, 강원FC-김포FC 승강플레이오프(PO) 2차전 2경기를 끝으로 올해 K리그가 9개월 보름여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울산과 김천이 예상대로 K리그1과 K리그2에서 각각 우승컵을 거머쥔 가운데 지난 1995년 창단돼 K리그 최고 인기 구단임을 자처했던 수원 삼성이 창단 28년 만에 처음으로 강등되는 충격적인 사건도 일어나 한국 프로축구의 판이 바뀌고 있음을 알렸다. '회장님 구단'으로 불리는 부산 아이파크의 승격 실패 역시 K리그를 마지막까지 예측불허로 몰아넣은 사건 중 하나였다.
전체적으론 우승권 경쟁의 경우, 특히 K리그1에서 일찌감치 승자가 결정돼 다소 싱거운 양상을 띠었다. 반면 강등권 싸움은 혈투에 반전을 거듭해 어느 해보다 유례 없는 생존 싸움의 재미를 안겼다.
◆반환점 돌기 전 13점 차…우승 다툼 정말 싱거웠다
올해 K리그1 우승 레이스는 맥이 빠졌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이른 시점에서 울산 우승이 가시화됐다.
지난해 정상에 올라 2005년 이후 17년 만에 트로피를 들어올린 울산은 올시즌엔 라이벌 전북과의 개막전 2-1 승리를 시작으로 6라운드 수원전까지 전부 이겨 초반부터 치고 나섰다. 리그가 반환점을 돈 19라운드까지 승점에서 울산은 47점을 벌어 34점인 2위 포항을 4경기 차 이상으로 따돌렸다.
3라운드부터 단독 선두에 올라선 뒤 단 한 번도 뒤집히지 않고 그래도 내달렸다. 프로야구에서 말하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거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실 울산이 2연패를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한 것은 아니었다. 스웨덴 출신 윙어 루빅손과 보야니치를 데려왔고, K리그1 득점왕 경력을 갖고 있는 주민규, 테크니션 김민혁을 영입했으나 지난해 우승 주역이었던 일본인 미드필더 아마노 준을 전북에 빼앗기는 등 마이너스 요인도 있었다.
지난해 우승을 내준 전북이 아마노와 함께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던 이동준을 영입했으며 오재혁, 이수빈, 정민기(골키퍼), 정태욱 등 젊은 피들을 세대교체 명분 아래 대거 확보했다. 유럽 진출 여부로 화제였던 조규성이 일단 상반기까지 남은 것도 호재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나니 울산은 지난해 조직력과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을 유지한 채 업그레이드를 이뤄 탄탄대로를 걸었다. 물론 울산도 22~29라운드 8경기에서 2승 2무 4패에 그치는 등 부침을 겪었지만 다른 팀들이 서로 물고 물리면서 선두 수성엔 어떤 영향도 받질 않았다.
대항마 전북이 스스로 무너진 것도 울산의 독주 이유가 됐다. 전북은 기존 멤버와 새 멤버간 조직력이 맞지 않으면서 초반 10경기에서 6패를 당하는 충격을 겪었다. 김상식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우승레이스보다는 6강 싸움에 급급한 상황에 계속 몰렸다. 루마니아 출신 단 페트레스쿠 감독이 온 뒤에도 이는 나아지지 않았다. 전북은 결국 4위에 그쳤다.
최종 38라운드를 마친 결과 울산(승점 78)보다 12점이나 뒤져 준우승한 포항(승점 64)의 분전은 눈에 띄지만 그렇다고 울산에 대항할 전력도 아니었다. 결국 K리그1 후반기 상위권 다툼은 우승 경쟁보다는 2위 싸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티켓 경쟁에 더 초점이 맞춰져 주목도가 떨어졌다.
승격팀인 시민구단 광주(승점 59)가 3위를 차지한 것은 시선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브라이턴의 사령탑 로베르토 데 제르비에 비견되는 이정효 감독의 용병술을 중심으로, 광주는 11명이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며 올해 K리그 최대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편으론 서울, 수원, 제주 등 대기업 지원을 받는 구단들이 광주의 분전을 보며 반성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사상 최고 생존 다툼…수원 강등, K리그 한 페이지가 끝났다
올해 K리그1은 승강제 실시 이후 '역대급' 생존 전쟁이 벌어진 것으로 기억에 남을 만하다.
K리그1은 지난해부터 12개팀 중 10~11위 두 팀이 K리그2 두 팀과 승강PO를 짝지어 치르고, 최하위 12위팀은 2부에 바로 강등되는 것으로 규정을 바꿨다. 이 규정 변경이 올해 강등 싸움에 딱 들어맞았다.
수원과 강원이 초반부터 탈꼴찌 싸움에 돌입한 가운데 당초 중위권으로 분류됐던 수원FC도 12라운드부터 24라운드까지 13경기에서 1승 2무 10패를 기록하며 6위였던 순위가 10위로 고정된 것이다.
특히 명문을 자처하며 2000~2010년 성적과 인기에서 최고를 자랑하던 수원이 강등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다가 결국 2부로 내려간 일은 K리그 40년사에 가장 충격적인 일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즌 초 7경기에서 2무 5패에 그치자 이병근 감독을 경질한 수원은 이후 김병수 감독을 선임하고 전열을 재정비, 7월15일 선두 울산과의 홈 경기 3-1 승리, 이어진 7월22일 강원과의 원정 경기 2-1 승리 등 2연승을 달리며 생존 희망을 살리는 듯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고 9월23일 대전 원정에서 1-3으로 패해 4연패 늪에 빠지면서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명문 첼시처럼 한 시즌에 감독을 2번이나 바꾸는 홍역을 앓게 됐다.
레전드 염기훈을 감독대행으로 세워 마지막 안간힘을 쓴 수원은 파이널B(하위 스플릿)에서 수원FC전, 서울전을 연달아 이겨 최종 38라운드에서 강원을 이기면 승강PO에 진출해 생존할 수 있는 불씨를 살렸다. 그러나 홈 강원전에서 0-0으로 비겨 최하위를 확정지었고 분노한 팬들의 목소리에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는 흉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수원은 지난 시즌에도 승강PO를 치러 살아남았기 때문에 올시즌 앞두고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그러나 스트라이커 오현규를 50억원 가까운 이적료에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내다팔고도 뚜렷한 대체 공격수를 뽑지 않는 등 구단 예산 감축을 떠나 올시즌을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원 앞에 어려운 항해는 예상됐으나 꼴찌할 전력은 아니어서 수원팬은 물론 K리그를 아끼는 많은 팬들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기업구단 줄전 거듭…K리그2는 시도민구단 세상?
K리그2는 많은 이들이 전망한대로 우수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군팀 김천이 정상에 올랐으나 여정은 쉽지 않았다. 시즌 도중 정정용 감독을 선임한 김천은 시즌 중반 6위까지 떨어지는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7월10일 안산전부터 8월15일 서울이랜드전까지 10경기에서 8승 2패를 질주하면서 선두로 올라섰다. 초가을 5경기에서 1승 1무 3패에 그쳐 부산에 선두를 내주기도 했으나 마지막 7경기 6승 1무 뒷심을 발휘, 최종전 2경기에서 전남과 충북청주에 덜미를 잡히고 1무 1패에 그친 부산을 따돌리고 우승했다.
김천은 내년 1부리그에서 다시 강등을 피하기 위한 사투를 벌이게 됐다.
올해 K리그2 특징 역시 기업 구단들이 졸전을 거듭했다는 점으로 요약된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구단주로 있는 부산은 다잡은 우승 및 다이렉트 승격 티켓을 최종전이었던 충북청주전 후반 추가시간에 동점포를 허용해 날리더니 승강PO에서도 1차전을 이기고도 2차전 막판 15분을 지키지 못해 수원FC에 역전패했다.
과거 K리그1 다크호스로 군림했던 전남은 시즌 내내 중위권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더니 7위에 그쳐 K리그2 준플레이오프 티켓도 손에 쥐지 못했으며, 서울이랜드는 박충균 감독을 선임해 새출발했으나 13개팀 중 11위라는 치욕적인 성적을 기록하면서 박 감독과 1년 만에 결별했다.
비록 승격하진 못했지만 김포, 경남, 부천, 안양 등 시도민구단들이 K리그2 3~6위를 차지하며 분전한 시즌이 됐다. K리그2는 내년 수원이 가세하면서 더욱 박터지는 승격 싸움이 불가피하게 됐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한국프로축구연맹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