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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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소녀와 김연경키드, 이렇게 훌쩍 컸어요

기사입력 2022.08.18 06:00 / 기사수정 2022.08.22 16:52

윤승재 기자


(엑스포츠뉴스 순천, 윤승재 기자) “육상하다가 배구로 넘어왔어요”, “(김)연경 언니 보고 고등학교 때부터 배구했죠.”

배구를 시작한 계기는 남달랐다. 그랬기에 또래들에 비해 배구를 시작한 시기도 늦었다. 하지만 수년이 지난 현재, 두 선수는 꿈에 그리던 프로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비록 한 경기지만 두 선수의 활약은 팀을 조 1위로 이끌었고, 두 선수는 자신들의 성장세를 증명하면서 팀의 희망이자 미래로 거듭났다. 문지윤과 오세연, GS칼텍스의 화수분 배구를 이끌고 있는 두 선수의 이야기다.

GS칼텍스는 17일 전남 순천팔마체육관에서 흥국생명과 '2022 순천·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A조 마지막 경기에서 흥국생명에 세트 스코어 3-2(15-25, 25-19, 25-21, 23-25, 15-13)로 승리하며 조별리그 2승에 성공, A조 1위로 준결승에 올랐다. 2세트부터 출전했음에도 팀내 최고 득점인 23득점을 기록한 문지윤의 활약이 빛을 발했고, 컵대회를 통해 기회를 잡은 미들 블로커 오세연이 블로킹 득점만 6점을 올리면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문지윤은 미들 블로커와 아포짓 스파이커를 오가며 무기력했던 팀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았고, 오세연도 미들 블로커로서 탄탄한 블로킹은 물론, 자신감 넘치는 속공도 곁들이며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무엇보다도 만원 관중 앞에서, 우상인 김연경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는 신예의 패기를 보여줬다. 그리고 이 모든 활약은 철저한 훈련에서 비롯됐다고. 차상현 감독은 “평소 훈련을 잘 따라와 준 선수들이다. 준비를 잘한 덕이다”라며 이들의 활약을 칭찬했다. 



사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문지윤은 외국인 선수와 포지션이 겹친 탓(아포짓 스파이커)에 기회를 많이 받지 못했고, 오세연은 지난해 리그 2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하지만 마음가짐은 남달랐다. 문지윤은 “들어가면 겁 안 먹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고, 오세윤은 “경기에 많이 못 나서서 힘들기도 했지만, 제가 부족한 거니까 좌절하기보단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전했다.

그렇게 성장한 이들. 이날 두 선수는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특히 오세연은 ‘우상’과 한 코트에서 함께 뛰며 그를 상대하는 특별한 경험도 했다. 오세연은 “고등학교 때 배구를 시작했는데, 리우 올림픽 때 (김)연경 언니를 보고 반해 배구부가 있는 학교로 진학해 꿈을 키워왔다. 배구를 시작하면서 한 코트에서 함께 뛰고 싶다는 소박한 꿈이 있었는데, 같이 뛰기도 하고 블로킹도 성공시켜서 기분이 정말 좋다”라며 활짝 웃었다. 

문지윤에게도 김연경은 까마득한 선배이자 워너비였을 터. 하지만 문지윤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모습으로 강스파이크를 때려냈다. 오히려 김연경의 블로킹을 여러 차례 뚫으며 득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문지윤은 “(김)연경 언니의 블로킹에 대한 두려움은 있었다. 하지만 최대한 신경 안쓰려고 했다”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코트에 들어가면 겁 안 먹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코트 위에서 증명한 문지윤이었다.  



문지윤도 특이한 이력이 있다. 중학교 시절 육상선수로 뛰다 감독의 제의를 받고 뒤늦게 배구를 접한 것. 단거리 뛰기와 높이뛰기를 했던 경력 덕인지 문지윤도 빠르게 재능을 펼쳐 나가며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2년차에 트레이드로 GS칼텍스에 와서는 펀치력도 좋아졌다. 문지윤은 “감독님이 웨이트 훈련을 굉장히 중요시하신다. 그래서 힘이 많이 붙은 것 같다”라며 “감독님이 항상 자신감을 심어주시고 잘 신경 써주신 덕에 좋아진 것 같다”라며 웃었다. 

두 선수의 활약에 사령탑은 ‘싱글벙글’이다. GS 칼텍스는 이번 컵대회를 앞두고 안혜진과 한다혜가 국가대표로 차출되고 에이스 강소휘까지 부상을 입으며 전력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으나, 세터 이원정에 아웃사이드 히터 권민지가 이번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화수분 배구’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문지윤과 오세연의 성장세까지, 카드가 많아진 차상현 감독은 “또 다른 플랜이 생기는 거니 감독으로선 반가운 소식이다"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사진=순천 윤승재 기자, KOVO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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