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최근 리그 2연패를 당한 뒤에도 에릭 다이어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축구에서는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고 강조하면서 여전히 리그 우승을 향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15일(한국시간) "토트넘 홋스퍼 수비수 다이어가 프리미어리그 타이틀 도전에 나섰다. 다이어는 토트넘이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하는 것이 여전히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라며 다이어가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시즌 토트넘은 10경기 동안 8승2무 무패를 달리며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브렌트퍼드와의 개막전,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비긴 게 전부였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등 경쟁팀들은 모두 꺾었다.
새롭게 부임한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축구도 조세 무리뉴, 안토니오 콘테 등 이전 감독들과 다르게 공격적인 색채를 가지고 있었기에 많은 호평을 받았다. 미키 판더펜, 데스티니 우도기, 제임스 매디슨 등 신입생들도 곧바로 주전을 차지하며 성공적인 영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손흥민을 측면이 아닌 중앙으로 배치한 선택도 탁월했다. 손흥민은 10경기에서 8골을 터뜨리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상승세를 이끌었고, 토트넘은 리그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하지만 최근 리그 2연패를 당하며 기세가 크게 꺾였다. 토트넘은 첼시와의 경기에서 2명이 퇴장 당하고 판더펜과 매디슨이 심각한 부상을 당하는 끝에 1-4로 졌던 토트넘은 이어진 울버햄프턴과의 경기에서 1-2로 역전패 했다. 순위도 4위까지 내려앉았다. 단독 선두를 달릴 때 토트넘의 리그 우승 가능성을 거론하던 이들도 조용해졌다.
앞서 10라운드가 끝난 직후 디애슬레틱은 "시즌 초반이지만 10경기가 끝난 후 리그 순위표를 신뢰할 수 있다. 앞으로의 시즌에 대해 많은 걸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라면서 "1995년부터 2017년까지 경기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10라운드 기준 1위 팀은 최종 라운드에서 상위 3위 안에 들 가능성이 77.3%로 나타났다"고 조명했다.
이어 "타이틀 도전이든 아니든, 시즌의 1/4만 지나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무대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토트넘 팬들이 환호할 만한 소식이다"라고 토트넘이 설사 우승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3위 안에는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20라운드, 30라운드 기준으로는 순위 변동 가능성이 더욱 적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디애슬레틱은 "10라운드 기준 1위 팀이 최종 라운드에서 3위 안에 들 확률이 77%라면, 20라운드 기준으로는 87%로 증가하며, 30라운드 기준으로는 94%까지 증가한다"라면서 "이르면 11월 리그 순위를 보면 각 팅의 최종 순위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연패를 당한 후 슈퍼컴퓨터가 예측한 우승 확률은 1%도 되지 않았다. 축구 통계 전문업체 옵타가 자체 슈퍼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토트넘이 이번 시즌 리그에서 우승할 확률은 불과 0.2%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전과 비주전간 실력 차가 극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판더펜, 매디슨의 부상으로 최소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기 전까지는 비주전 선수들을 기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만년 후보에 머물렀던 다이어는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다이어는 1994년 잉글랜드에서 태어나 포르투갈에서 유소년 시절을 거친 뒤 2014/15시즌 앞두고 포르투갈 명문 스포르팅에서 토트넘으로 이적, 해리 케인과 함께 토트넘 공수를 책임지던 센터백이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측면 수비수까지 가능했던 그는 2021/22시즌 프리미어리그 38경기 중 35경기를 전부 선발로 나서는 등 토트넘 부동의 수비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그의 입지는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에도 33경기(선발 31경기)에 나서는 등 경기 출전은 제법 많았지만 토트넘 수비가 무너지는 중심에 그가 서 있었다. 스피드가 느린 데다가 넋 놓고 당하는 수비가 많다보니 팬들의 그를 향한 비난도 굉장했다.
전반 21분 만에 5골을 내준 2023년 4월23일 충격의 뉴캐슬전, 전반 15분 만에 3골을 허용한 2023년 4월30일 치욕의 리버풀전 모두 다이어가 90분 풀타임을 뛸 때 일어난 일이었다. 후방 수비가 상대의 빠른 공격에 유린당하다보니 토트넘 참패의 책임을 일정 부분 다이어가 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다이어가 2023/24시즌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오면서 완전히 밀려난 것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크리스티안 로메로를 부주장 겸 수비 리더로 세우면서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데려온 미키 판더펜을 로메로의 짝을 세우며 다이어를 벤치로 내리거나 아예 명단에서 빼버렸다.
하지만 지난 7일 첼시전부터 대반전이 일어났다. 로메로가 다이렉트 퇴장을 당해 3경기 결장 징계를 받았고 판더펜은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을 당해 올해 복귀는 어렵게 되면서 다이어가 첼시전, 그리고 지난 11일 울버햄프턴전에 연속 출전한 것이다. 토트넘은 A매치 휴식기가 끝난 뒤 벌어지는 5위 애스턴 빌라, 선두 맨시티와의 경기에서도 다이어를 수비 중심축으로 쓸 수밖애 없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인디펜던트는 "시즌 초반 스쿼드에서 제외됐던 다이어는 토트넘이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아스널과 함께 우승 경쟁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라며 다이어의 발언에 주목했다.
다이어는 "아직 시즌 초반이고 갈 길이 멀다. 난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축구에서는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라면서 토트넘이 앞으로도 경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발언 내용만 놓고 보면 지난시즌까지 케인과 주장단에 속해 팀을 리딩하는 모습 그대로 돌아온 것 같다.
다만 토트넘에서 다이어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내년 여름이면 토트넘과 계약이 만료되며, 많은 팬들이 지금까지 수비 구멍으로 활약했던 다이어가 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최근 울버햄프턴 역전패 원인도 후반 막판 다이어의 집중력이 떨어졌던 게 가장 컸다.
또한 센터백 부족으로 주름이 깊어진 독일 최강 바이에른 뮌헨이 올 겨울 이적시장에서 다이어를 영입할 것이라는 이적설과도 연결되고 있다.
벵자맹 파바르, 요시프 스타니시치가 나간 상황에서 다요 우파메카노, 마테이스 더리흐트가 번갈아 다치면서 김민재가 혹사 수준으로 뛰고 있어 다이어가 새로운 파트너로 뛸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영국 풋볼 인사이더는 "다이어가 토트넘을 떠나 뮌헨으로 합류하는데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독일 FCB인사이더 또한 "뮌헨은 올 겨울 이적시장 준비에 돌입했다. 뮌헨은 수비진을 보강하고자 하며, 이미 다이어를 구체적인 목표로 설정했다"라면서 "다이어의 장점은 다재다능한 능력이다. 센터백, 측면 수비, 수비형 미드필더로 뛸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해리 케인과 절친한 사이인 것도 주목할만 하다"라고 뮌헨이 다이어를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빠르면 올 겨울 토트넘을 떠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다이어는 "미래는 알 수 없다. 난 29살이다. 앞으로 축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난 젊고 축구가 최우선이다"라고 축구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라고 강조했다. 또한 친정팀 스포르팅 복귀설에 대해서는 "언젠가는 돌아갈 거다. 내가 12년을 보낸 곳이고 제2의 고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기를 뛰기 위해 가는 건 아직 알 수 없고, 말할 수도 없다"라며 은퇴 이후에나 향하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사진=EPA, PA Wire/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