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임도헌호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정은 마지막까지 쉽지 않았다. 풀세트 혈투 끝에 인도네시아를 제압하고 최종 성적 7위로 대회를 마쳤다.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 27위의 대한민국 남자 배구 국가대표팀은 26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시 중국 섬유 도시 스포츠센터 체육관(China Textile City Sports Centre Gymnasium)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 7·8위 결정전에서 57위 인도네시아를 세트 스코어 3-2(29-27 19-25 25-19 21-25 15-8)로 이겼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1세트 막판 23-24로 끌려갔지만 김규민의 공격 성공으로 동점을 만든 뒤 27-27까지 이어진 듀스 승부에서 허수봉이 해결사로 나섰다. 허수봉이 연이어 득점을 올리면서 한국은 29-27로 힘겹게 1세트를 따냈다.
하지만 2세트부터 흐름이 꼬이기 시작했다. 한국은 범실 9개를 쏟아내는 졸전으로 스스로 불리한 상황을 자초했다. 2세트 중반 스코어가 13-20까지 벌어지면서 추격이 사실상 불가능한 격차가 생겼다. 결국 2세트를 인도네시아에 내주면서 1-1 동점이 됐다.
한국은 3세트 들어 공격력이 살아나며 다시 주도권을 되찾아왔다. 허수봉과 정지석이 공격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쉽게 득점을 쌓아나갔다. 전광인도 힘을 보태면서 25-19로 3세트를 챙기고 승리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한국은 11-12 열세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말리지 무하메드, 푸타라마 파리 셉티안아게 득점을 허용한 뒤 범실까지 겹치면서 순식간에 11-16으로 끌려갔다. 5점의 열세를 끝내 뒤집지 못하면서 21-25로 4세트를 인도네시아에 넘겨주면서 결국 5세트까지 승부가 이어졌다.
다행히 마지막 순간 웃은 건 한국이었다. 한국은 1-1로 맞선 5세트 초반 김규민, 정지석, 전광인의 득점과 인도네시아의 범실로 7-4 리드를 잡고 한숨을 돌렸다.
한국은 이 리드를 놓치지 않았다. 9-4에서 전광인과 정지석의 득점 성공으로 11-4까지 달아나면서 인도네시아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놨다. 14-8에서 허수봉이 매치 포인트를 따내면서 힘겹게 항저우 아시안게임 최종 7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허수봉은 양 팀 최다인 29득점을 폭발시키며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공격 성공률 55.81%로 에이스 역할을 제대로 해내며 한국 남자 배구를 패배의 수렁에서 구해냈다. 정지석도 15득점으로 활약하면서 힘을 보탰다.
인도네시아를 이기면서 또 한 번의 참사는 피했지만 7위는 결코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었다.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은 당연했고 항상 우승이 목표였던 한국 남자 배구였기에 이날 승리도 '유종의 미'보다는 완승이 아니었다는 게 더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 남자배구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정은 참혹했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인도에게 풀세트 혈투 끝에 역전패의 수모를 당하고 고개를 숙였다.
한국 남자배구가 국제대회 공식 경기에서 인도에게 무릎을 꿇은 건 2012년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배구연맹컵(AVC) 이후 11년 만이었다. 평균 신장 195cm를 자랑하는 인도의 높이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탄탄한 기본기, 조직력에 한국은 속수무책이었다. FIVB 랭킹 27위 한국은 73위 인도에게 '실력'으로 졌다.
한국은 이후 국제대회 참가가 거의 없어 FIVB 랭킹조차 산정되지 않는 캄보디아를 꺾고 12강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경기력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토너먼트에서 메달에 도전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12강전에서 FIVB 랭킹 51위 파키스탄에게 세트 스코어 0-3(19-25 22-25 21-25)으로 셧아웃 패배를 당하는 수치를 당했다. 인도전과 마찬가지로 변명의 여지 없이 실력으로 졌다. 공격, 수비 어느 하나 좋은 평가를 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했다.
한국은 12강 탈락으로 1962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이후 61년 만에 노메달로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1966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까지 14개 대회 연속 시상대에 올랐지만 이 영광스러운 기록도 마침표가 찍혔다.
한국은 2002 부산 아시안게임,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아시안게임 무대 정상에서 멀어졌던 가운데 이번 항저우 대회에서 17년 만에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겨냥했지만 결과는 빈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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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