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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녀 나은'에 박주호 웃음 터졌다…"은퇴하면 뭐로 돈 버냐고 묻더라" [현장인터뷰]

기사입력 2023.06.07 06:30



(엑스포츠뉴스 수원, 권동환 기자) 축구화를 벗기로 결정한 전 유럽파 국가대표 박주호가 장녀 박나은의 걱정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박주호는 6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17라운드 수원FC-울산 현대 맞대결에서 현역 선수로 마지막 경기를 소화했다.

2008년 프로 선수로 데뷔한 박주호는 지난달 26일 현역 은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수원은 박주호의 등번호 6번에 맞춰 6월 6일에 은퇴식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J리그에서 프로로 데뷔한 박주호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FC바젤, 마인츠,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뛰며 오랜 시간 유럽에서 활약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A매치 40경기를 출전해 1골을 넣었다.



2018년 한국 K리그로 복귀한 박주호는 2020년까지 울산에서 뛰다 2021년부터는 수원FC 선수로 활약했다. 

수원의 베테랑으로서 2023시즌을 소화 중인 박주호는 시즌 중이지만 현역 은퇴를 결심하면서 16년간 쉴 새 없이 누볐던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이날 경기장엔 박주호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기 위해 많은 팬들이 찾아왔다. 팬들은 전반 6분이 되자 60초 동안 박수를 치고 함성을 지르면서 박주호 은퇴 경기를 빛냈다.



비록 수원이 울산에 1-3으로 역전패를 당하면서 현역 마지막 경기가 승리로 장식되지는 않았지만 이날 선발로 출전한 박주호는 후반 추가시간에 교체되기 전까지 경기장을 누비며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쳤다.

경기가 끝난 뒤 박주호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여전히 풀타임 소화가 가능함에도 은퇴 결심하게 된 계기를 포함해 팬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했다.

다음은 박주호의 일문일답.


-먼저 은퇴 소감을 부탁한다.

시즌 중이라 은퇴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결정을 내리니깐 마음이 편하다.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늘 경기에서 결과까지 얻었다면 좋았겠지만 강팀 울산을 상대로 최선을 다했다. 16년간의 프로 생활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했다.



-지난 현역 시절을 되돌아봤을 때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고 싶은가.

목표를 했던 것들을 계속 이뤘고 계속 도전했다. 후회 안 하는 성격이다. 선수 시절엔 항상 6~70점을 줬는데 오늘만큼은 후회 없이 마무리했기에 100점을 주고 싶다.

-은퇴 결심하게 된 배경을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작년부터 은퇴를 생각했다. 몸이 조금 더 좋아서 경기에 나갈 수 있을 때 운동장 안에서 은퇴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작년에 아내가 몸이 안 좋았는데 은퇴를 하면 아내 때문에 은퇴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싫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을 뛰면서 버겁다는 생각을 해서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



-수원 성적(리그 9위)이 그리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은퇴를 결심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팀에 은퇴 의사를 전했을 때 4경기 연속 지지 않고 있었고 5위 정도에 위치해 있을 때였다. 내가 빠져도 선수들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여름에 (이)영재도 전역하고, 여름 이적시장에서 보강도 할 수 있기에 (김도균)감독님에게 생각을 전달했다. 이후 팀이 연패를 하면서 힘든 상황에 처했지만 이겨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스스로 어떤 선수였는지 정의 내려 달라.

항상 스타일이 바뀌는 선수였다. 그래서 많은 감독들이 여러 가지 포지션을 주면서 기용했다. 난 항상 팀에 맞춰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였다.



-선수 생활을 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을 3가지씩 꼽아달라.

행복했던 순간으로 K리그에서 와서 울산 소속으로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을 때, 작년에 (수원FC에서) 많은 골을 터트리면서 상위 스플릿에 올라갔던 순간 그리고 오늘도 행복한 순간 중 하나이다. 안 좋았던 기억들은 이제 2019년 마지막 경기에서 울산이 준우승했을 때이다. 좀 마음이 아픈 순간이었다.

-은퇴를 하기 전 누구에게 조언을 구했는지 묻고 싶다.

동료들에게는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친한 (이)용이에게만 이야기를 했다. 선수들이 동요할까 봐 전북전이 끝나기 전까지도 말을 안 했다. 전북전이 끝나고 (은퇴)이야기를 했던 건 소문이 돌고 있다는 말을 들었고, 선수들에게 내가 직접 말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이야기했다. 가족들과 회사와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가장 중요했던 건 내 의지였다.



-은퇴를 발표한 이후 일본 J리그를 포함해 해외 팬들도 아쉬워했다.

미토 홀리호크(박주호 프로데뷔팀)에서도 걸개가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에 있는 친구도 은퇴 뉴스를 봤다고 물어봐서 이야기를 했다. 가가와 신지하고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나이가 나와 비슷해 언제 은퇴를 해야 할지 고민하던 참이라 공감대가 있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대표팀 코치이셨던 세르지우 코치님도 연락을 해서 "축하하고 고맙다. 좋은 기억이 많은 선수였다"라고 말씀하셨다. 선수들한테도 메시지를 많이 받았는데 아직 다 확인을 못했다. 추후에 이야기를 나눠볼 계획이다.



-이승우가 은퇴를 만류했다. 다른 동료들도 만류했을 것 같다.

선수들은 계속 만류를 했다. 선수들이 날 소중히 여겨줘서 고마웠는데 미안하지만 번복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말을 하니 6개월 쉬다가 (조)원희 형처럼 복귀하라고 말하더라(웃음).

-수원FC 시절 동안 가장 기억에 남은 경기를 꼽아달라.

우선 우리가 울산 상대로 첫승을 했는데 원정에서 승리한 경기. 이후로 울산전에서 승리가 없어서 기억에 남는다. 포항을 상대로도 한 번도 이기지 못했는데 작년에 2-1로 이긴 경기도 있다. 그리고 서울전 4-3 승리도 기억에 남는다.



-친정팀인 울산 선수들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알고 싶다.

울산 선수들도 "정말 고생했다". "남의 일 같지가 않다"라며 공감해 줘서 고마웠다. 경기가 끝나고도 행사가 있어서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지만 그 전날에 이청용, 박용우를 비롯해 함께 했던 동료들과 메시지나 통화를 통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은퇴하면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 생활하는 동안 가족들과 함께 있었지만 훈련을 하다 보면 1~2개월은 (집을)비울 때가 있었고, 시합이 있을 때는 이틀은 집에 없었기에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소홀히 했다기보다는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가족과 보낼 수 있을 거 같다.



-은퇴한다고 했을 때 (박)나은이와 (박)건후는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하다.

나은이와 건후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좀 슬퍼하다가 나은이는 "그럼 이제 아빠는 돈을 어떤 걸로 벌려고?"라고 말을 하더라(웃음). 이후엔 고생했다고 안아줬다. 여러 가지 일을 해본다고 했는데 요리는 하지 말라고 하더라. 건후는 요즘 축구에 빠져서 왜 그만두냐고 칭얼거렸는데, 대신 너와 축구할 시간이 많아졌다고 하니 좋아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계획은 정리를 해야 할 거 같다. 확실히 정해진 게 없다. 6월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좀 고민을 해야 할 거 같다.


사진=수원종합운동장, 박지영 기자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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