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덴마크 1부리그에서 정상급 골잡이로 활약하고 있는 조규성이 이탈리아 세리에A 러브콜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A매치에서도 복귀골을 넣는 등 컨디션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어 그의 빅리그 진출을 당장 내년 여름에 보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승격팀이자 전통의 구단인 제노아가 그를 주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피오렌티나와 볼로냐, 제노아 등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 토리노와 중부 로마 사이에 위치한 도시 연고팀의 소식을 주로 전하는 '칼치오라인'은 조규성이 제노아와 연결되고 있음을 알렸다.
매체는 "축구에선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며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A매치에서 골을 넣은 소식까지 전했다.
이어 "조규성은 스트라이커는 물론 좌우 윙어로도 뛸 수 있다"며 "제노아는 그에게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가치가 지금 500만 유로(73억원)를 넘고 미트윌란과 장기 계약을 맺고 있으나 가능한 딜일까. 그렇다"며 조규성의 이탈리아 입성 가능성을 조명했다.
제노아는 1893년 창단, 130년 된 전통의 팀으로 지난 시즌 세리에B에 잠깐 내려갔다고 바로 승격해 이번 시즌 세리에A에 참가하고 있다. 지난 1994년 일본 축구의 한 시대를 대표했던 공격수 미우라 가즈요시가 잠시 임대로 뛰었던 팀이기도 하다.
지난 17일엔 김민재의 전소속팀이자 지난 시즌 세리에A 우승팀 나폴리에 먼저 두 골을 넣는 등 난타전 끝에 2-2로 비겨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제노아가 조규성에 관심을 두는 이유로는 크게 3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덴마크 1부리그에 데뷔하자마자 골 폭풍을 일으키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어서다.
조규성은 지난 16일 덴마크 비보르에 위치한 비보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덴마크 수페르리가 8라운드 비보르와의 원정 경기에서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7분 이날 경기 두 팀 합쳐 첫 골을 터트렸다. 이날 미트윌란은 조규성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난타전 끝에 2-2로 비겼으나 한국산 공격수의 걸출한 기량 만큼은 재확인했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가나전 헤더 멀티골을 터트려 한국 축구사 첫 월드컵 한 경기 두 골 주인공이 된 조규성인 덴마크 진출 첫 골을 머리로 받아넣는 등 체격이 큰 덴마크 선수들 사이를 헤집고 수준급 포스트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이날도 다르지 않아 브라질 공격수 파울리뉴가 왼쪽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달려들며 방아를 찧듯이 머리로 내다 꽂았고, 볼은 골지역에서 한 번 튕긴 뒤 골망을 출렁였다.
지난 7월 중순 전북을 떠나 미트윌란에 입성한 조규성은 이날 득점으로 수페르리가 7경기 4골을 기록하며 득점랭킹 공동 4위에 올랐다. 조규성보다 한 골 넣은 선수 중 한 명이 다른 리그로 이적했기 때문에 사실상 3위라고 해도 무방하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예선에서 넣은 골까지 합치면 공식전 12경기에서 5골을 터트렸다.
앞서 조규성은 미트윌란 개막전이었던 지난 7월22일 흐비도우레와의 홈 경기에서 헤더골로 데뷔 축포를 터트리고 유럽 무대 순항을 알렸다. 조규성은 수페리르리가에서 선정하는 1라운드 베스트11에 뽑히기도 했다.
이어 7월31일 실케보르와의 홈 경기에서는 페널티지역 안에서 시원한 오른발 대각선 슛을 꽂아넣어 자신이 헤더 외에 발로 넣는 슛에서도 능한 공격수임을 알렸다. 미트윌란도 조규성의 2경기 연속골을 바탕 삼아 2연승을 달렸다.
조규성은 지난달 7일 열린 3라운드 륑비전에선 직전에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에서 연장전까지 120분 다 뛴 후유증을 걱정해 후반 10분간 뛰었으나 3경기 연속골에 성공했다. 다만 팀이 1-4로 대패해 빛이 바랬다.
이후 미트윌란이 치른 수페르리가 4경기 중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 등으로 6라운드를 결장하는 등 고전하며 득점하지 못했고 팀도 어느 덧 수페르리가 12팀 가운데 6위를 오가는 중위권으로 내려왔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예선 최종 플레이오프에서도 폴란드 레기아 바르샤바에 패해 탈락했다.
그런 가운데 8라운드에서 다시 골 맛을 보면서 건재를 알린 것이다.
A매치에서의 득점 상승세를 이어가 더욱 고무적이다. 반전 동력을 찾은 조규성은 소속팀 복귀 뒤 첫 경기에서 장쾌한 헤더골을 터트리며 컨디션이 돌아왔음을 전했다. A매치 웨일스전 및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연속 선발 출전한 그는 특히 사우디전에서 전반 32분 상대가 잘못 걷어낸 볼을 곧장 헤더골로 완성, 1-0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조규성은 득점은 물론 상대 수비진을 농락하며 유럽에서 자신의 기량을 한층 업그레이드 이뤘음을 알렸다.
그리고 그 감각을 고스란히 살려 비보르전에서도 실력 발휘를 마음껏 했다.
골폭픙과 더불어 골결정력이 출전시간 대비 굉장히 높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조규성은 이번 시즌 덴마크 수페르리가에서 부상으로 빠진 6라운드 노르셸란 원정 경기를 제외하고는 7경기에 나왔고 그 중 선발로 6차례 출격했다. 하지만 90분을 전부 뛴 적이 없다.
개막전 흐비도브레전에서 후반 27분까지 72분을 뛰고 아웃된 조규성은 실케보르전에서도 후반 28분까지 그라운드를 누비고 교체아웃됐다. 이어 3라운드에선 후반 35분 교체로 들어갔고 4라운드 바일레전에선 후반 8분까지만 뛰고 비교적 일찍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5라운드 브뢴뷔전에서 선발 출전했으나 전반 19분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아웃되면서 6라운드를 쉰 조규성은 A매치 브레이크 직전인 지난 3일 AGF전에선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을 기록해 후반 40분까지 뛰었다.
그리고 정규리그 4경기 만에 다시 골폭풍을 일으킨 비보르전에서 처음으로 후반 종료 휘슬이 울릴 떼까지 땀을 흘렸다.
그러다보니 출전시간이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조규성은 출전시간 대비 득점에서도 수페르리가 최상위권 공격수다운 폭발력을 드러내고 있다. 미트윌란이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예선을 병행하다보니 수페르리가 1~8라운드 중 출전한 7경기에서의 출전 시간이 402분에 불과하다. 결국 100분당 1골로 1경기에 1득점 정도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어시스트로 하나 있기 때문에 80분당 공격포인트를 하나씩 올린 셈이 된다.
앞서 A매치 브레이크 전인 지난 5일 축구 데이터 분석가 크리스토퍼 저스는 SNS에 덴마크 수페르리가 공격수들의 90분당 득점과 기대득점(xG)을 표로 만들어 정리했다. 기대득점은 슈팅 기회가 득점으로 연결될 확률로, 기대득점 값이 높을수록 결정적인 기회를 남들보다 많이 가졌다는 걸 의미한다.
따라서 90분당 기대득점과 득점을 비교해 선수들의 결정력을 알아볼 수 있는데, 조규성은 이제 막 유럽에 진출한 선수임에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90분당 득점과 기대득점 모두 상위권에 위치해 눈길을 끌었다.
데이터에 따르면, 조규성은 90분당 득점이 1골을 넘겼는데 기대득점이 1에 미치지 못했다. 당시 7라운드까지 마친 상태에서 조규성은 리그 6경기에 나왔지만 총 출전시간이 316분에 불과하다보니 90분 풀타임을 소화할 경우 매 경기 1골은 넣으며 결정력이 훌륭한 공격수임이 드러났다.
최근 미트윌란 주전 윙어가 이탈리아에 진출하는 등 북유럽 리그 세리에A와 연결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조규성의 제노아 이적설 이유다.
덴마크 리그가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순위 17위에 머무르고 있는 중위권 리그인데다가 미트윌란이 덴마크 내 중위권이다보니 "왜 거길 가느냐"는 아쉬움이 컸다. 조규성이 덴마크에서도 실패하면 오히려 자존심만 구기고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었다.
이는 여름 내내 이곳저곳 전화 연락을 하면서 이적료와 연봉, 출전 시간 면에서 적합한 조건을 들고 온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 전북 디렉터에 대한 비판으로도 연결됐다. 하지만 조규성은 전북에서의 마지막 경기에서 "왜 박 디렉터가 비난받는지 모르겠다. 내가 선택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이어 미트윌란에서 최상위권 공격수로 인정받고 골을 쾅쾅 때려박으며 득점으로 말했다.
덴마크 리그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만큼 수준 낮은 리그는 아니다. 오히려 19위인 그리스 리그보다도 순위가 높다. 게다가 덴마크는 2년 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4강에 올랐던 나라로, 이번 조규성 출전 경기에서 보듯 인기도 높아 많은 관중과 수준급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덴마크 선수들 체격이 좋다보니 조규성 입장에선 덴마크에서 성공할 경우, 독일이나 다른 서유럽 리그로 갈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
김민재가 페네르바체에 입단할 때 튀르키예 리그도 15위권을 오가는 등 순위가 높진 않았다.
게다가 미트윌란에서 올여름 빅리그에 속속 진출하는 선수들이 생겼다는 것도 호재다. 특히 미트윌란 측면 공격의 핵으로 골결정력도 탁월한 덴마크 21세 이하 대표 구스타브 이삭센은 제노아와 같은 리그인 이탈리아 명문 라치오에 1200만 유로(180억원)에 이적했다. 지금 맨유에서 뛰는 덴마크 공격수 라스무스 회이룬도 덴마크에서 이탈리아 아탈란타를 거쳐 맨유로 간 사례다.
특히 이번 조규성 이적을 주선한 에이전트가 이탈리아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조규성의 제노아행은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는 이적설이 됐다. 덴마크가 비좁은 조규성의 새 행선지를 빠르게 예측하는 것도 국내 축구팬들의 흥미거리가 될 전망이다.
세리에A의 경우, 구단들 자금난으로 최근엔 잉글랜드나 스페인으로 가는 중간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가성비 높은 선수를 골라 프리미어리그로 보내는 루트가 되다보니 조규성처럼 유럽 중형리그에서 맹활약하는 공격수들이 각광 받고 있다.
사진=미트윌란, 엑스포츠뉴스DB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