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고척, 유준상 기자) 신민재(LG 트윈스)의 2023년은 화려했다. 팀의 마지막 퍼즐조각을 채워준 그는 데뷔 첫 100경기 출전과 함께 첫 우승의 기쁨까지 맛봤다.
2015년 두산 베어스 육성선수 입단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신민재는 2018년 말 KBO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로 이적했다. 외야는 물론이고 내야 수비도 가능한 만큼 LG로선 신민재의 활용폭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신민재는 LG 유니폼을 입은 2019년 1군에서 81경기를 소화했고, 이듬해에는 68경기에 나섰다. 2021년(32경기)과 2022년(14경기)을 조용하게 보냈으나 올해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100경기를 뛰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특히 시즌 초반부터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선보인 신민재는 생애 첫 도루왕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시즌 막바지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시즌 최종 성적은 122경기 282타수 78안타 타율 0.277 28타점 37도루. 비록 신민재는 정수빈(두산)에 밀려 도루 부문 2위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한국시리즈 전 경기에 출전하는 등 마지막까지 팀에 힘을 보탰다.
신민재는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양준혁야구재단 2023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를 앞두고 "좀 더 지나야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다는 게 실감이 날 것 같다. 동료들과 따로 얘길 나눈 건 없고, 기분 좋게 시리즈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는 '이제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우승) 보너스가 들어오면 좀 느낌이 들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한국시리즈를 돌아본 신민재는 "정규시즌과 비교했을 때 크게 다른 건 없었는데, 집중력이 좀 더 높아지고 팬분들이 많아서 재밌었던 것 같다. 근데 (우승이 확정된 경기에서) 9회초에는 정말 소리가 다르긴 하더라. 그때 실감이 좀 났다"고 회상했다.
지난 시즌 이후 마무리훈련 때부터 선수들을 지휘한 염경엽 LG 감독은 여러 선수를 눈여겨봤지만, 팀의 기동력을 책임질 신민재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사령탑이 '염경엽의 야구에 필요한 선수'라는 표현까지 했을 정도로 신민재가 느끼는 책임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신민재는 "책임감도 있었지만, 처음에 기회를 주셨을 때 그 기회를 잡지 못하면 끝이라고 봤기 때문에 좋으면서도 잘 준비해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며 "내가 좋은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주전 자리를 만들려는 생각뿐이었다"고 돌아봤다.
예년에 비해 훨씬 좋은 성적을 올린 신민재는 자신의 2023시즌을 평가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100점 만점에 70점을 줬다. 올 시즌 활약상에 비하면 그리 높은 점수는 아니었다. 생각보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신민재는 "체력적인 부분에서 좀 떨어지다 보니까 스스로 관리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부상으로 인해서 타이틀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에 점수가 깎인 게 아닌가 싶다. 시즌을 완주하긴 했으나 (부상으로) 몇 경기를 출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여름 7~8월 정도가 가장 힘들었는데, 그 시기가 지난 뒤 날도 좀 선선해지고 했기 때문에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근데 그때 페이스가 확 떨어지더라. 체력적인 면에서 내년에 좀 더 준비를 잘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올핸 팀도 우승했고 개인적으로도 좋긴 했지만, 내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확실하게 주전을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루왕을 놓친 아쉬움보다는 부상 때문에 경기를 뛰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이 남았다. 신민재는 "마지막에 다리 부상으로 10경기 정도 소화하지 못했다. 단순히 (정)수빈이 형에게 순위를 내줘서 화난 게 아니었다. 끝까지 해보지도 못하고 끝났다는 것에 화가 좀 많이 났다.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도루왕에 도전해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신민재의 2024시즌 목표는 70점 그 이상이다. 그는 "점수가 더 떨어지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또 좀 더 점수를 채울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수비다. 목표로 잡은 수치가 있긴 한데, 일단 수비가 확실하게 돼야 타격이나 주루가 된다고 생각한다. 또 체력적인 부분에 대해 나름대로 계획을 세웠고, 준비는 잘하고 있다"며 "올해 많은 팬분들께서 야구장에 찾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내년에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겨우내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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