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경쟁보다는 클래스로 밀고 간다.
리허설을 마치고 이제 본고사를 펼치는 클린스만호가 기존 멤버들의 대거 등용을 코드 삼아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과 2023 아시안컵 본선에 나설 뜻을 밝혔다. 축구대표팀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이 지난 3월 부임할 때부터 어느 정도 선수단 윤곽을 그린 뒤 몇몇 후보급 선수들만 관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이달 한국과 중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앞두고 클린스만 감독이 뽑은 엔트리 23명을 6일 발표했다. 한국은 오는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동남아 싱가포르와 2026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1차전 홈 경기를 벌인다.
이어 중국 선전으로 이동해 21일 중국과 아시아 2차 예선 2차전 원정 경기를 치른다.
강팀과 대결은 아니지만 이제 본고사에 돌입한 셈이다. 중국은 최근 축구 실력이 상당히 떨어졌으나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선 홈에서 한국을 1-0으로 이긴 적도 있다.
클린스만호도 분위기를 다 잡아야 하는 셈이다. 사실 클린스만은 이미 지난달 튀니지전, 베트남전 등 A매치 친선경기 2연전 앞두고 이미 대표팀의 문이 단기적으로 닫혔음을 알렸다. 당시 그는 "대표팀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면서도 "메이저 대회 앞두고 있을 수록 지속성과 연속성이 중요하다. 3월과 6월에 많은 변화와 실험을 했는데, 이제 어느 정도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속적으로, 연속적으로 팀을 꾸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10월부터는 아시안컵이 끝날 때까지 거의 비슷한 멤버로 대표팀을 꾸려 조직력 강화 및 큰 대회 앞두고 분위기 조성에 힘쓰겠다는 얘기였다.
클린스만의 말처럼 11월 대표팀은 10월 대표팀과 큰 차이가 없다. 클린스만은 지난달에 총 24명을 뽑하 2번의 평가전을 치렀는데 그 때 멤버들 중 22명이 이번에 재승선했다. 거의 '복붙(복사+붙여넣기)' 수준이다.
주장 손흥민(토트넘), 핵심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알토란 미드필더 이재성(마인츠), 중원 조타수 황인범(즈베즈다), 돌격대장 황희찬(울버햄프턴), 스트라이커 조규성(미트윌란) 등 유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으며 지난 10월 A매치에서 2경기 3골을 뽑아낸 이강인(PSG)도 클린스만호에 승선했다.
또 김영권, 정승현, 김태환, 설영우 등 K리그1 2연패를 달성한 울산 현대 수비수들이 이번에도 줄줄이 승선했다. 클린스만이 온 뒤 거의 유일하게 발굴한 국내파인 미드필더 이순민(광주)도 합류했다.
반면 10월 A매치 멤버 중엔 김주성(서울)과 김준홍(김천)이 제외됐다. 김준홍 대신 부상으로 9~10월에 클린스만호에 빠졌던 송범근(쇼난 벨마레)이 5개월 만에 다시 A대표팀에 승선했다.
사실 본고사가 닥쳤다고 해서 깜짝 발탁이 없으라는 법은 없다. 대회를 계속 치러야 하지만 새 선수를 줄기차게 수혈해야 내부 경쟁심도 생길 수 있고 선수 운용의 폭도 넓어진다. 감독의 역량도 그런 면에서 나온다.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치렀던 허정무 당시 대표팀 감독은 예선 기간 중에도 꾸준히 새 멤버를 뽑아서 대표팀에 선의의 주전 다툼을 유도했다. 최종예선 1차전에서 북한과 1-1로 비긴 뒤 박지성을 주장으로 새로 세우고 이근호를 공격 핵심으로 뽑아 난관을 돌파했으나 본선 앞두고 컨디션이 떨어진 '1등공신' 이근호를 제외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치른 9차전 이란전, 최종전 우즈베키스탄전을 앞두고 김민재를 대표팀에 발탁한 뒤 강호 이란전부터 곧장 센터백으로 세워 본선행 티켓을 지켜냈다. 김민재는 이후 대표팀에 꾸준히 얼굴을 내밀었다. 지금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초석을 닦았다.
물론 클린스만호가 당장 위기는 아니다보니 새 멤버 선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비교적 상대가 수월한 2차 예선에선 다소 여유가 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클린스만은 일단 월드컵 예선이라는 타이틀에 비중을 두고 정예 멤버로 당분간 갈 채비 마쳤음을 알렸다.
그리고 정예 멤버들의 골격은 유럽파로 귀결된다. 클린스만은 앞서 "대표팀의 60~70%가 유럽파"라는 말을 해 자신의 잦은 해외 출장 정당성을 부여했는데 이번에도 멤버 23명 중 유럽파가 절반에 가까운 11명, 아시아에서 뛰는 선수들까지 합치면 해외파가 총 14명으로 전체 엔트리의 60.9%에 이른다.
특히 유럽파 대부분이 선발 멤버로 뛸 가능성이 유력하다. 역대 한국 축구사에서 가장 유럽파들의 소속팀과 실력이 뛰어난 지금 대표팀 상태를 십분 발휘하고, 이들 위주로 내년 아시안컵은 물론 북중미 월드컵 본선까지 치르겠다는 의도가 어느 정도 읽힌다.
물론 클린스만 감독도 대표팀의 문이 닫힌 것은 아니라고 했기 때문에 중간중간 새 멤버를 수혈할 순 있다. 2차 예선을 조기 통과하면 내년 6월 열리는 5~6차전에선 새 멤버를 뽑을 순 있다. 다만 2차 예선이 끝나면 바로 최종 예선에 돌입하는 등 평가전 기회가 제한적이어서 클린스만 입장에선 대표팀 가용자원을 30~40명 수준으로 넓게 만들기보다는 유럽파 위주 25명 안팎으로 계속 취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11월 A매치 참가 선수 명단(23명)
GK : 김승규(알샤밥), 조현우(울산현대), 송범근(쇼난벨마레)
DF : 김영권, 정승현, 김태환, 설영우(이상 울산현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김진수(전북현대), 이기제(수원삼성)
MF :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박용우(알아인), 이재성(마인츠), 홍현석(KAA헨트), 황인범(FK 츠르베나 즈베즈다), 정우영(VfB 슈투트가르트), 황희찬(울버햄튼), 이순민(광주FC), 문선민(전북현대)
FW : 오현규(셀틱), 조규성(미트윌란), 황의조(노리치 시티FC)
◆ 클린스만호 전적 및 일정
2023년 3월24일 한국 2-2 콜롬비아(울산문수축구경기장) 득점 : 손흥민(2골)
2023년 3월28일 한국 1-2 우루과이(서울월드컵경기장) 득점 : 황인범
2023년 6월16일 한국 0-1 페루(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2023년 6월20일 한국 1-1 엘살바도르(대전월드컵경기장) 득점 : 황의조
2023년 9월8일 한국 0-0 웨일스(영국 카디프)
2023년 9월13일 한국 1-0 사우디아라비아(영국 뉴캐슬) 득점: 조규성
2023년 10월13일 한국 4-0 튀니지(서울월드컵경기장) 득점 : 이강인(2골) 황의조 자책골
2023년 10월17일 한국 6-0 베트남(수원월드컵경기장) 득점 : 김민재 황희찬 손흥민 이강인 정우영 자책골
2023년 11월16일 한국-싱가포르(서울월드컵경기장)
2023년 11월21일 한국-중국(중국 선전)
2024년 1월15일 한국-바레인(카타르 도하)
2024년 1월20일 한국-요르단(카타르 도하)
2024년 1월25일 한국-말레이시아(카타르 도하)
2024년 3월21일 한국-태국
2024년 3월26일 한국-태국
2024년 6월6일 한국-싱가포르
2024년 6월11일 한국-중국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