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세 기자] 지난달 9일 손승락은 에이전트를 거쳐 "자신 있다"고 짧고 굵게 말했다. 우리 나이로 올해 서른아홉이 됐어도 현역으로서 기량은 여느 선수 못지 않게 잘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러고 나서 한 달 가까이 지나 손승락은 7일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롯데는 "선수와 4차례 만나 재계약을 논의했으나, 본인 은퇴 의사가 강했다"고 했다. 손승락은 "너무도 뜨거웠던 자이언츠 팬의 사랑은 평생 간직하겠다. 신인 때부터 응원해 주신 히어로즈 팬께도 감사하고, 또 죄송하다"고 말했다.
올 스토브리그에서 손승락은 경쟁력 있는 자원으로 꼽혔다. 지난해 전반기 예년과 달리 주춤했어도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1.88로 잘 던졌다. 그런데도 현행 FA 제도상 노장 선수의 이적은 쉽지 않았다.
앞서 손승락 에이전트 DNP파트너는 엑스포츠뉴스와 통화에서 "필요로 할 팀이야 있겠으나, 나이가 있으니 젊고 어린 보상 선수를 주고 영입하기는 위험 부담이 크다. 더구나 손승락의 지난해 연봉만 7억 원이다. 신중히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걱정했다.
롯데 측은 "함께하고 싶다"는 의사를 비쳤는데, 결과적으로 교집합 형성이 안 됐다. FA 협상에서 고과 인정이며 보상보다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는 데 무게를 더 둬서다.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니 금액 조율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성민규 롯데 단장은 "무리한 액수를 요구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고, 에이전트 측도 "투자와 보상 개념에서 이견이 생겼다고 본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주려는 쪽은 미래를 생각해 투자 대비 효율을 생각 안 할 수 없다. 단 1원이라도 허투루 쓸 수 없었을 거고, 받으려는 쪽은 공로가 조금 더 인정되길 원하는 게 당연하다"고 짚었다.
예년과 달리 성 단장이 온 뒤 롯데의 협상 기조는 보다 완고해졌다. 그리고 손승락 측은 수요가 생기기 어려운 상황을 받아 들여야 했다. 자연히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 됐고, 시장 가격 경쟁이 안 되는 상황에서 고과만 기준으로 삼아야 했다. 한편, '48시간 이내 결정'과 관련해 롯데 측은 "손승락에게 48시간 안에 결정하게 한 적과 제시액을 깎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돈으로 평가 받아야 하는 프로 선수에게 단 1원도 자존심의 문제가 된다. DNP파트너는 "현 시장 상황에서 최대한 힘써 봤지만, 본인에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고, 통산 271세이브 마무리 투수는 "정상에 있을 때 내려오겠다"며 끝내 공을 내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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