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과 박지우가 4년 전 아픔을 딛고 나선 대회에서 최선을 다한 레이스를 펼쳤다.
김보름은 19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5위를 기록했다. 2018 평창 대회 은메달리스트 김보름은 비록 대회 2연속 메달 획득엔 실패했지만, 4년 전 슬픔을 극복하고 최선을 다한 레이스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평창 대회에서 김보름과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박지우는 아쉽게 불운에 울었다. 준결승 1조에서 결승행을 노렸던 박지우는 마지막 바퀴를 앞둔 코너에서 다른 선수와 뒤엉켜 넘어지면서 결승행이 무산됐다. 하지만 박지우는 다시 일어나 끝까지 레이스를 완주했고, 최선을 다한 모습으로 박수를 받았다. 메달은 없었지만 두 선수는 지난 평창 대회와는 완전히 다른 격려 속에 대회를 마쳤다.
4년 전 두 선수는 응원보다는 비난을 더 많이 받았다. ‘왕따 주행’ 논란이 컸다. 세 선수가 함께 뛰는 팀 추월 경기에서 마지막 주자 노선영을 챙기지 않고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논란이 생긴 것. 이후 김보름은 왕따 주행 논란의 주동자로 낙인 찍혔고, 함께 출전한 박지우도 거센 비난 여론에 덜덜 떨며 해명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했다.
특히 김보름은 이후 열린 매스스타트 경기에서 은메달을 따냈지만 앞선 논란으로 포디움에서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울러 대회가 끝난 뒤에도 극심한 스트레스로 어머니와 함께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고. 여러 모로 두 선수에겐 충격으로 남은 대회였다.
하지만 4년 뒤 비난 여론은 응원과 격려로 바뀌었다. 논란 이후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서 고의적인 따돌림은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고, 최근 노선영으로부터 훈련 방해, 폭언 등 괴롭힘 당한 것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일부 승소하면서 오해를 푼 것. 덕분에 김보름과 박지우는 비난이 아닌 응원과 격려 속에 베이징 대회에 임할 수 있었고, 메달은 없었지만 최선을 다한 레이스로 박수를 받았다.
힘든 시간을 보낸 두 선수 모두 경기 후 눈물을 흘렸다. 박지우는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다시 올림픽을 나오기까지 쉽지 않았는데 힘든 일도 많았다. 다시 나올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했다”라며 울먹였다. 김보름도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을까 걱정도 했고 두려웠다. 사람들이 아무도 응원해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생각도 많이 했다”라면서 “지금 흘리는 눈물은 올림픽 무대에서 다시 경기를 할 수 있었다는 기쁨의 눈물이다. 많은 사람의 응원을 받았고 메달 땄을 때보다 지금 더 좋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김보름은 이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도 다시 울먹였다고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가장 두려웠던 것은 다시 사람들에게 제가 부각되고
, 또 아무도 응원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었다
"며
"응원 한마디
, 한마디가 힘이 됐다
. 응원이 없었다면 5위를 하지 못했을 것
"이라고 전하며 다시 응원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4년 전 올림픽, 그것도 자국에서 열힌 대회에서 응원받지 못했던 두 선수는 비난 여론을 이겨내지 못하고 포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포기했을 때 오는 괴로움이 더 클 거라 생각했다"는 김보름의 말처럼 두 선수는 꿋꿋이 이겨냈고, 다시 맞은 올림픽에선 박수를 받았다. 메달은 없었지만 뜻깊은 레이스, 이들의 레이스를 두고 '아쉬웠지만 아름다웠다'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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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