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2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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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이 다 서있죠", 옛날의 그 '오지배'가 아니다

기사입력 2022.07.08 09:36

윤승재 기자


(엑스포츠뉴스 대구, 윤승재 기자) 딱! 맞는 순간부터 안타라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공이 바운드가 되는 모습을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끝까지 따라가면 잡을 수 있겠구나.’ 그렇게 오지환(LG)은 몸을 날려 공을 잡았다. 타구부터 포구까지 걸린 시간은 약 2.5초. 그 짧은 시간 동안 오지환은 의문과 가정, 확신의 과정을 모두 거쳐 호수비를 완성시켰다. 

유격수 오지환에게 ‘호수비’는 더 이상 ‘호수비’가 아니다. 언젠가부터 당연한 모습이 됐다. 빠른 반응 속도와 안정적인 포구 및 송구, 거침없지만 정확한 판단까지. 철벽 수비를 자랑하는 오지환에게 호수비는 어느새 그를 수식하는 당연한 단어가 됐다.

지난 대구 삼성전에서도 오지환의 호수비는 빛났다. 6일 9회말 선두타자 김현준의 2-유간을 가르는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 흐름을 끊은 오지환은 이튿날인 7일 4회말엔 강민호의 타구를 환상적인 점핑 캐치로 잡아내 팀의 추가 실점 위기를 넘겼다. 두 호수비 모두 1점차 근소한 리드 상황에서 나온 장면으로, 그야말로 경기를 지배한 호수비들이었다.

호수비의 비결을 물었다. 6일 호수비에 대한 질문에 오지환은 “처음엔 안타라고 생각했는데 바운드 도중 공이 살짝 튀면서 잡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생겼다”라고 답했다. 짧은 시간에 계산이 다 되는 모습에 감탄하자, 그는 “머릿속에 이미지가 항상 그려져 있고 다 계산돼 있는 장면들이라 잡을 수 있었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지환은 이에 대해 “경험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오지환은 2009년부터 14년 동안 거의 매년 100경기 이상을 뛰어온 베테랑 유격수다. 국가대표라는 큰 무대 경험도 많다. 십수년간 수없이 많은 공을 잡아보고 데이터를 쌓아온 그였기에 웬만한 상황과 시나리오는 순간순간 머릿속에서 다 그려낼 수 있다. 

수비 시나리오뿐만이 아니다. 경기 흐름을 읽는 것도 탁월하다. 흐름을 끊어야 할 때와 이어가야 할 때를 정확히 안다. 오지환은 경기 흐름을 의식하며 경기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흐름을 의식하면 집중도가 달라진다. 흐름을 인식하면 상황 판단이 잘 돼서 나오는 시나리오를 미리 대비할 수 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오지환의 수많은 실수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들이다. 오지환에게도 매 시즌 20개의 이상의 실책을 범하며 헤매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노련함과 자신감이 장착됐다. 오지환은 “실수를 많이 하면 그만큼 많이 보인다. 이런 바운드엔 어떤 공이 온다, 이 공은 잡을 수 있겠다 등 예상을 할 수 있다. 지금은 계산이 다 된다”라고 전했다. 

오지환의 별명은 ‘오지배’다. 하지만 이 별명이 처음 생겨났을 땐 결코 좋은 의미의 별명은 아니었다. 데뷔 초 잦은 수비 실책으로 경기를 지배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하지만 지금은 의미가 전혀 달라졌다. 탄탄하지만 환상적인 수비로 경기를 지배하고 있다. 지난 날엔 타격에서만 긍정적인 의미였던 '오지배'라면, 지금은 수비에서도 긍정적인 의미로 붙은 별명이 됐다. 

사진=대구 윤승재 기자, 엑스포츠뉴스DB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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