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김태형 신 감독 체재에서 새 출발을 준비 중인 롯데 자이언츠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음주운전' 리스크와 맞닥뜨렸다. 내야수 배성빈이 자신의 잘못을 숨겼다 뒤늦게 적발됐다.
롯데 구단은 14일 '엑스포츠뉴스'와의 통화에서 "배영빈이 지난달 말 서울에서 술자리를 가진 뒤 음주단속에 적발된 사실을 지난주 파악했다"며 "곧바로 한국야구위원회(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를 마친 상태다. 오는 16일 배영빈에 대한 구단 상벌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배영빈은 지난달 23일 대리운전 기사를 부른 뒤 자신의 차량을 골목에서 빼다가 경찰 단속에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영빈은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롯데 구단을 파악하고 있다.
배영빈은 올해 홍익대를 졸업한 뒤 육성선수로 롯데에 입단했다. 지난 5월 정식 선수 신분으로 계약을 맺었고 지난 8월 20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꿈에 그리던 1군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올해 1군 18경기 타율 0.313(16타수 5안타) 1도루로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롯데 내부적으로 유망주로 분류될 정도로 기대를 모았다.
롯데의 올해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2경기였던 지난 10월 15∼16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 모두 선발로 출전하는 등 팀의 내년 시즌 구상에 포함될 수 있는 행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음주운전으로 자신의 앞길을 스스로 막는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 여기에 팀에 자신의 비위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서 더 큰 민폐를 끼쳤다.
롯데는 지난 10월 20일 김태형 감독을 선임하고 2024 시즌 도약을 준비 중이었다. 2017 시즌 정규리그를 3위로 마치고 준플레이오프 무대에 오른 뒤 올해까지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아픔을 씻기 위해 팀 전체가 온 힘을 쏟고 있었다.
그러나 배영빈은 구단의 행보에 찬물을 끼얹었다. 음주운전도 용서받을 수 없는 '중죄'지만 구단에 자신의 잘못을 숨긴 건 더 큰 잘못이다.
배영빈은 음주운전 경찰 입건 직후에도 아무렇지 않게 경상남도 김해 상동에서 진행 중인 롯데의 마무리 캠프에 참가했다. 구단을 기만하고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이기적인 행동이었다.
롯데를 비롯한 KBO리그 10개 구단은 신인 선수들은 물론 선수단 전체를 대상으로 한 음주운전 방지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음주운전이 결코 용서받지 못할 행위라는 점을 비롯해 프로야구 선수로서 가져야 하는 사회적 책무에 대해서도 수없이 강조 중이다.
배영빈은 또래 선수들보다 힘겹게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다른 누구보다 더 많은 땀을 흘려도 모자랄 시기에 음주운전으로 자신의 앞길을 스스로 막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말았다.
더 큰 죄는 구단에 음주운전 사실을 숨기고 마무리 캠프까지 참가한 일이다. 배영빈 자신만 입을 다물면 스스로의 죄를 덮을 수 있다고 믿었는지 모르겠지만 바보 같은 행동이었다.
롯데는 앞서 지난 3월 2019년 1차지명으로 입단한 유망주 투수 서준원이 미성년자 착취 유인 혐의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사실을 숨겼다가 방출을 결정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롯데는 서준원 사태 이후 선수단 일탈 행위 방지 교육을 더 크게 강화했다. 음주운전 방지 교육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정기적으로 실시 중이다. 롯데 소속 선수의 음주운전은 2012년 고원준 이후 11년 만이다.
배영빈은 롯데 구단의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팀 전체가 김태형 신임 감독과 함께 2024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노력하고 있던 시점에서 한 사람의 잘못으로 동료들만 피해를 입게 됐다.
KBO는 시대 정신에 발맞춰 음주운전에 대해 엄정 대응 중이다. KBO 음주운전 처벌 규정에 따르면 면허정지 최초 적발은 70경기 출장 정지, 면허취소 최초 적발은 1년 실격 처분에 징계를 내리고 있다. 2회 음주운전은 5년 실격, 3회 이상은 영구 실격으로 중징계에 처한다.
롯데는 일단 배영빈의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파악한 즉시 배영빈을 마무리 캠프에서 제외하고 귀가 조치했다. 구단 내부적으로도 배영빈에게 느낀 배신감이 적지 않다.
롯데 구단도 배영빈에 향후 거취를 놓고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이전까지 음주운전을 비롯해 사회적 물의를 빚은 선수들은 KBO의 공식 징계와는 별개로 구단 자체 제재까지 받았다. 공식 훈련 참가 활동 정지를 비롯해 구단 자체 벌금 납부 등이 해당됐다.
그러나 KBO 규약 개정으로 구단에서 선수를 지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실상 사라졌다. 교육, 경고를 제외하면 구단이 물의를 빚은 선수들에게 내릴 수 있는 철퇴가 거의 없다.
롯데는 일단 오는 16일 구단 자체 징계위원회는 개최 예정이다. 서준원의 사례를 놓고 봤을 때 중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굳이 야구선수가 아니라고 해도 음주운전을 저지를 피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최악이다. 한 번의 실수로 치부할 수 없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잘못으로 완전히 굳어졌다.
배영빈은 충분히 롯데는 물론 타 구단 선수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었다.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선수가 육성 선수로 입단해 1군 데뷔를 포함 구단의 향후 계획에 포함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배영빈은 음주운전으로 많은 겻을 잃었다. 팬들과 구단을 실망 시킨 것은 물론 가장 중요한 신뢰를 내버렸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