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한 베테랑 해설가가 방송사를 떠나게 됐다.
영국 매체 '이브닝 스탠더드'는 17일(한국시간) "축구 해설가 마틴 타일러가 33년 만에 스카이스포츠를 떠난다"라고 보도했다.
77세 베테랑 해설가인 타일러는 '스카이스포츠'에서 30년 넘게 스포츠 경기를 중계했지만 계약 기간이 만료돼 방송사를 떠나게 됐다.
매체는 "타일러는 은퇴하지 않고 미국과 호주 방송사에서 계속 일하겠지만 새 시즌을 앞두고 '스카이스포츠'를 떠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몇 년 동안 타일러는 논평에 열정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생겨 비판에 직면했다"라며 "그는 결국 계약이 갱신되지 않아 '스카이스포츠'를 떠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30년 넘게 근무한 방송사를 떠나게 된 타일러는 성명서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리그의 방송 역사에서 작은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건 특권이었다"라고 밝혔다.
또 "그 과정에서 수많은 훌륭한 전문가들과 함께 일했다. 그들의 모든 지원과 전문성에 감사한다. 매우 재능 있는 팀의 일원이 된 건 영광이었다"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편, 타일러가 결국 '스카이스포츠'를 떠나게 된 이유엔 최근 해설하던 중에 실언을 몇 차례 한 점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타일러는 오랜 기간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중계해 온 베테랑 해설가이지만 지난 시즌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 발언을 함으로써 국내 팬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타일러는 지난달 1일 2022/23시즌 프리미어리그 34라운드 토트넘-리버풀전 중계를 맡았다. 이날 손흥민은 선발로 나와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했지만 결과는 스코어 3-4 토트넘의 패배였다.
비록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지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손흥민에게 박수가 쏟아진 가운데 경기가 끝나고 타일러가 해설 중에 인종차별성 발언을 했다는 게 밝혀지면서 논란이 됐다.
타일러는 경기 중 손흥민이 리버풀 공격수 코디 학포와 경합하는 과정에서 손을 쓰는 장면을 보고 "무술을 하는 것 같다"라고 발언했다.
이는 동양인들이 무술에 뛰어날 거라는 편협한 사고에서 비롯된 명백한 인종차별성 발언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축구 팬들이 타일러에게 비난을 쏟아내자 스카이스포츠 대변인은 곧바로 "타일러는 발언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었다는 점을 인지했다. 악의는 없었다"라며 사과 메시지를 대신 전달했다.
타일러는 지난해 5월 2022 카타르 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 결승 우크라이나-웨일스전 경기에서도 해설 중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하면서 빈축을 샀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부터 침공을 받고 있었는데, 경기 중 우크라이나 골키퍼가 부상을 입자 테일러는 "그는 곧 군인이 될 것"이라고 실언을 하면서 팬들에게 사과해야만 했다.
사진=PA Wire, AP/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