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K리그1 FC서울이 안익수 감독의 사의를 수용했다. 당분간 김진규 수석코치가 감독대행 역할을 맡는다.
서울은 22일 "안익수 감독이 지난 대구와의 홈경기를 끝으로 사의를 전달했다. 안익수 감독은 팀의 상위권 도약을 위해서는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굳은 결심을 내비치며 사의를 표했고, 구단은 고심 끝에 안익수 감독의 뜻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이로써 2021년 9월부터 함께한 FC서울과 안익수 감독의 동행이 마무리됐다. 팀이 어려운 시기 지휘봉을 잡아 FC서울의 정신을 다시 고취시키기 위한 그간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안익수 감독과 갈라서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안익수 감독의 앞으로의 행복에 행운을 기원하겠다"고 밝힌 서울은 "팀의 빠른 안정을 위해 김진규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했다. 오는 27일 울산전부터 지휘봉을 맡길 예정이다. 김진규 감독대행이 선수단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며 당분간 김진규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에 임하겠다고 알렸다.
김진규 감독대행은 2003년 전남 드래곤즈에서 프로 데뷔해 2005년 일본 주빌로 이와타로 건너가 2년간 활약했다. 2007년 서울로 이적해 다시 K리그로 복귀한 김 감독대행은 2011년 반포레 고후에서 잠시 활약한 후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에서 뛰었다.
이후 파지아노 오카야마, 대전 시티즌을 거쳐 현역에서 물러났으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FC서울 산하 유스팀인 오산고등학교 코치로 활동한 후 감독대행으로 선임되기 전까지 서울 코치직을 역임했다. 이미 안익수 감독의 출전 정지 징계로 선수단을 지휘한 경험이 있는 김 감독대행은 정식 감독이 선임되기 전까지 팀을 이끌게 됐다.
앞서 안익수 감독은 지난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27라운드 홈 경기(2-2 무) 후 기자회견을 통해 자진 사퇴 의사를 알렸다. 시즌 초반 리그 2위까지 오르며 순항했으나 7월부터 부진한 경기력이 이어지며 4위로 내려앉았고, 대구전 무승부로 리그 5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당시 안 감독은 취재진의 질문이 모두 끝난 후 돌연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라며 "여러분께 준비했던 부분들을 읽어드리겠다"고 말을 꺼냈다.
안 감독은 "이 말씀은 사퇴의 변이라는 제목으로 말씀드리겠다. 2년 전 부임 당시 한 인터뷰에서 FC서울 감독 제안을 받고 수락한 이유에 대해 '평소 서울이라는 구단은 분명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팀이라고 생각했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시기, 팀 순위는 11위였다. 강등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을 가졌다'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 지금 내 마음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더니 "서울이 더 발전하려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과의 약속이자 내 스스로 약속했던 마음을 다잡기 위해노력했으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중도 하차 하겠다. 능력이 부족해 내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안 감독은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 서울이라는 팀은 한국 축구를 선도하고 이끌어야 하는 팀이라는 마음은 변함이 없기에 한 명의 수호신이 돼 응원하겠다. 믿고 맡겨주신 구단주님, 수고한 구단 프런트 지원 스탭분들, 비바람, 폭염 등 날씨 가리지 않고 선수단과 함께해 준 서포터즈 여러분, 구리 훈련장 관리하시는 분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서울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선수들에게도 미안하고 감사드린다"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구단과 사전 합의된 발언이 아니었기에 서울 관계자들도 당황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안 감독의 사퇴 의사를 알게된 구단 고위 관계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서울 관게자는 "내부 논의를 더 거쳐서 입장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며 "구단 고위 관계자들도 안 감독 인터뷰를 보고 전부 당황했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선수들 믹스트존 인터뷰는 오늘만 양해 부탁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안 감독은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도 사임 소식을 알렸고, 취재진과 악수를 나누며 "그동안 감사했다. 앞으로도 계속 서울을 응원해주셨으면 한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오랜 시간 끝에 라커룸에서 나온 선수단 표정 역시 어두웠다. 김 감독대행은 물론 팔로세비치, 오스마르 등 외국인 선수들도 굳은 표정으로 선수단 버스에 탑승했고, 이날 득점에 성공한 김신진은 침울한 표정으로 버스에 올랐다.
안 감독은 2021시즌 도중 부임해 강등권이었던 서울을 7위에 올려놓으며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 거듭된 부진으로 강등권까지 떨어졌으며 9위를 기록해 간신히 잔류에 성공했다.
이번 시즌에는 초반 상승가도를 달리며 선두 울산 현대에 이어 포항 스틸러스와 치열한 2위 경쟁을 펼치기도 했지만, 최근 리그 12경기에서 2승, 5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하며 4위로 내려앉자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서울 팬들은 대구전 종료 후 안 감독을 향해 '안익수 나가!'를 외치며 분노를 표출했고, 안 감독도 감정적으로 반응하며 충돌했다. 그리고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서울과의 동행을 마무리했다.
사진=FC서울, 한국프로축구연맹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