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올 3분기 국내 산업계 최대 화제는 쿠팡의 흑자전환일 것이다.
미국 뉴욕시장에 상장된 쿠팡은 3분기 매출은 달러당 환율 1340.5원을 적용할 경우,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6조838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037억원(7742만 달러)으로, 지난 2014년 로켓배송 도입 뒤 처음 분기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1215억원(9067만 달러)으로 흑자 전환했다.
지난 8년간 누적 적자 수조원을 내면서 위기설에 줄기차게 시달려 왔지만, 배송과 물류 창고 등에서 꾸준한 투자를 받아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예상보다 일찍 이익을 내기 시작한 셈이다. 지난해 화재 사고 등 여러 악재로 고전했던 것을 고려하면 쿠팡 흑자가 주는 의미는 적지 않다.
기업의 실탄이라고 할 수 있는 보유현금도 증자 등을 통해 4조원을 훌쩍 넘었다. 이익을 내는 것은 물론, 관련 산업 투자까지 함께 진행할 수 있는 선순환 가능성을 활짝 열어젖힌 셈이다.
쿠팡의 흑자는 스포츠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선 쿠팡이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오프라인 경제 활성화가 예측되던 시점에 1000억원대 이익 냈다는 것을 눈여겨 봐야 한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사람들이 외부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 쿠팡과 같은 이른바 이커머스 업체들이 유통 시장에서 상당히 힘들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컸다.
뚜껑을 열고보니 꼭 그렇진 않았다. 우선 각국 정부가 전염병 시대에 돈을 많이 풀었다. 게다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원자재, 곡물 가격 등이 오르다보니 지난 1년간 가파른 인플레이션이 일어났다.
치솟는 물가에 소비 위축은 자연스럽다보니 사람들이 외식, 여행, 레저 등 밖에 나가서 돈 쓰는 게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사람들이 주머니 사정 혹은 관성 등으로 인해 언택트 생활을 지속적으로 영위하고 있다.
쿠팡처럼 '콘택트 시대'로 돌아가면 부진할 것으로 여겨졌던 OTT 업체 넷플릭스가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고, 가입자 수까지 시장 예상치보다 140%나 껑충 뛴 것도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다.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먹고 마시며 즐겨야 관중몰이가 되는 프로스포츠 입장에선,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이던 2019년 관중으로 돌아가기가 예상보다 쉽지 않다는 뜻이다.
물가가 급등한 상황에선 집 떠나면 돈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 한국시리즈, A매치 같은 톱클래스 스포츠 이벤트는 수요가 넘치니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프로스포츠의 전체적인 붐업까지는 생각보다 갈 길이 멀 수도 있게 됐다.
그렇다고 쿠팡의 흑자 진입이 스포츠계와 마냥 어긋난다고 볼 수도 없다. 쿠팡이 이룬 규모의 경제를 스포츠산업 발전의 동력으로도 삼을 수도 있어서다.
쿠팡은 2년 전부터 각종 상표출원 등을 통해 사업다각화에 들어갔음을 알렸다. 그리고 배달음식 시장과 OTT 산업 등에 뛰어들어 코로나19 때 가다듬었던 구상을 차츰 실천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사람들이 컴퓨터 내 포털사이트에 몰려들어 즐기고 소비했다. 시대가 다시 변해 이제 유료회원수만 1000만명에 이른다는 쿠팡 등 이커머스, 혹은 OTT를 통해 사람들이 돈 쓰고 즐기는 상황을 맞았다.
K리그 등이 이미 쿠팡의 OTT 서비스인 쿠팡플레이와 온라인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지만, 스포츠분야의 더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언택트 라이프'에서 소비자들을 만나 자신들의 상품을 팔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쿠팡의 흑자는 그 만큼 세상이 다시 한 번 바뀐다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이커머스 기업의 모바일페이지 혹은 홈페이지로 들어오면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관련 상품도 사고, 음식도 시켜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고 있다.
수익내기가 만만치 않아 수십년 째 고전하는 국내스포츠계가 지혜를 모은다면, 변화의 물결에서 파이를 키우는 계기로도 가능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쿠팡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