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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리듬체조 일루션] Jr대표 이수린, "신수지-손연재 언니 계보 잇고 싶어요"

기사입력 2010.07.27 08:26 / 기사수정 2010.07.27 08:2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리듬체조가 점점 인기가 많아져서 힘이 나요. 관심이 많아질수록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 리듬체조를 대표하는 선수는 단연 신수지(19, 세종대)와 손연재(16, 세종고)이다. 신수지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면서 한국 리듬체조의 존재성을 각인시켰다.

또한, 손연재는 지난해 11월에 열린 슬로베니아 챌린저대회에 출전해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처음으로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쾌거를 올렸다. 그리고 지난 5월 프랑스에서 열린 FIG(국제체조연맹) 월드컵 시리즈 콜베이 대회에서 한국 시니어 대회 사상 최고 성적인 11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들 선수의 계보를 잇는 인재가 나타났다. 현재 리듬체조 주니어 국가대표이자 국내 주니어 무대를 휩쓸고 있는 이수린(15, 광장중)이다.

이수린은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김포시민회관에서 열린 '제23회 회장배 전국 리듬체조 대회' 중등부에 출전해 5관왕에 올랐다.

주니어부 종목별 결승전에 출전해 4개 종목(줄, 볼, 후프, 곤봉)에서 모두 1위에 오른 이수린은 개인종합 부분에서도 75.25점을 기록해 우승을 차지했다. 시니어부에서 신수지와 손연재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을 때, 주니어부는 단연 이수린의 독무대였다.

"개인종합 부분은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어요. 하지만, 종목별 결승에서는 곤봉에서 실수가 많아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볼을 가장 좋아하고 곤봉을 어려워하는데 앞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갈 생각이에요"

현재 주니어 대표이자 내년에는 시니어 무대로 진출할 이수린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리듬체조를 시작했다. 유치원 때부터 시작하는 선수들과 비교해 늦게 출발했지만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출전하는 각종 대회를 석권해 왔다.

리듬체조가 낯설었던 소녀, 수구와 매트에 인생을 걸다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풍무 초등학교에 다니던 이수린은 한 선생님에게 제안을 받았다. 리듬체조 유망주 발굴에 나섰던 풍무 초등학교는 스트레칭을 통해 리듬체조에 재능이 있는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운동에 소질이 있었던 이수린은 스트레칭 테스트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리듬체조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러나 어머니인 정향순(42)씨에게 리듬체조는 매우 낯선 운동이었다. 또한, 하나 밖에 없는 무남독녀 딸에게 운동을 시키기도 쉽지 않아 처음에는 망설였다.



하지만, 담당 선생님의 권유를 받아들인 정 씨는 어린 이수린의 손에 수구(리듬체조의 기구)를 쥐어줬다. 처음에는 취미로 일주일에 3번씩 연습을 하는 정도였지만 대회에 출전한 뒤 자신감을 얻은 이수린은 본격적인 선수의 길을 걷게됐다.

"리듬체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김포보다는 잘하는 언니들이 많은 서울에서 배우고 싶었어요. 그래서 서울로 전학을 가게 됐고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취미로 시작할 때, 리듬체조는 재미있는 '놀이'에 불과했다. 그러나 선수의 길을 걷게 되면서 리듬체조는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찾아왔다. 유연성을 강화시키기 위해 온몸을 늘리는 스트레칭 훈련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너무 아플 때는 살려달라고 절규할 때도 있었다.

리듬체조 선수에게 유연성은 '생명력'과 같다. 이를 훈련을 통해 연마한 이수린은 타고난 장점이 있었다. 바로 뛰어난 점프력과 체력이었다.

이수린은 현재 담당 지도자인 송희 코치에게 체력이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비록, 수구를 늦게 잡은 점이 문제점이지만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리듬체조 주니어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아름다운 동작을 완성하기 위한 현실적인 어려움

리듬체조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종목이다. 우선, 5가지 수구를 선수가 모두 직접 마련해야 된다. 현재 리듬체조 선수들이 쓰는 수구는 모두 수입품이고 가격 또한 만만치 않다.

선수들은 1년 동안 수구를 3~4번 교체한다. 줄, 볼, 리본, 곤봉, 후프 등 5가지의 수구를 1년에 3번에서 4번 교체하는데 드는 비용이 무엇보다 부담스럽다. 또한, 의상도 각 종목마다 다르게 준비해야 한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국제대회 출전이다. 리듬체조는 국제무대에 출전해 많은 경험을 얻고 국제 심판들의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 하지만, 한 번의 국제대회에 출전하려면 최소한 1천만 원 정도의 투자가 필요하다. 여기에 레슨비와 전지훈련비까지 합하면 부담해야할 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경제적인 부담이 큰 것은 물론, 끊이지 않는 부상도 이수린을 비롯한 리듬체조 선수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 초, 이수린은 허리 부상으로 고생했고 무릎과 발목도 좋지 않은 상태다.

현재는 안 아픈 것이 이상할 정도가 됐다. 부상이 걱정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수린은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실전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왔다.



"몸이 아파도 막상 실전 경기에 몰입하면 아픈 것을 잊게 돼요. 경기에 집중하면 고통도 쉽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하나의 동작을 만들기 위해 치러야하는 아픔은 많지만 이수린은 리듬체조가 마냥 즐겁다고 털어놓았다.

"운동을 하는 것이 평범한 학생으로 지내는 것보다 훨씬 즐거워요. 어렸을 때부터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활동적인 것을 좋아했는데 리듬체조가 저에게 딱 맞는 것 같습니다"

넉넉지 못한 형편 때문에 힘겹게 선수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이수린은 지원과 스폰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에서 훈련에만 전념하는 것이 15세 소녀 이수린의 소박한 꿈이다.

좋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는 선수가 되는 것이 꿈

올해, 이수린의 목표는 자신이 출전하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다. '그랜드슬램'을 이루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이수린은 8월에 열리는 소년체전과 9월에 있을 KBS배 리듬체조 대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대회를 마치고 나면 본격적으로 시니어 데뷔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리듬체조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는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넘어갈 단계다. 시니어 무대에서 선보일 난도(리듬체조의 기술)의 레벨은 주니어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이수린은 오전 11시부터 저녁 7~8시까지 훈련에 전념하고 있다. 다가오는 대회 준비도 중요하지만 시니어 무대 데뷔도 이수린에게 중요한 과제다.

시니어 무대에는 신수지와 손연재가 버티고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 광장중에서 함께 뛴 손연재는 이수린의 1년 선배다. 시니어 무대에 진출한 뒤, 곧바로 한국 리듬체조의 간판으로 급부상한 손연재에 대해 이수린은 '배워야 할 점이 많은 선배'라고 대답했다.

"(손)연재 언니는 정말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 같아요. 실수를 한번 하면 좀처럼 잊어버리기가 쉽지 않은데 연재 언니는 그런 점을 금방 털고 일어나요. 그리고 아무리 힘든 상황이 닥쳐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주어진 과제를 끝까지 해내죠. 강한 정신력과 기복이 없는 점이 연재 언니의 장점이자 배워야할 점입니다"

또한, 이수린이 가장 좋아하는 선배는 '리듬체조의 맏언니'인 이경화(22, 세종대)다. 오랫동안 꾸준하게 연기를 해온 점이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운동이 잘 될 때는 이경화만큼,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대답했다.

이수린의 최종적인 시선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에 맞춰져 있다. 리듬체조 선수로서 한창 물이 오를 시기인 이 때,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 이수린의 목표다.

하지만 이수린은 자신과 관객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연기를 펼치는 것이 궁극적인 꿈이라고 밝혔다.

"제 연기를 본 관객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 선수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지난번 국제대회에 출전했을 때, 어떤 선수가 자신의 감정에 몰입해서 연기를 한 뒤, 관객들의 갈채를 받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본적이 있어요. 자신의 연기에 취해서 관객들과 호흡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이런 연기를 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사진 = 이수린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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