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U-18 야구대표팀이 김택연(인천고)의 7이닝 완봉투에 힘입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영복(충암고) 감독이 이끄는 U-18 야구 대표팀은 9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3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제31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U-18 야구월드컵) 동메달 결정전에서 미국을 4-0으로 제압하고 최종 순위 3위로 이번 대회를 마감하게 됐다.
한국은 앞선 슈퍼라운드 1차전 일본전과 2차전 미국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이면서 각각 1-7, 1-5 패배를 당했다. 대회 초반부터 비 때문에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던 대표팀은 조별리그 푸에르토리코전이 끝나고 약 4시간 만에 슈퍼라운드 첫 경기를 치르는 등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대만 등 다른 팀들과의 실력 차를 체감했고, 야수들이 수비에서 잔실수를 범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나마 한국은 네덜란드와의 슈퍼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면서 자존심을 지킨 게 고무적이었고, TQB(Team Quality Balance, 이닝당 득실 차)에서 푸에르토리코에 앞서며 슈퍼라운드 4위로 동메달 결정전에 진출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대회 대표팀의 마지막 상대는 슈퍼라운드 2차전에서 맞붙었던 미국이었다.
한국은 정안석(2루수·휘문고)-이충헌(중견수·충암고)-여동건(1루수·서울고)-박지환(유격수)-조현민(3루수·충암고)-이율예(포수·강릉고)-이상준(지명타자·경기고)-이승민(좌익수·휘문고)-연준원(우익수·부산고) 순으로, 이상준 대신 이율예가 포수 마스크를 쓴 걸 제외하면 큰 차이가 없었다.
선발투수 김택연은 5일 연속으로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2일 대만전 54구를 시작으로 4일 호주전 15구, 6~7일(서스펜디드 경기) 푸에르토리코 21구-19구, 8일 미국전 16구, 9일 네덜란드전 24구까지 이미 많은 공을 던졌다. 그러나 이영복 감독은 입상을 위해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하고 싶은 입장이었고, 김택연을 선발로 밀어붙이는 선택을 하게 됐다.
미국은 마누엘레 마린(유격수)-데릭 쿠리엘(중견수)-코너 그리핀(우익수)-페리 모어랜드(1루수)-놀란 트레이거(포수)-브라이스 레이너(좌익수)-버크-리 마베우스(포수)-카터 존슨(3루수)-코이 제임스(2루수) 순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투수는 쿠퍼 윌리엄스.
한국은 1회초 리드오프 정안석이 안타로 출루한 뒤 상대의 폭투와 이충헌의 희생번트로 3루로 이동했고, 1사 3루에서 여동건의 3루타 때 홈을 밟아 팀에 선취점을 안겼다. 여기에 후속타자 박지환이 번트 안타로 3루주자 여동건을 홈으로 불러들이며 스코어는 2-0이 됐다.
선발투수 김택연은 삼진 1개를 곁들여 1회말을 매듭지었고, 2회말에는 선두타자 모어랜드에게 안타를 내줬으나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3회말 역시 탈삼진 2개를 잡아내면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추가점이 필요했던 한국은 4회초에 1점을 뽑았다. 미국이 두 번째 투수 매튜 채프먼을 마운드에 올린 뒤 선두타자 조현민이 안타로 출루했고, 이율예의 희생번트 이후 이상준이 1타점 적시타로 2루주자 조현민의 득점을 도왔다. 스코어는 3-0.
한국은 6회초에 확실하게 쐐기를 박았다. 이번에도 선두타자 조현민이 볼넷으로 기회를 마련했고, 이율예의 희생번트와 이상준의 뜬공 이후 2사 2루에서 이승민이 3루타를 때려냈다. 그 사이 2루주자 조현민이 홈을 밟으면서 승부의 추가 한국 쪽으로 기울어졌다.
4회말에 이어 5회말도 점수를 주지 않은 김택연은 6회말을 삼자범퇴로 끝냈고, 본인의 힘으로 경기를 매듭짓기 위해 7회말에도 등판했다. 그리핀의 우익수 뜬공과 모어랜드의 헛스윙 삼진으로 아웃카운트 2개를 채웠고, 레비 클락의 땅볼로 동메달을 확정했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 모든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와 기쁨을 나눴다.
타선에서 안타 2개를 친 이승민이나 3출루 활약을 펼친 조현민의 존재감이 컸다. 또한 이율예와 연준원을 제외한 나머지 선발 타자 7명이 1안타 이상을 기록하는 등 타자들의 고른 활약도 팀 승리에 보탬이 됐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동메달의 주역은 선발 김택연이었다. 7이닝 2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미국전을 완봉승으로 장식했다. 이날 경기뿐만 아니라 대회 내내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건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젊은 투수가 '5연투'라는 부담감을 떠안아야 했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이날 경기에서는 구원투수 한 명 없이 김택연 혼자서 경기의 시작과 끝을 책임졌다. 결과적으로 동메달을 획득했기 때문에 분명 팀과 선수 모두에게 기분이 좋은 일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찜찜함이 남는 김택연과 대표팀의 마지막 경기였다.
특히 젊은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나올 때면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고, 모두가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에 입성하기 전부터, 또 자신의 재능을 완전히 꽃피우기도 전에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하는 환경에 대해선 야구계 전체가 복기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날 저녁 결승전을 치른 일본과 대만은 경기 내내 팽팽한 승부를 벌였고, 일본이 1점 차 접전 끝에 대만을 2-1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도 패배한 '개최국' 대만은 은메달로 대회를 끝냈다.
사진=WBSC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