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생겨나는 밈과 K-콘텐츠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유행… 그럼에도 우리에겐 굳이 찾아듣는 옛날 명곡, 밥 먹을 때마다 찾게 되는 과거의 드라마들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요즘 친구들은 뭐 좋아하냐고요? 엑스포츠뉴스 창간 16주년을 맞아 MZ기자들이 직접 나섰습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이예진 기자)
"세경 씨, 그렇게 안 봤는데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혹시 이 대사, 모르는 MZ 없죠?
OTT·유튜브시대 이전에는 '지상파의 시대'가 있었죠. 학교가 끝나면 피아노나 태권도 학원, 문방구,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다 해가 질 때쯤 집으로 들어가 온 가족이 둘러앉아 TV를 시청하던 그때 그 시절.
그때의 명작들은 각종 SNS, 유튜브에 돌아다니며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2000년대에는 가족 시트콤이 큰 사랑을 받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지붕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은 유튜브에서 다시 보기 열풍이 이어지며 MZ 세대들에게 신선한 콘텐츠로 자리 잡아 인기를 끌었습니다.
황정음, 신세경, 윤시윤, 유인나, 이광수, 최다니엘, 줄리엔 강, 진지희, 서신애 등 많은 신인 스타를 발굴해냈고 정보석, 오현경의 연기 변신으로 대중적 사랑을 받았죠.
이광수의 모기춤 짤, 신세경과 정보석의 신경전, 충격적인 결말과 엔딩곡(김조한의 'You Are My Girl') 등 추억의 시트콤이 된 '지붕킥'. 각종 에피소드들은 지금 봐도 대단한 연출력이 돋보이죠.
엑스포츠뉴스는 창간 16주년을 맞아 '세경 씨, 그렇게 안 봤는데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명대사의 주인공 배우 정보석을 만나 그 시절을 추억해 봤습니다.
낮더위가 여전한 9월,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카페 '우주제빵소'에서 빵집 사장님으로 변신한 정보석을 만났습니다. 그의 아들과 함께 운영 중인 카페는 거주하던 집을 개조해 만들어 친근한 분위기가 풍겼죠.
본격적인 인터뷰 시작에 앞서, 정보석의 아내와 아들이 반갑게 취재진을 맞았습니다. 취재진에게 빵과 커피를 건네는 훈훈한 분위기 속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카페를 찾는 연령대가 다양했지만, 역시 MZ 세대들에게는 '지붕킥'으로 알아보는 고객이 많았습니다.
Q. 주로 빵집을 찾는 고객들은 어떤 작품을 많이 언급하시나요?
"20대들은 '지붕킥' 재방송과 '자이언트' 드라마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더 어린 친구들인 10대는 엄마 손을 잡고 방문하기도 해요. 10대들은 '빵꾸똥꾸 아빠'로 부르더라고요. 장년층들은 데뷔 때부터 팬이었다며 '보고 또보고'를 언급하시기도 하죠"
Q. 벌써 14년이 지난 작품 '지붕킥'. '주얼리 정'이라는 친근한 이미지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열심히 만든 작품들은 세대불문하고 생명력이 있구나 싶어요 (웃음). 전체적으로 '하이킥'은 좋은 장면들이 많아서…뱀 신도 기억에 남아요. (촬영장에) 전문가도 있었지만 실제 뱀과 촬영을 했기에 무서웠죠. 신세경씨에게 부사장 자리를 뺏기고 보사마로 칭송받던 장면도 기억에 남아요"
Q. 특히 유튜브에서 신세경 씨와의 서사가 700만이 넘고, 랩을 하는 장면 등 여전히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반응을 보셨는지, 특정 상황에 '짤'로 소비되고 있는 걸 아시는지 궁금합니다. 최근 신세경 씨는 '짤'을 언급하면서 "정말 좋다. '세경 씨'라는 말 자체가 존중받는 느낌", "시트콤 상황 자체가 재밌기 때문에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만족해하시더라고요.
"저도 알고 있고, 몇 편 봤어요. (웃음). 랩하는 장면은 당연히 안 시킬 줄 알았어요. 저번에도 드라마 '빨간 풍선'에서 하게 됐는데 물꼬가 트인 것 같아요.
'지붕킥'은 이전에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이순재 선배님이 야동순재로 이미지 변신을 하셔서 저도 PD 님과 함께 꼭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그 당시 저에게 들어오는 작품을 보면 비슷한 캐릭터만 오더라고요. 곧 한계가 오겠구나 싶었고, 다른 이미지 변신이 필요한 순간이었죠"
Q. 지질하고 얄밉지만 마냥 밉지만은 않은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떠셨는지, 또 연기를 하시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주얼리 정'이 정신적 수준이 딱 맞는다고 많이 말했는데, 편했죠. PD님과 꼭 시트콤을 하고 싶은 마음이 깊이 있었지만 먼저 얘기를 꺼내면 반칙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러진 못했어요.
실제로 친한 작가하고도 작품 할 때 (제안받기 전에) 전화 같은 걸 하지 않아요. 제 나름대로는 페어플레이를 하고 싶은 거죠. 정말 간절하게 생각했는데 신기하게 제안이 왔고, 편성이 늦어진다는 소식에도 1년이든 2년이든 무조건 하겠다고 했어요. 지적이고 고급진 역할들을 하는데 버겁다고 인터뷰들을 하던 차에 작품에 임하게 돼서 연기할 때 편안했어요"
Q. 무산되긴 했지만 '거침없이 하이킥'은 영화로도 제작 될 뻔했는데, '지붕킥'은 결말로 인해 시도조차 못하는 상황이 아쉽진 않으신가요?
"그런 결말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오히려 그래서 더 영화로 만들어 질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결말로 시청자를 배신한 드라마 TOP 5안에 든다고 하더고요. 더군다나 시트콤에서 새드 결말이라니.
김병욱 감독이 얼마나 치밀하냐면 배우들이 결말을 아무도 몰랐어요. 당사자인 세경이랑 다니엘, 그 둘만 알았죠. 쫑파티 하는 날, 촬영을 하고 왔는데 아무도 안 알려줬어요. 일부러 비밀로 했더라고요. 결말이 새나갈까 봐. 출연진들도 다 '으악'했죠. 우리도 놀랐어요. 김병욱 감독이 천재인 게 그 결말 때문에 계속 회자가 되고 있잖아요. 우리도 '에?'이러고 깜짝 놀랄 정도였으니까"
Q. 비밀로 할 만큼 상징성이 큰 결말이었군요. 결말을 아니까 작품을 다시보면 보면 웃긴데 그래서 더 슬프기도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정보석 씨에게 '지붕뚫고 하이킥'은 어떻게 기억에 남는 작품인가요?
"배우로서 저에게 새로운 영역으로 갈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준 작품이죠. 아니었으면 그 당시에 비슷한 작품들만 쭉 하다가 질리고 지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새롭게 환기가 됐죠"
Q. 빵집도 그렇고 인스타그램도 개설하시면서 계속해서 대중과 소통을 이어가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시는 듯 합니다. 시트콤으로 사랑받으시던 당시까지만 해도 '시청률' 세대였지만, 지금은 화제성이 또한 중요한 상황, 미디어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이런 흐름도 체감 하시나요?
"지난해까지 방송 연기자협회 이사장을 했었잖아요. 실태를 파악해 보면 1차적으로 방송 탤런트들이 위기가 왔어요. 변화에 편승했던 배우들은 계속 작품을 하지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배우들도 있죠.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는 배우가 5%가 채 안돼요. 저는 운이 좋았던 게 대학교에서 (교수로) 17년 근무를 했고, 트렌드를 보면서 오히려 배웠어요. 그런 것들에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시청자들이 일방적이지가 않잖아요. 보고 싶은걸 선택하고, 정시에 (작품을) 보는 사람보다 OTT라든지 편리한 시간에 시청하죠. 방송을 통해서가 아니라 휴대폰으로 얼마든지 선택하고 요약해서 볼 수 있는 편집권을 갖고 있죠"
Q. 답변처럼 OTT와 유튜브를 통해 MZ 세대들은 일명 '밥 친구'로 밥을 먹으면서 '지붕뚫고 하이킥'을 시청한다고 해요. 14년 정도 지났음에도 여전히 큰 사랑을 주고 있는데, 그러한 젊은 층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우리가 배우는 시대라고 봐요. 실제로 젊은 후배들이 저보다 연기가 훨씬 좋죠. 제가 연기를 할 당시에는 전문화된 기관도 없었고, 학교에서 교수에게 연기를 배워서 일하는 환경도 아니었어요. 교수도 본인이 해온 경험으로 가르치는 거지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아니었죠"
"우리나라에서 성공하는 친구들은 그만큼 책임감도 있고, 본인들은 모르지만 세계 최고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따로 해줄 말은 없어요 (웃음)"
Q. 정보석 씨가 바라보는 MZ 세대는 어떤가요? 미디어에서는 당돌한 이미지로 많이 소비가 되고 있는데요.
"더 할 수 있으면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이 엄청 디테일하고 다양해졌죠. 에너지가 팽창돼야 경쟁력이 되죠"
Q. 연예 매체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지금까지 연예 매체들이 있어서 (시장이) 커졌어요. 홍보해 주고, 받쳐주고, 업 시켜주니까. 팽창돼서 에너지가 세계까지 (퍼지면서) 좋은 영향이 됐다고 생각해요.
반면에 그러다 보니까 너무 연예인들이 소비적으로 다뤄지는 이슈들이 있어요. 이슈가 생겼을 때 그 이슈를 너무 과대·확대 생산하는 부분들을 지양해 주셨으면 어떨까 싶어요. 혼날 땐 혼나야 하고,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서 끌고 가는 건 좋지만. 자극적으로 이슈가 터졌을 때는 소모적이지 않나 싶어요. 일정한 선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분명한 건 연예 매체들이 (한국 콘텐츠 시장을) 세계화시키는데 굉장히 큰 역할을 했다고 봐요.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Q. 마지막으로 16주년 축하 인사 부탁드립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이 엄청난 경쟁에서 16주년이라니. 엄청난 내공과 실력을 갖고 있다는 거죠. 그런 부분에 있어서 박수를 드립니다. 앞으로 160주년, 200주년 갈 수 있는 매체가 되길 바랍니다.
이 경험이 바탕이 돼서 계속 시대를 선도하면서 갈 수 있는 엑스포츠뉴스가 되시길 기대합니다. 배우들을 포함해서 대중문화 예술인들을 응원해 주시길 바라고, 잘못된 건 따끔하게 지적을 해야지만 잘한 것에 대해 아낌없는 칭찬을 하는 매체가 되주시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사진=박지영 기자, MBC 방송화면
이예진 기자 leeyj012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