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6.28 10:11 / 기사수정 2011.06.28 10:11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결국 15년 대구 팬들을 울렸다.
KBL(한국농구연맹)은 27일 서울 논현동 KBL 센터에서 제16기 11차 이사회를 열고, 지난 14일 고양시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대구에서 고양으로 연고지를 이전하겠다던 오리온스의 신청서를 공식적으로 승인했다.
KBL 규약 5조 2항을 보면 '구단의 본거지는 원칙적으로 변경할 수 없다. 다만 특별한 사유로 본거지 변경이 필요한 경우에는 공식경기 개시 3개월 전에 서면으로 총재에게 신청해야 하며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변경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오리온스의 경우 본사는 서울에, 체육관은 대구에, 연습장은 오리온스 센터에 따로 떨어져 있다는 특별한 사유를 들어 KBL에 당당히 연고지 이전 신청서를 냈고, KBL은 이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KBL 정관 제31조에는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이 출석해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면 승인이 된다. 이날 이사회에는 부산 KT 단장 외에는 모두 참가해 표결까지 가지도 않은 채 의견 교환 끝 오리온스의 신청서를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렇게 단 몇 시간만에 대구 팬들의 농구 사랑은 휴지조각이 돼버리고 말았다.
▲막 나가는 오리온스, 중재 기능 상실한 KBL
오리온스의 이번 처사는 한 마디로 설득력이 없다는 게 농구계의 분위기다. 지난 14일 오리온스 심용섭 단장은 지방에서 홈경기를 치르면서 4중 살림을 해야 했다며 더 좋은 환경의 고양시에서 새 출발을 하겠다고 말했다. 15년간 오리온스를 사랑해온 대구 팬들과 대구시의 거센 반발에도 꿈쩍하지 않고 작년부터 준비했던 연고지 이전 사업을 마무리했다. 그런 오리온스의 폭주를 KBL은 막아설 수 없었다. 아니, 막을 수 있는 힘조차 없었다고 보는 게 맞다.
KBL 역사 속에서 연고지 이전 사례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1998년 LG가 경남에서 창원으로 본거지를 옮긴 것을 시작으로 2000년 골드뱅크가 광주에서 여수로 연고지 이전과 구단명 변경을 했다. 2001년에는 대전 현대가 전주 KCC로, 부산 기아가 울산 모비스로, 수원 삼성이 서울 삼성으로, 청주 SK가 서울 SK로 변경하는 등 4차례나 있었고 2003년에는 여수 코리아텐더가 부산 KT로 연고지와 구단명을 바꿨다. 이번 오리온스는 역대 8번째 사례다.
하지만, LG의 경우 처음부터 창원을 홈으로 쓰고 있었고, 골드뱅크의 경우는 모기업의 부족한 지원으로 '생존'을 위해 기업명과 연고지를 두 차례나 변경한 것이었다. KCC도 현대 위기 때 구단명과 연고지가 바뀐 것이었고 삼성과 SK는 중립 경기 폐지와 서울 구단 공모에 따른 정당한 서울 입성이었다. 정말 특별한 사유였다. 오리온스처럼 억지스러운 이유가 아니었다.
▲프렌차이즈는 없다
오리온스와 KBL은 철저히 KBL이 정해놓은 절차에 따라 연고지를 이전했다. 때문에 오리온스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절차적으로 맞든, 아니든 오리온스는 프로스포츠의 본질을 잊어버렸다. 대구팬들과의 소통을 져버린 구단이 고양시민들과의 소통은 잘 해낼 수 있을까. 프렌차이즈를 헌신짝처럼 차 버린 구단을 '내 팀'이라고 말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무조건적인 농구 사랑에 목마른 고양 팬들이 있다면 오리온스는 쉽게 고양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을 믿고 오리온스가 'I LOVE 고양'을 외친다면 오산이다. 예전처럼 농구에 미친 팬들은, 애석하게도 그리 많지 않다.
KBL도 오리온스의 고양시 이전을 승인하면서 사실상 프렌차이즈를 무시해도 좋다는 해석을 내리고 말았다. 얼토당토않은 오리온스의 논리를 인정하면서 다른 지방팀이 비슷한 이유를 들어 수도권으로 연고지를 이전하겠다면 막을 명분이 있겠는가. 거리상의 어려움과 비용상의 빠듯함으로 어려운 살림살이를 지방 팬들의 무한 애정이라는 자양분으로 이겨오던 다른 지방팀들은 이제 지방 홈 체육관을 대관하는 것 자체가 바보인 시대가 됐다. 챔피언결정전 5~7차전 서울 개최에 이어 또 다시 지방팬들을 무시하는 처사를 선보인 KBL. 그들의 농구 발전 로드맵이 오리온스의 논리와 일치한다면, 남아 있는 한국 농구팬들은 과연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 것인가.
[사진=대구 체육관, 이동준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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