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한화 이글스가 파죽의 6연승을 내달리며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비록 5강 싸움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난 3년간 최하위에 머물렀던 아픔을 털고 어느 팀과 맞붙어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한화는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시즌 15차전에서 9-8로 이겼다. 더블헤더 포함 주말 시리즈 4경기를 모두 쓸어 담고 연승 숫자를 '6'으로 늘렸다.
한화는 문현빈(2루수)-오선진(유격수)-노시환(3루수)-채은성(1루수)-최인호(좌익수)-윌리엄스(우익수)-정은원(지명타자)-최재훈(포수)-장진혁(중견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4년차 우완 한승주가 선발투수로 출격했다.
키움은 김혜성(2루수)-도슨(중견수)-이주형(지명타자)-임지열(1루수)-송성문(3루수)-이형종(우익수)-박찬혁(좌익수)-김휘집(유격수)-김시앙(포수)으로 이어지는 타순을 들고나왔다. 2년차 영건 주승우가 한승주와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기선을 제압한 건 키움이었다. 1회말 선두타자 김혜성이 안타를 치고나간 뒤 1사 후 2루 도루를 성공시켰고 이주형의 내야 안타 때 한화의 실책을 틈타 홈 플레이트를 밟으면서 1-0으로 먼저 앞서갔다.
끌려가던 한화는 3회초 반격에 나섰다. 선두타자 최재훈과 장진혁의 연속 2루타로 무사 2·3루 찬스를 상위 타선에 연결했고 문현빈이 역전 3점 홈런을 쏘아 올려 단숨에 3-1로 게임을 뒤집었다.
기세가 오른 한화는 3회초 1사 후 노시환의 몸에 맞는 공과 채은성의 볼넷으로 주자를 모은 뒤 2사 1·3루에서 윌리엄스의 1타점 적시타, 2사 만루에서 최재훈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한 점을 더 보태 5-1로 격차를 벌렸다.
키움도 빠르게 반격했다. 3회말 선두타자 김시앙의 몸에 맞는 공, 김혜성의 안타 후 2사 1·2루에서 임지열이 중전 안타로 2루 주자 김시앙을 홈으로 불러들여 5-2로 따라붙었다.
한화는 강공으로 응수했다. 4회초 선두타자 문현빈, 오선진의 볼넷으로 출루하자 리그 홈런 1위 노시환이 2타점 3루타를 쳐내 7-2로 도망갔다. 이어 4번타자 채은성의 2점 홈런이 폭발, 스코어를 9-2로 만들었다.
키움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4회말 김혜성의 1타점 적시타, 도슨의 1타점 3루타로 9-4로 점수 차를 좁혔다. 6회말에는 무사 2·3루에서 한화 투수 정우람의 폭투를 틈 타 한 점을 얻어낸 뒤 도슨의 1타점 적시타, 송성문의 1타점 2루타로 9-7까지 쫓아가면서 한화를 압박했다.
키움은 8회말에도 공세를 이어갔다. 선두타자 김혜성의 안타 출루 후 곧바로 도슨이 1타점 2루타를 떄려내면서 스코어는 9-8이 됐다. 게임 흐름을 감안하면 충분히 동점도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한화는 무너지지 않았다. 셋업맨 김범수가 계속된 무사 2루 위기에서 이주형을 우익수 뜬공, 임지열과 송성문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이닝을 끝냈다. 9회말에는 마무리 박상원이 2사 만루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도슨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화는 이날 승리로 시즌 50승 62패 6무를 기록, 9위 삼성 라이온즈와 격차를 3경기로 벌렸다. 7위 롯데 자이언츠를 2경기 차로 쫓아가면서 다음주 순위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2020 시즌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꼴찌의 수모를 당했지만 올해 한화의 최종 순위는 10위가 아닐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최하위 키움이 잔여 13경기를 모두 이기더라도 한화가 잔여 26경기에서 13승만 기록해도 최종 승률에서 키움보다 앞선다.
외려 후반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롯데를 제치고 7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겨 한화 입장에서는 동기부여가 충분하다.
한화는 9월 10경기에서 8승 2패로 NC 다이노스와 함께 현재까지 월간 승률 1위를 기록 중이다. 리그 톱클래스 타자로 발돋움한 노시환을 위시한 타선의 화력은 어느 팀과 붙어도 뒤지지 않는다.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도 상위권팀들에게 먹이가 되지 않았다. 선두 LG와 6승 6패 1무, 2위 KT와 5승 5패 1무로 팽팽하게 싸웠다. NC에 4승 7패 1무, KIA에 6승 8패 1무, SSG에 5승 8패 1무로 열세이기는 하지만 일방적으로 승리를 헌납하는 게임은 많지 않다.
한화는 LG와 3경기, KT와 5경기, NC와 4경기, SSG와 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2015년 1군 10개 구단 체재가 시작된 이후 가장 치열한 순위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포스트시즌 대진표의 향방을 가를 '캐스팅 보트'를 한화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됐다.
한화는 오는 11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12일 잠실에서 6위 두산 베어스와 올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치른다. 5위 탈환을 위해 갈 길이 바쁜 두산이지만 한화의 최근 상승세를 고려하면 호락호락하게 승리를 내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화의 주말 대진은 더 흥미롭다. 15일에는 안방 대전에서 1위 LG, 16~17일에는 2위 KT와 격돌한다. 17일에는 더블헤더가 예정돼 있어 야구팬들의 이목이 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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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