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현석 기자) 에덴 아자르가 현역 은퇴를 선언하며 16년 간의 선수 생활을 마감할 예정이다.
아자르는 10일(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적절한 시간에 멈추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라는 글과 함께 은퇴 발표를 알리는 글을 올렸다.
아자르는 "16년 경력, 700경기가 넘는 경기 끝에 축구 생활을 마감하기로 했다. 나는 유럽과 세계 곳곳의 경기장에서 꿈을 실현하고 재밌게 놀았다. 내 경력 동안 훌륭한 사람, 감독, 코치, 팀 동료 등을 만났고, 릴, 첼시, 레알 마드리드 벨기에 대표팀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라며 은퇴를 밝혔다.
이어 "가족, 친구들, 좋은 일이나 나쁠 때나 가까이 곁에 있어 준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감사하다. 그동안 나를 보러와 준 팬들과 내가 뛰었던 각 나라에 격려해 준 여러분께도 감사를 드린다. 이제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기고 새로운 경험을 할 때다. 곧 필드에서 보자"라며 은퇴 소감과 감사함도 전했다.
이번 발표로 아자르는 그간의 축구 경력을 마감하고 선수 생활을 더 이상 이어가지 않는 것이 확정됐다. 지난 2022년 12월에는 벨기에 대표팀을 은퇴했던 아자르는 불과 10달 만에 현역 은퇴까지 선언하며 앞으로 팬들은 아자르가 경기에 뛰는 모습을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아자르는 한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었다. 프랑스 리그1 클럽 LOSC릴에서 2년 연속 리그 MVP로 활약하면서 재능을 인정받은 아자르는 2012년 여름 이적시장 때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빅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가 아자르 영입에 가장 열성적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승자는 첼시가 되면서 아자르는 2012/13시즌을 앞두고 첼시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때 첼시가 아자르 영입에 지출한 이적료는 3500만 유로(약 501억원)였다.
첼시로 이적하면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아자르는 곧바로 기량을 만개했다. 엄청난 드리블 능력으로 프리미어리그 내로라하는 수비수들을 고전시키면서 리그 최고의 '크랙(경기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선수)'으로 거듭났다. 아자르는 첼시의 전술과도 같은 역할을 수행했으며, 수많은 감독들이 첼시를 거치면서도 아자르의 입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명장 펩 과르디올라도 한때 아자르에 대해 "아자르는 레벨이 다르다. 월드클래스다"라고 극찬할 만큼 대단한 활약을 보여줬다.
아자르는 첼시에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7년간 뛰는 동안 통산 352경기에 나와 110골 92도움을 기록하면서 첼시 역대 최고의 영입생 중 한 명으로 등극했다. 첼시 시절 아자르는 벨기에 대표팀에서도 에이스로 활약하며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벨기에 대표팀이 3위를 차지하는 데 일등 공신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벨기에 대표팀에서 126경기에 출전해 33골을 넣는 등 뛰어난 활약을 무려 2008년부터 2022년까지 15년 동안 대표팀의 핵심 선수로 뛰었다.
아자르의 활약상은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인 레알 마드리드의 관심을 이끌면서, 레알은 2019년 여름 이적료 1억 1500만 유로(약 1647억원)를 지불해 아자르를 영입했다.
레알은 아자르를 위해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까지 경신했음에도 첼시와 달리 웃지 못했다. 천문학적인 이적료에 영입된 아자르는 레알에서 부상과 부진을 반복하면서 4시즌 동안 고작 76경기만 출전했다. 공격포인트도 레알 통산 7골 12도움으로 매우 저조하면서 팬들로부터 '먹튀'라는 별명을 피하지 못했다.
2019년 여름 유벤투스로 떠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대체자가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히려 햄버거를 즐겨 먹는 등 식단 관리도 전혀 하지 않으면서 구단과 팬들을 실망시켰다. 프리시즌이 되면 비대해진 몸으로 돌아와 팬들로부터 '뚱보'라는 별명을 얻었다. 몸이 무거워지면서 부상도 잦아졌다.
아자르는 첼시에서의 모습과 달리 레알에서는 잦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적 첫 시즌 리그 16경기에 출전한 아자르는 2020/21시즌 14경기, 2021/22시즌 18경기에만 뛰었고, 올 시즌에는 아예 전력 외 자원으로 분류돼 6경기 출전에 그쳤다.
안첼로티 감독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아자르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안첼로티와 대화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 안첼로티도 이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다. 스페인 카데나 세르에 따르면 그는 "냉정하게 말해 우리 둘 사이 관계는 좋지 않다. 아자르와 대화를 많이 나누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건 성격의 문제다. 어떤 사람과 같이 있는 게 더 나은지 알지 않나"고 말했다.
팀 동료 토니 크로스도 아자르에 대해 "어려운 상황은 맞다. 그러나 동정심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자르의 삶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 훨씬 더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안타까워해야 한다. 돈 얘기뿐만 아니라, 나는 축구계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느끼지 않는다.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모든 상황은 결국 본인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기 마련이다"라며 아자르가 출전하지 못하던 상황이 그의 영향도 있다고 언급했다.
결국 인내심이 바닥난 레알은 이번 여름 아자르와 상호 합의하에 계약을 종료하면서 아자르를 팀에서 내보냈다. 레알을 떠난 이후 FA(자유계약선수)가 된 아자르는 몇몇 팀의 제안을 거절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미국, 스코틀랜드 등 여러 구단에서 아자르 영입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아자르는 행선지를 정하지 않았다. 여름 이적시장이 끝난 후 최근까지 팀을 구하지 않으면서 은퇴 가능성이 대두됐다.
실제로 일부 매체에서는 아자르의 은퇴 가능성을 이미 보도한 바 있다. 프랑스 언론 '겟 풋볼'은 지난 8월 "에덴 아자르가 은퇴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보도하면서 축구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었다. 아자르의 이번 발표로 프랑스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었던 것으로 밝혀지게 됐다.
이번 아자르의 은퇴 발표 이후 아자르가 몸담았던 구단들도 은퇴에 대한 헌정 게시물을 올렸다. 릴과 첼시에 이어 심지어 레알 마드리드까지 아자르의 은퇴에 대해 헌정하는 게시물을 공식 SNS에 남겼다.
릴은 "아자르의 프로 경력은 끝나지만, 그의 업적은 우리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릴에서 훈련받은 최고의 인재이자, 입구에 얼굴이 새겨진 신동이다. 고맙다 아자르"라며 릴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아자르에 대한 감사와 함께 아자르의 릴 시절 활약 영상까지 올리며 은퇴를 기념했다. 영상 속에서 아자르는 릴에서 엄청난 드리블을 선보이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아자르가 최고의 시절을 보냈던 첼시는 더욱 긴 장편의 편지를 남기며 그를 추억했다. 첼시는 공식 SNS를 통해 아자르의 첼시 시절 사진과 함께 "그냥 훌륭했다. 발에 공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는 선수라는 감각을 준 세계적인 선수다. 그리고 그의 발에서 공은 그가 원하는 무엇이든 됐다"라며 아자르의 활약을 회상했다.
이어 "아자르의 초능력은 정확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가장 작은 틈을 뚫고 빠져나가고 수비수들은 그가 사라지기 전에 숨을 멈추고 있다. 그들은 그를 거울에서 본 그림자라고 생각한다"라며 아자르의 첼시 시절 활약을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아자르의 역사적인 순간들도 글로 남겼다. 첼시는 "아스널 상대로 악명 높은 골. 웨스트햄을 상대로 보여준 단독 돌파, 토트넘의 우승 희망을 찍은 순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 2회 승리, 안필드에서의 득점. 결정적인 순간이었고, 우리 마음속에서 끝없이 재생되며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기억이다"라고 설명했다.
첼시는 마지막으로 "아자르의 유산은 그렇게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첼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인 아자르의 은퇴를 축하한다"라며 축하의 마음까지 전달했다.
실제로 아자르는 첼시에서 프리미어리그 우승 2회, FA컵 우승 1회, 유로파리그 우승 2회 등을 달성했고, PFA 올해의 선수 상 1회, PFA 올해의 팀 4회 등 엄청난 개인 성적까지 쌓으며 승승장구했다. 특히나 첼시는 팀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아자르가 꾸준히 팀의 중심을 잡아주며, 그에게 많은 부분 의지하기도 했다.
레알도 마지막 인사에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레알은 "은퇴를 발표한 아자르는 우리 구단과 계약했던 선수이기에 감사와 따뜻항을 전한다. 그는 4시즌 동안 8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었으며, 레알은 아자르가 그의 가족과 인생의 새로운 챕터에서 건승하길 바란다"라며 앞으로 남은 날들에 대한 축복을 빌어 주었다. 그간 아자르 처분을 고민했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태도였기에, 선수 생활 마지막 순간 만큼은 배려해 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자르는 은퇴 이후에도 현역 시절 마지막 클럽이었던 레알 마드리드 근처에서 생활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매체 문도 데포르티보는 과거 "아자르는 가족들과 함께 마드리드에 계속 거주하고 싶어 한다. 최근 이 결정을 본격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아자르는 레알 이적 이후 마드리드 생활에 굉장한 만족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마드리드와 가까운 곳에 있는 새로운 팀을 찾을 가능성도 있지만 아자르에게는 어려운 결정이 될 것"이라며 "만 32세에 불과한 아자르의 은퇴는 시기상조로 보일 수 있으나 레알에서 뛰는 동안 축구에 대한 열정이 크게 식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가족들이 마드리드 거주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아자르는 아내, 4명의 아들과 함께 마드릴드에 남고 싶어 한다. 무엇보다 아들 중 한 명인 레오가 3개월 전 레알 유스팀에 입단했다"며 "아자르는 마드리드 생활에 완전히 동화됐다. 그곳에 남아있기를 열망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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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기자 digh122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