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지수 기자) 롯데 자이언츠 캡틴 전준우는 지난 2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왼쪽 종아리 근육 미세 파열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부상 직전 10경기에서 40타수 13안타 타율 0.325 1홈런 5타점으로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던 가운데 부상 악재를 맞닥뜨렸다.
부상보다 더 마음이 아픈 건 팀의 연패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롯데는 지난주 6경기를 모두 패하면서 6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이달 초 단독 2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7위까지 추락했고 승패 마진은 '-4'까지 벌어졌다.
전준우는 엔트리 말소 이후 부산으로 바로 내려가는 대신 SSG 랜더스와의 인천 주중 3연전에 동행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규정상 경기 중 더그아웃에 들어갈 수는 없지만 조금이나마 동료들과 후배들에게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 노력했다.
전준우는 지난 26일 "이게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이 아닌가 싶어서 원정 기간에 함께하고 있다"며 "4월에 팀이 너무 좋았다가 힘이 조금 떨어진 상태다. 이럴 때 주전들이 있어야 버틸 수 있는데 나와 한동희가 한 번에 빠지니까 마음이 안 좋다"며 착잡한 심경을 밝혔었다.
이대호와 안치홍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한 안타까워 하면서 자신을 포함한 부상 선수들이 복귀할 때까지 고비를 잘 넘겼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롯데는 지난주 내내 무기력했다. 연패 기간 긍정적인 요소가 거의 없었다. 장점이던 마운드는 팀 평균자책점 6.44로 부진했고 타선까지 주간 팀 타율 0.179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주축 야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여파가 여실히 드러났다.
롯데는 전준우뿐 아니라 3루수 한동희, 1루수 정훈도 각각 옆구리, 햄스트링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다. 지난 22일 두산전에서 9회초 2사 후 터진 고승민의 극적인 역전 3점 홈런으로 승리하며 한숨을 돌리는 듯했지만 이후 타선 침묵이 지속됐다.
6경기에서 얻은 점수는 11점이 전부였다. 외국인 타자 DJ 피터스는 지난 26일 SSG전 3점 홈런을 제외하면 힘을 쓰지 못했고 기대했던 역할을 전혀 못 해주고 있다. 타선을 지탱했던 이대호와 안치홍도 상대 마운드의 집중 견제 속에 타격감이 주춤했다.
롯데가 핵심 유망주로 육성 중인 외야수 고승민은 13타수 무안타, 오프시즌 트레이드로 영입한 유격수 이학주는 14타수 1안타, 팀 내 비중이 높은 내야 유틸리티 배성근은 16타수 1안타로 힘을 못 썼다. 최근 2군에서 콜업된 외야수 조세진과 황성빈이 14타수 4안타로 가능성을 보여준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도 "이번주 우리가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득점을 얻기 위한 상황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팀 공격력 약화에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롯데는 지난 시즌 종료 후 팀 내 핵심 타자 손아섭의 FA 이적 후 내부 육성으로 공백을 메우고자 했지만 성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외려 주전과 비(非) 주전급 선수들의 기량 차만 절감하면서 부상 선수들의 복귀만 목 놓아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선수 한 명이 프런트가 기대했던 대로 잠재력을 터뜨리면서 팀 전력을 강화시키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정규시즌 일정의 3분의 1을 소화한 현시점에서 롯데의 위치는 '언더독'으로 다시 돌아갔다. 5년 만에 가을야구 도전이 '일장춘몽'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버티기 그 이상의 분발이 필요해졌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