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유준상 기자) 1라운드 최고의 명승부가 탄생했다. 여자프로배구 정관장이 흥국생명 연승 행진에 제동을 걸었다.
정관장은 26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흥국생명의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2(21-25 26-28 25-22 25-7 18-16)로 뒤집기 승기를 챙겼다. 2승1패(승점 5)를 기록한 정관장은 3위 GS칼텍스(승점 6)를 1점 차로 추격한 4위가 됐다. 반면 4경기 만에 첫 패배를 떠안은 흥국생명(승점 9)은 선두탈환에 실패했다. 현대건설이 승점 10으로 1위다.
정관장은 아시아쿼터인 인도네시아 출신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가 31득점으로 활약했고, 정호영(14득점) 등 나머지 선수들도 힘을 보탰다. 흥국생명은 팀 전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와 김연경이 각각 26득점, 25득점으로 분전했으나 아쉬움을 삼켰다.
▲양 팀 선발 라인업
-흥국생명: 미들 블로커 이주아-아포짓 스파이커 옐레나-아웃사이드 히터 레이나 토코쿠(등록명 레이나)-미들 블로커 김수지-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세터 이원정, 리베로 도수빈
-정관장: 세터 김채나-미들 블로커 박은진-아포짓 스파이커 메가-아웃사이드 히터 박혜민-미들 블로커 정호영-아웃사이드 히터 지오바나 밀라나(등록명 지아), 리베로 노란
직전 경기와 비교했을 때 선발 라인업에 변화가 있었다. 흥국생명의 경우 김미연 대신 레이나가 먼저 코트를 밟았고, 김채연 대신 '베테랑' 김수지가 선발 출전했다. 정관장은 세터 염혜선 대신 김체나를 선발로 기용했다.
▲경기 전 양 팀 감독 인터뷰
경기 전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22일 페퍼저축은행전 이후) "체력적으로 좀 힘들었던 선수들은 회복하고 보강하는 데 집중했고, 선수들끼리 연결이나 호흡을 맞추는 데 노력했다"며 "어렵고 힘든 순간에서 포기하지 않고 집중력을 보여주는 모습이 긍정적인 부분이다. 앞으로도 그런 모습을 보여줄 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베테랑 미들 블로커 김수지를 언급한 또 아본단자 감독은 "지난 경기에서도 중요한 순간에 서브로 흐름을 바꿨고, 첫 경기부터 천천히 (컨디션이) 올라오는 것 같다. 계속 컨디션이 올라왔으면 좋겠다"며 "잘해주고 있다. 좋은 선수인 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칭찬했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흥국생명은 김연경과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를 막아야 한다. 블로킹도 블로킹이지만, 수비 시스템을 갖춰서 (공을) 건져올려야 경기를 이길 수 있다. 수비 시스템을 많이 신경 썼는데, 그걸 선수들이 잘 이행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아직 V리그에 적응 중인 지아에 대한 사령탑의 생각은 어떨까. 고 감독은 "팀마다 특징이 있기 때문에 선수가 직접 부딪혀봐야 하고, 1라운드를 소화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기복이 좀 있고 의기소침한 모습이 보여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지아를 독려하고 있다. 교정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 있다. 갑자기 한순간에 바뀌는 건 아니다. 워낙 성격이 밝고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선수다"고 믿음을 드러냈다.
▲1세트: 두 팀의 희비를 가른 건 범실 차이였다
주도권을 잡은 팀은 흥국생명이다. 8-7로 앞선 상황에서 옐레나의 블로킹과 이주아의 서브에이스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레이나는 박은진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차단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정관장의 거센 추격이 이어지던 1세트 중반, 17-15에서 메가의 오픈 공격 시도 때 흥국생명이 비디오 판독 요청으로 판정을 뒤집었다. 그러면서 블로커 터치 아웃이었던 원심이 메가의 범실로 번복됐다. 자칫 1점 차까지 쫓길 뻔했던 흥국생명은 비디오 판독으로 한숨을 돌린 뒤 18-16에서 옐레나의 퀵오픈과 서브에이스에 힘입어 먼저 20점 고지를 밟았다.
4점 차로 끌려가던 정관장은 메가의 연속 3득점으로 추격을 시도하면서 1점 차까지 격차를 좁혔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타임아웃 이후 김수지의 속공으로 득점을 추가했고, 김연경이 1점을 더 보태면서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이후 두 팀이 1점씩 주고받으면서 24-21이 됐고, 세트 포인트에 도달한 흥국생명은 옐레나의 득점으로 1세트에 마침표를 찍었다. 1세트에만 7득점을 올린 메가를 앞세워 기선제압을 노렸던 정관장(10개)은 흥국생명(4개)보다 두 배 이상 범실을 기록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점유율이 너무 높았던 탓일까, 메가가 홀로 7개의 범실을 범한 게 뼈아팠다. 공격 성공률은 33.3%에 그쳤다.
▲2세트: 세 차례의 듀스 접전, 승자는 흥국생명
8-8로 앞선 2세트, 정관장이 메가의 연속 득점과 염혜선의 서브 에이스로 리드를 잡자 흥국생명은 9-12에서 연속 4득점으로 반격에 나섰다. 정관장은 13-15에서 내리 5점을 뽑으면서 승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20점 고지를 밟은 정관장이 세트 포인트까지 1점만을 남겨두고 있었지만, 흥국생명이 추격 본능을 발휘했다. 김연경의 득점 이후 이원정의 2단 공격이 상대 코트에 떨어지면서 두 팀의 격차가 22-23까지 좁혀졌고, 메가의 공격을 가로막은 김연경이 블로킹으로 23-23 균형을 맞췄다.
박혜민의 퀵오픈으로 세트 포인트에 다다른 정관장은 지아의 범실로 2세트를 끝내지 못했다. 그러면서 두 팀은 세 차례의 듀스 접전을 이어갔고, 26-26에서 옐레나가 연속 득점을 기록하며 흥국생명이 2세트를 차지했다.
▲3세트: 정관장의 대반격 시작
2경기 연속 셧아웃 패배 위기에 몰린 정관장도 힘을 냈다. 5-6에서 지아의 오픈 공격에 이은 정호영의 연속 블로킹으로 리드를 빼앗았다.
흥국생명은 3세트에서 경기를 끝내고 싶었다. 8-10에서 옐레나의 퀵오픈과 레이나의 블로킹으로 균형을 맞췄고, 지아의 공격마저 벗어나면서 리드를 되찾았다. 11-11에서는 옐레나가 퀵오픈과 서브에이스로 팀에 2점을 안겼다.
승부처는 3세트 중반이었다. 17-17에서 염혜선이 2단으로 넘긴 공이 라인 밖으로 벗어난 데 이어 김다솔의 서브에이스가 터지면서 승부의 추가 조금씩 흥국생명 쪽으로 기울어졌다. 19-17에서 메가의 백어택 성공 이후 김미연이 연속 득점으로 승기를 굳혔다.
그러나 21-21까지 따라간 정관장아 연속 득점 이후 23-22에서 옐레나의 서브 범실로 세트 포인트에 도착했고, 박은진의 득점으로 3세트를 끝냈다.
▲4세트: 일방적인 흐름, 정관장의 끈질긴 추격
정관장은 4세트 초반부터 흥국생명을 맹폭했고, 9-4에서 연속 12득점을 기록하면서 격차를 점점 벌려나갔다.
흥국생명은 김연경과 옐레나 등 주전급 선수들을 교체하는 등 체력 안배를 하면서 경기를 운영했지만, 잔실수가 속출하면서 아본단자 감독이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5세트: 접전의 연속, 승리 팀은 정관장
치열했던 5세트, 마지막까지 승리 팀을 알 수 없었다. 마지막에 웃은 팀은 정관장이다.
정관장은 흥국생명과 세 차례나 듀스 접전을 벌였다. 홈팀도 김연경과 옐레나가 공격을 성공하며 기세를 올렸으나 16-16에서 메가와 지아의 연속 득점이 터지면서 정관장이 적지에서 대어를 잡았다. 그야말로 이번 시즌 여자부 우승 판도를 쉽사리 점치기 힘든 것 알리는 명승부였다.
사진=인천, 김한준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