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이 최근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 약물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양성 반응으로 최대 4년간 출전 정지 징계를 당할 위기에 놓인 폴 포그바를 감싸 안았다.
13일(한국시간) 독일과의 A매치 친선전이 끝난 후 데샹 감독은 "포그바의 소식을 듣고 매우 놀랐다"면서 "추후 벌어질 일들을 지켜봐야 한다. 그를 둘러싼 상황들이 너무 많다"며 일단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포그바와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가질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아는 포그바는 알면서도 고의로 경기력 향상 약물을 복용했다고는 상상할 수 없다"고 그동안 포그바를 지켜봐왔던 사람으로서 포그바가 금지 약물을 복용할 사람이 절대 아니라고 옹호했다.
그러면서도 "검사 결과는 실재한다. 어떻게 했는지, 왜 했는지 알아내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난 항상 그랬던 것처럼 포그바를 지지한다"고 검사 결과가 나온 만큼 정확한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그바 소속팀 유벤투스는 지난 12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오늘 미드필더 폴 라빌레 포그바가 2023년 8월 20일 실시된 도핑 테스트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옴에 따라 이탈리아 국가 반도핑 재판소로부터 잠정적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음을 발표한다"면서 "우리는 다음 절차 단계를 평가할 권리를 보유한다"라고 추후 절차에 따라 신속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알렸다.
유럽 축구 전문기자 파브리치오 로마노 또한 개인 SNS에 "유벤투스 미드필더 폴 포그바가 반도핑 위반으로 잠정적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결정은 이탈리아 국가 반도핑 재판소 성명을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며 포그바가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을 보여 당분간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테스토스테론은 세계반도핑기구에 의해 금지된 약물로 동화작용 스테로이드로 분류된다. 근육 발달은 물론 체형, 신체 감각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어 프로 스포츠 선수들에게는 가장 먼저 기피해야 할 금지 약물로 유명하다.
약국에서 판매되는 일반 제품에는 테스토스테론 같은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포함돼 있지 않지만, 심각한 질병 치료를 위해 전문의 처방이 필요한 약물에는 포함될 수 있다. 또한 이탈리아에서는 처방이 금지된 약품에만 존재하고 있어 온라인 등에서 불법적으로 구할 수밖에 없다. 포그바가 대체 어떤 방법으로 테스토스테론을 얻었는지, 투약이 고의였는지 실수였는지가 중요해졌다.
프랑스 RMC 스포츠는 "포그바는 외인성 테스토스테론(남성 신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테스토스테론 외에 추가된 것) 섭취가 자발적이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한다"며 포그바가 이번 도핑 테스트 검사 결과에 대해 충반한 해명과 적절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선수가 불법 약물을 복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축구계가 충격에 빠졌다. 포그바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스 출신으로 프로 데뷔도 맨유에서 이뤘다. 데뷔 시즌 당시 맨유에 박지성이 뛰고 있어 한국 팬들에게도 일찍이 이름을 알렸다.
화려한 개인기와 자로 잰 듯 정확한 패스, 수준급의 탈압박 능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데뷔 초반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기회를 잡기란 쉽지 않았다. 프리미어리그 3경기,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1경기, 리그컵 3경기까지 총 7경기 출전에 그쳤다. 결국 데뷔 1시즌 만에 맨유와 결별을 택하고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로 향했다.
이 시기 프랑스 국가대표로도 뛰며 지네딘 지단 은퇴 후 마땅한 플레이메이커가 없었던 프랑스에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2016년 친정팀 맨유로 향한 후 포그바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잦은 부상과 기복 있는 경기력, 조세 무리뉴 감독과의 불화 등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며 제 실력을 펼치지 못했다. 유벤투스로 떠날 때 FA로 떠났던 포그바는 맨유 복귀 당시 8900만 파운드(약 1482억원)를 기록했다. 결코 작지 않은 액수를 기록한 포그바는 이적료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앞서 말한 이유들로 인해 '먹튀'가 되고 말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 중원 핵심으로 활약하며 20년 만의 월드컵 우승을 견인하긴 했으나 이 때가 포그바 경력에서 가장 빛났던 마지막 순간이었다. 월드컵에서 돌아온 포그바는 2019/20시즌 내내 부상에 시달렸다. 고작 22경기에 출전한 포그바는 이후 신뢰를 되찾지 못하고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지난해 여름 맨유와 다시 갈라섰다. 맨유가 제안한 재계약을 2번이나 거절하고 자신이 세계 최고로 성장했던 유벤투스로 복귀했다.
그러나 반등은 없었다. 유벤투스 이적 직후 무릎 반월판 부상을 당해 시즌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내야 했다. 카타르 월드컵 출전도 무산됐다. 시즌 막바지 가까스로 복귀해 10경기를 뛰었지만 대부분이 후반 교체 투입으로 출전 시간은 161분에 불과했다.
이번 시즌도 주전이 아닌 벤치 멤버로 뛰었다. 우디네세와의 개막전에서는 벤치를 지켰고, 2라운드 볼로냐, 3라운드 엠폴리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됐다. 하지만 우디네세전 직후 진행된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 약물 성분 테스토스테론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축구계가 뒤집어졌다.
이탈리아 코리에레 델라 세라가 "포그바가 도핑 테스트에서 테스토스테론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한 것을 시작으로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 이탈리아 통신사 ANSA가 후속 보도를 이어가며 논란이 확산됐고, 결국 반도핑 재판소로부터 잠정적 출전 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선수 생활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프랑스 축구계도 발칵 뒤집혔다. 레키프는 "포그바는 벤치에 남아 있었다"며 "이미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첫 보도, 그리고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 ANSA가 포그바의 도핑 양성을 연쇄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소속팀 유벤투스의 공식 발표만 남았다"고 밝혔다.
RMC 스포츠는 "포그바가 테스토스테론 양성 반응을 보인 뒤 이탈리아 반도핑 재판소에 의해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며 "포그바는 3일 내 반론할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2차 테스트에서도 도핑 물질이 검출된다면 강력한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다. 30세의 미드필더는 최대 4년 동안 결장할 수 있다"며 포그바의 징계 수위가 최대 4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탈리아 반도핑 재판소는 AFP 통신에 "우리는 도핑 검사 권고에 따라 포그바의 자격 정지를 선고했다. 테스토스테론에 대한 조항 2.1, 2.2 위반에 대해 제재가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포그바 에이전트 라파엘라 피멘타는 "포그바는 결코 금지 약물을 복용할 의도가 없었다. 이는 확실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세인 포그바가 4년간 쉬고 돌아오면 34세로 은퇴 시기에 가까워진다. 4년 징계는 사실상 은퇴 수순을 밟는 것과 다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데샹 감독이 포그바를 옹호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포그바에게 정신적 지지를 보냈다.
사진=DPA, EPA, AP/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