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986년부터 2013년까지 27년간 지휘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그 명성 만큼이나 숱한 이적시장 스토리도 남겼다.
로이 킨이 1993년 노팅엄에서 블랙번으로 이적하기 직전, 하필이면 금요일 오후에 블랙번의 서류 준비가 덜 돼 월요일에 마무리하려는 것을 알아채고 주말에 맨유로 가로채기 한 사건은 이적시장을 논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얘기다.
2012년 아스널 주장이었던 로빈 판 페르시를 빼돌려 맨유 유니폼을 입히고는 "3년 더 감독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듬해 지도자에서 은퇴한 사건도 유명하다.
이런 굵직한 사건 외에 퍼거슨 감독의 냉철한 면모를 드러내는 숨은 일화도 적지 않다.
최근엔 맨유, 토트넘, 선더랜드 등에서 전성기를 보내다가 지난시즌까지 허더스필드 타운에서 공격수로 뛰었던 프레이저 캠벨이 자신과 관련한 뒷얘기를 털어놓았다.
영국 '스포츠바이블'에 따르면 캠벨은 2008년 8월 맨유 소속으로 뉴캐슬과의 2008/09시즌 선발로 뛰는 등 좋은 출발을 보이고, A매치 브레이크를 맞아 21세 이하 잉글랜드 대표팀에 합류한 상태에서 퍼거슨 감독의 전화를 받았다.
캠벨은 "당시 내가 어딘가로 임대될 것이란 점을 알았고, 위건 사령탑을 하고 있던 스티브 브루스 감독과 같이 앉아 있었다"며 "위건 임대를 가기 위해 계약서가 팩스로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상태였다"고 그 때를 회상했다.
하지만 이 때 캠벨의 전화벨이 울린 것이다.
퍼거슨 감독은 캠벨에게 "(토트넘에 있는)디미타르 베르바토프를 3000만 파운드에 영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네가 토트넘으로 임대를 가야 베르바토프의 이적도 성립된다"면서 "5분 안에 다시 전화를 걸 테니 답을 달라"고 사실상 통보를 하고 말았다.
원소속팀 감독의 지시에 캠벨은 브루스 감독이 그와의 임대 계약 마무리를 기다리고 있었음에도, 위건행이고 뭐고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브루스 감독은 "널 영입하려고 여기까지 왔는데"라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지만 캠벨의 위건행은 순식간에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캠벨은 "토트넘으로 가기 싫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며 결국 토트넘 연고지인 런던에서 한 시즌을 보냈다고 했다.
캠벨의 토트넘행은 축구 인생의 내리막길 걷는 악수가 되고 말았다. 그는 2008/09시즌 토트넘에서 프리미어리그 단 10경기를 뛰었는데 그 중 선발은 한 경기에 불과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컵과 리그컵 등을 주로 뛰고 다음 시즌 맨유로 복귀했으나 선더랜드로 쫓겨나듯 완전 이적하면서 맨유와 작별했다.
10년이 지난 2018/19시즌 2부 헐시티에서야 처음으로 정규리그 10골을 채웠다.
사진=AP, EPA/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