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유준상 기자) 어려움 속에서 단단해진 흥국생명은 팬들의 성원에 승리로 화답했다. 그러나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은 4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1(26-24 25-15 25-19 28-26)로 승리하면서 승점 3점을 획득했다.
팀의 주포인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가 득점으로 가장 많은 19득점을 생산했고, 김연경과 김미연도 각각 17득점과 11득점으로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직전 경기에 이어 다시 한번 미들 블로커로 변신한 레이나 토코쿠(등록명 레이나)가 9득점을 올린 것도 팀에 보탬이 됐다. 여기에 4세트 원포인트 서버로 투입된 박은서는 날카로운 서브로 상대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었다.
다만 경기 내용을 들여다 보면 상대(3개)보다 서브 에이스(9개)가 많았던 것 이외에는 아쉬운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범실을 32개나 범하면서 선수들의 집중력 부재가 과제로 남았다.
'에이스' 김연경도 예외는 아니었다. 흥국생명은 16-18로 끌려가던 4세트 중반 16-18로 김연경의 센터 라인 침범에 이어 수비 과정에서 선수들끼리 호흡이 맞지 않아 1점을 더 헌납했고, 16-20에서는 김연경이 3단으로 공을 넘기려다가 범실을 범했다. 두 팀의 격차가 순식간에 16-21까지 벌어지면서 경기가 5세트로 접어드는 듯했다.
그러나 17-21에서 코트를 밟은 박은서가 서브 에이스를 올린 뒤 레이나가 연속 득점을 올렸고, 김연경이 오픈 공격으로 득점을 뽑아내면서 격차가 완전히 사라졌다. 결국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흥국생명은 26-26에서 김연경의 퀵오픈과 브리트니 아베크롬비(등록명 아베크롬비)의 범실로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후 아본단자 감독도 "이상하게도 지난달 31일 GS칼텍스전에서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다가 오늘 경기에서는 그 경기력을 유지하지 못했다. 멘탈적인 부분도 그렇고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할 것 같다"며 "매 순간마다 집중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다. 너무 차분해지거나 경기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았을 때 집중력이 부족해서 기복이 생기는 것 같다"며 "(많은 범실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기술적인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토스나 수비의 집중력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베테랑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레이나, 박은서와 함께 인터뷰실로 향한 김연경은 "전체적으로 경기력이 아예 안 나온 것 같다. 팀이 흔들렸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고 여러모로 쉽지 않은 경기를 했던 것 같다"고 복기했다.
선수들끼리 어떤 얘기를 나눴을까. 2경기 연속으로 아웃사이드 히터가 아닌 미들 블로커로 교체 출전한 레이나는 "팀이 같은 패턴으로 진다고 생각해서 다시 집중하자는 얘길 많이 했다. 경기를 계속 하면서 뒤집은 경기도 있었기 때문에 서로 자신있는 건 하자고 했다"며 "익숙한 포지션이 아니라서 어색한 플레이로 팀을 혼란스럽게 했던 부분도 있는데, 수비적인 면에서 신경을 많이 썼다"고 전했다.
흐름을 바꾼 원포인트 서버 박은서는 "감독님이 원하는 서브를 때리려고 했던 것 같고, 하나라도 볼을 건지려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해 서브나 수비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다"며 "코트에 들어가는 게 좋다. 아직 배우는 단계인 것 같아서 뭐라도 하고 싶고, (그중에서도) 강하게 서브를 구사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정관장전 세트스코어 2-3 패배를 제외한 5경기에서 승리를 챙긴 흥국생명이지만, 여전히 만족하지 않는다. 김연경은 "승점 관리가 잘 돼서 1라운드를 1위로 마무리했는데, 경기력에 있어서 좋을 땐 너무 좋고 안 좋을 땐 안 좋은 모습이 나와서 그런 점은 좀 더 보완해야 할 것 같다. 경기를 계속 치르고 있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분도 생각하면서 남은 경기에 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인천, 유준상 기자/KOVO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