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세계선수권대회 메달 3개에 취할 수 없다. 파리 올림픽을 1년 앞두고 드러난 그늘이 짙기 때문이다.
한국 탁구는 29일 남아공 더반에서 막을 내리는 2023 국제탁구연맹(ITTF) 개인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 2개와 동메달 하나를 따내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신유빈(대한항공)-전지희(미래에셋증권) 조가 28일 열린 여자 복식 결승에서 중국의 왕이디-천멍 조(7위)에 게임스코어 0-3(8-11 7-11 10-12)으로 져 은메달을 따냈고, 잎서 남자 복식에서는 장우진(미래에셋증권)-임종훈(한국거래소) 조가 은메달을, 조대성-임상수(이상 삼성생명) 조가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 탁구가 개인전 세계선수권에서 메달 3개 이상을 따내기는 남자 단식에서 은메달, 남·녀 복식에서 각각 동메달 1개씩을 수확한 2003년 파리 대회 이후 20년 만이다.
아직 열리지 않은 남·녀 단식 결승전 모두 중국 선수들끼리 붙기 때문에 중국이 이번 대회에 걸린 금메달 5개를 모두 쓸어가게 됐다. 이어 한국이 은2 동1로 2위를 차지했고, 일본이 은1 동2로 그 뒤를 이었다. 독일과 홍콩이 각각 동메달을 하나씩 손에 쥐었다.
특히 신유빈-전지희 조가 여자복식 준결승에서 중국의 세계 1위 쑨잉사-왕만위 조를 3-0(11-7 11-9 11-6)으로 완파하고 은메달을 확보한 것은 1988년 서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양영자-현정화 조의 감동을 재현하기에 충분했다. 남자 복식에서도 출전한 두 개 조가 모두 입상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성과다.
하지만 이번 대회 성적을 뒤집어 보면 한국 탁구의 큰 숙제인 올림픽 메달 획득이 여전히 멀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남·녀 단식에서 참패한 것은 물론, 한국 탁구가 새 전략 종목으로 삼고 있는 혼합복식에서도 시원찮은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1988 서울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이 된 탁구는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 때부터 남·녀 복식이 폐지되는 대신 남·녀 단체전이 생겼다. 이어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선 혼합 복식이 신설돼 기존 남·녀 단식까지 합쳐 금메달 5개가 걸려 있다.
단체전이 4단식 1복식으로 구성돼 있어 복식의 중요성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단식을 잘해야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은 이번 대회 남자 단식에 나선 5명 중 단 한 명도 8강에 오르지 못해 여전히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여자 단식에 나선 5명 중 신유빈과 서효원이 16강에 올랐으나 쑨잉샤(중국)와 하야타 히나(일본)에 한 게임도 따내지 못하고 0-4로 완패하는 등 갈 길이 아직 멀다는 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또 도쿄 올림픽에서 일본이 중국을 이기고 금메달을 따냈던 혼합복식에서도 중국과 일본 선수들에 밀려 4강 진입을 이루지 못했다. 혼합 복식에선 내심 메달을 기대했던 만큼 아쉬움도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올림픽 개인전 3종목에선 이번 세계선수권 입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남·녀 복식에서의 메달 소식은 한국 탁구가 잃어버린 10년의 터널을 지나 반등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반갑다. 하지만 올림픽 종목과 아닌 종목에서의 각국이 쏟아붓는 정성이나 노력은 다소 다르기 마련이다.
아울러 단식을 잘하는 국가가 결국 올림픽이나 큰 국제무대에서 웃을 수 있다는 점을 볼 때 남·녀 단식과 혼합 복식에서의 부진은 파리 올림픽 1년 2개월 앞두고 한국 탁구계가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탁구계 관계자는 "단식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면 단체전 첫 게임이 우리가 강한 복식인 만큼 올림픽 메달 복귀가 가능하다"며 "혼합복식은 올림픽에서 1국 1조 출전하기 때문에 이번 세계선수권을 토대로 좋은 조합을 이끌어내면 입상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진=AFP, EPA/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