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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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야구의 거장, 김성근 감독.

기사입력 2007.11.07 09:58 / 기사수정 2007.11.07 09:5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야구에서 승리하려면 믿음의 야구, 즉 인간적인 신뢰와 유대감은 중요하다. 그러나 2007' 한국시리즈에서 SK 와이번스의 김성근 감독은 무엇보다 이성적인 데이터에 기반을 둬야 값진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거머쥔 팀들은 이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원초적이면서 상황에 따른 전술구사가 필요한 축구에 비해 야구는 통계학적인 이성을 기반으로 하는 스포츠다.

데이터 야구에 정통한 김성근 감독. 그는 마침내 최상의 결과를 이루어냈다.

야구의 신보다 데이터 야구의 거장이 더욱 어울리는 감독

김성근 감독이 ‘야구의 신’으로 불리우는 까닭. 이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많은 우승을 일궈낸 김응용 삼성 라이온스 사장(전 해태 타이거스 감독)이 2002'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상대 LG 트윈스의 수장이던 김성근 감독에게 붙여준 명칭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성근 감독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김감독의 친아들이자 SK 전력분석팀장인 김정준과장은 다음과 같은 증언을 했다. 야구의 신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근접한 것은 사실이라고.

김성근 감독의 야구는 ‘이론의 집약과 체계성’에 근거한다. 실제로 김감독의 서재에는 700~800권에 달하는 야구 전문서적이 있다. 또한, 새로운 야구 이론서가 나오면 당연히 김감독의 손에 들어간다. 이처럼 야구와 관련된 모든 이론과 실체를 직접적으로 공부하고자 하는 탐구심이 김감독에게 우승을 안겨주었다.

투수, 타자, 수비수, 주루자, 그리고 경기 외적인 정신적인 부분 등 야구는 세분화된 종목의 특징처럼 연구해야 할 분야가 광범위하다. 이러한 모든 부분을 섭렵하고 조화를 시키려면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경기장에서의 실전 경험 또한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론적인 면에 충실해야 하는 야구를 김감독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러한 탐구는 과학적인 데이터를 중시하는 경향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확률과 상대성이 강한 야구에서는 데이터에 기반을 둬야 제대로 된 전술을 구사할 수 있으며 이것이 곧, 이기기 위한 야구의 지름길이 됨을 김감독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데이터의 과학적인 탐구는 곧 정확한 전술구사의 근원이 된다

아무리 타율 3할 대를 기록하고 30~40개 이상의 홈런을 치는 타자라 할지라도 그가 인간인 이상에는 한 시즌 내내 최상의 타격감을 유지하기 힘들다. 그래서 타격주기란 말이 나온 것이며, 그 흐름을 명석하게 꿰뚫으려면 데이터의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김감독은 자신의 팀은 물론 타 팀의 타자들의 성향도 곧바로 맞춰냈다. 이러한 김감독의 포착 능력은 그저 감각에 따른 답변이 아니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김감독은 언제나 정확한 연구와 근거자료를 통해서 경기와 승부의 방향을 예측했으며 그것을 기반으로 삼아 항상 승리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김감독의 데이터 야구가 적절하게 통했던 사례는 이번 2007' 한국시리즈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한국시리즈 MVP에 오른 김재현의 기용 방안에서 볼 수 있다.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타율 0.197에 5홈런, 그리고 19타점의 부진을 보인 김재현을 김감독은 잠실 구장에서 벌어진 한국시리즈 3차전 부터 3번 타순에 배치했다.

이것은 큰 모험이자 무리한 감행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재현은 최상의 활약을 보여주며 기대에 보답했다. 이러한 선수기용의 성공도 역시 철저한 테이터 야구에 기반을 둔 김감독의 분석에 따른 것이었다.

1994'시즌부터 2004' 시즌까지 LG 트윈스 선수로 활약했던 김재현에겐 잠실 구장은 친숙한 장소였다. 올 시즌 김재현은 잠실구장에서 열린 경기 중 18경기에 출장 0.275 5타점을 기록했었고 출루율도 0.419에 달했었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잠실구장에서 맞붙은 두산전에서 0.300의 타율에 0.436의 출루율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잠실구장에서 강한 모습을 보인 김재현의 특징을 데이터로 파악한 김감독. 김감독은 SK의 홈구장인 문학 경기에서 7번 타순에 자리하던 그를 전격적으로 3번 타순에 배치하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4차전에서 역투한 김광현과 함께 잠실구장에서 맹활약한 김재현의 활약은 2연패 뒤, 내리 4연승을 거두며 역전승을 이루어낸 발판이 되었다.

또한, 한국시리즈 시작 전 승패의 향방을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혔던 두산의 기동력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는데도 데이터 야구의 분석이 톡톡히 한 몫을 했다.

실제로 김감독은 이종욱의 빠른 발을 앞세운 두산에 패한 1차전 이후, "앞으로 두산 타자들은 쉽게 뛰지 못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리고 이 말은 놀랍게 적중하였다. 두산이 포스트시즌 동안 톡톡히 재미를 본 발야구를 무력화시킨 것에 대해 김감독은 시리즈가 끝난 후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바로 두산의 이종욱과 고영민의 발을 잡기 위해 그들의 도루 성향을 데이터로 파악한 것이다. 이종욱과 고영민은 절대 초구에는 도루를 하지 않고, 3구째나 4구째 잘 뛴다는 성향을 파악해 냈다. 그리고 이러한 점에 대해 박경완과 충분히 대비를 한 것이 두산의 발야구를 잡는 결정적인 포인트가 되었다.

체계적인 데이터 분석으로 확률 높은 야구를 추구한 김성근 감독. 그러나 김감독은 지금껏 한국 야구계에서 제대로 인정받은 지도자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하위권 팀도 4강이나 우승권에 근접하는 팀은 만들어도 한 번도 우승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 큰 이유였다.

실제로 2001~2002년까지 LG 트윈스 감독으로 재직할 시절엔 그의 능력이 더욱 각광을 받았었다. 특히, 하위권이란 평가를 받은 LG 트윈스를 준우승까지 올려놓았던 2002년에는 승장(勝將)인 김응용 당시 삼성감독 못지않게 김성근 감독의 지도력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러나 LG 구단은 값진 성과를 이룩한 감독을 인정하지 않았다. 불명예 퇴진 후 더 이상 한국야구에서 지도자를 맡지 않겠다고 다짐한 김감독은 일본으로 무대를 옮기게 된다. 2005년부터 2006년까지 지바 롯데 마린스 코치로 일하며 이승엽을 지도하기도 한 김감독에게 또다시 대한해협을 넘은 러브콜이 들어온다. 바로 수제자 조범현 전 감독이 자리를 비운 SK 와이번스였다.

노력과 그 성과와는 다르게 우승으로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국야구계의 풍토에 지쳐있었던 김감독은 다시 한국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옳다는 것을 우승으로 증명하였다.

자나깨나 항상 야구에 대한 생각으로 아침에 눈뜨고 저녁에 잠자리에 드는 김성근 감독. 그의 머릿속은 오는 8일부터 일본 도쿄 돔에서 벌어지는 코나미 컵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열정에 대해 그는 끝을 알 수 없는 탐구가 야구에 대한 매력을 지속적으로 준다고 말한다.

아무리 야구감독이라고 하더라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선수들에게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봐야 된다는 것. 학문에 끝이 없고 답이 없다는 명제가 김감독에게도 통할 듯싶다.

끝을 알 수 없는 야구에 대한 참맛을 되새기며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된다는 열정을 가진 이. 그의 야구에 대한 탐구와 끊임 없는 승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사진 = SK 와이번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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