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8:31
스포츠

노련한 컴퓨터와 신형폭격기의 대결!

기사입력 2006.11.02 10:14 / 기사수정 2006.11.02 10:14

김종수 기자

    [4부작] 
미리보는 K-1 월드 그랑프리 결승(2) 후스트 VS 파우스트



② 어네스트 후스트 VS 하리드 디 파우스트

´입식격투의 컴퓨터´ 어네스트 후스트
  (네덜란드 41 Ernesto Hoost)

´어네스트 후스트를 복사해라.´ 

[엑스포츠뉴스 = 김종수 격투기 전문기자] 입식격투의 최고봉인 K-1무대에서 ´오랫동안 좋은 성적을 거두는 방법은?´이라는 명제를 컴퓨터 안으로 집어넣으면 다음과 같은 답변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만큼 후스트는 대단하다.
피터 아츠의 다이나믹한 하이 킥이나 전성기시절 제롬 르 벤너같은 일발필도의 펀치, 심지어는 마크 헌트(현 프라이드 소속)같은 맷집도 가지고있지 못했지만 그에게는 ´수싸움´과 ´경륜´을 바탕으로 한 이기는 방법이 철저하게 프로그램화되어 있었다.

상대의 움직임에 맞추어 자유자재로 공격스타일을 바꾸었고 돌진할 때와 물러설 때를 적절히 분배해 링 안 전체를 자신의 홈그라운드로 변형시켜버렸다.
비교적 경기를 오래 끄는 스타일 탓에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인상을 주지는 못했지만 소위 ´이기는 방법´을 확실하게 알고있던 그는 적어도 안정성 면에서는 K-1의 누구도 따르지 못하는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원년부터 시작해 1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70전을 넘게 싸웠고 그 가운데 패배는 겨우 10회를 조금 넘겼을 뿐이다. 통산승률만 80%를 기록하고있는 그는 그야말로 ´입식격투´의 지존이 아닐 수 없다.

한번쯤은 우승을 해도 전혀 이상할게 없었던 미르코 크로캅(현 프라이드)이나 제롬 르 벤너, 레이세포 등 K-1을 대표하는 전․현직 강타자들이 무관에 그친 배경에는 그의 존재가 너무나도 컸다.

후스트를 대단하게 하는 또 다른 요소는 65년생이라는 나이다.
이미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상태에서 K-1 생활을 시작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세월이라는 적은 강하게 그를 압박했지만 웬일인지 후스트에게는 시간의 초침을 역행케하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 보였다.

K-1이라는 무대가 매년 경력을 쌓아갈수록 후스트에게는 노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녔지만 그는 갈수록 강해졌고 심지어는 자신보다 젊은 선수들을 체력적으로도 압도하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제 그도 40을 넘어 중반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이다. 원숙함과 타고난 격투센스 만으로 모든 것을 극복하기에는 세월에 대한 면역력이 많이 약해졌다.
항상 우승후보를 예상할 때 리스트에서 빠져본 적이 없었던 그이지만 이번 그랑프리에서만큼은 조금 밀려나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 팬들은 그의 우승을 전혀 불가능하게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를 대기에는 긍정적인 요소보다 부정적인 요소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 하나의 답변이 그 모든 것을 묻어버릴지도 모르겠다.
그가 우승 못할 것은 없다. 왜냐하면 그는 ´어네스트 후스트 이기 때문이다.´

´근성의 돌주먹´ 하리드 디 파우스트
  (독일 31 Chalid Die Faust)

지난 4월 라스베가스 지역예선 결승에서 ´검은 들소´ 게리 굿리지를 접전 끝에 KO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한 하리드 디 파우스트는 K-1무대에서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 선수였다.
그도 그럴 것이 파우스트는 K-1은 물론 IAFC, 히어로즈, 프라이드 등 입식과 종합을 따로 가리지 않고 이곳저곳을 전전했으며 주요격투기무대에서의 공식전적도 채 20전을 넘지 않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역예선 우승자의 자격으로 당당히 출전했던 오사카 개막전 당시에도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으며 심지어는 대회 참가선수중 최약체급으로 꼽히기도 했다.

확실하게 한곳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수많은 무대에서 뛰었다는 것은 정상급레벨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혹평을 받기에 충분한 요소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을 넘게 활약해왔다는 것은 그만큼 적응력과 근성이 뛰어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라스베가스 예선당시 그에게는 장애물이 많았었다. 

육체개조를 통해 파워업에 성공한 ´만년 우승후보´ 카터 윌리엄스를 비롯 자신 이상 가는 펀치력을 가진 게리 굿리지까지, 절대 쉽게 볼 수 없는 강자들이었지만 파우스트에게는 실력 그이상의 집념과 근성이 있었다.

접전 끝에 카터 윌리엄스에게 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부상으로 결승에 대신 진출하는 행운을 잡았고, 게리 굿리지와의 승부에서도 상대의 파워에 시종일관 고전하면서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면서 돌주먹을 명중시킬 수 있었다.

그런 상승세를 발판으로 파우스트는 오사카 개막전에서 ´일본의 자존심´ 무사시를 시종일관 몰아붙이며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고 결국 파이널이라는 큰 무대에서 K-1 역대최고의 선수중 한명인 후스트와 겨루는 영광을 차지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예상은 압승까지는 아니더라도 후스트에게 승부의 추가 기울어질 것이라는 평이 대체적이다. 노쇠하기는 했지만 큰 경기 경험과 운영능력에서 후스트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파우스트의 승리를 예상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데, 그 이유로는 파우스트 특유의 불같은 파이팅과 3라운드 후반까지 흐트러지지 않는 강한 집중력 등을 꼽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는 현재 상승세라는 것이다.

[예상 1] 후스트에게 유리한 상황

지난 오사카 개막전에서 후스트는 펀치력과 힘을 무기로 거칠게 압박해오는 후지모토 유스케를 상대로 3회 KO승을 거두었다.
무사시와 더불어 아시아권에서는 강자로 통하고있는 유스케였지만 여전히 단단한 가드로 안면을 방어하고 끊임없이 정교한 반격을 강행하는 후스트의 집요함에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초반 1라운드는 힘을 앞세운 유스케가 유리한 듯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양상은 바뀌어가고 있었다. 

특히 KO의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던 로우 킥은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전성기시절 전매특허였던 원투펀치에 이은 로우 킥의 콤비네이션은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채찍´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을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었던 로우 킥은 아직까지 살아있었던 것이다.

비록 상승세라고는 하지만 파우스트는 K-1의 탑클래스 선수와 맞붙어본 경험이 많지 않다. 

그나마 네임밸류가 높은 테크니션은 시릴 아비디와 카터 윌리엄스 정도인데 파우스트는 이들과의 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뭐니 뭐니해도 후스트의 최고무기는 뛰어난 격투센스에서 나오는 ´수 싸움´ 능력이다.
경기시간이 길어질수록 ´입식격투의 컴퓨터´는 계속해서 승리방식을 계산해낼 것이고 승리의 여신은 후스트를 향해 미소 질 확률이 크다.

[예상 2] 파우스트에게 유리한 상황

지난 게리 굿리지와 무사시 전을 통해 파우스트는 뛰어난 펀치력과 더불어 나름대로의 만만치 않은 경기운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자신보다 파워가 뛰어난 상대에게는 가드를 단단히 한 채 약점을 노리는 스타일로, 자신보다 파워가 떨어지는 상대에게는 ´돌주먹´을 바탕으로 쉴새없이 압박하는 전술을 구사했다.

이 같은 다양한 스타일을 구사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무대를 전전하며 얻은 많은 경험이 토대가 되었으리라.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상대할 후스트는 그보다 훨씬 더 경험이 많고 스타일이 다양하며 ´수 싸움´같은 부분에서는 감히 비교를 불허할 정도의 선수이다.
어설프게 전략을 짜서 대결했다가는 어렵게 올라온 파이널 무대를 허탈하게 마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후스트와 대결에서 승리한 선수들 중에는 다음과 같은 두가지 스타일이 유독 많았다.
밥샙이나 피터 아츠 같이 그가 무슨 ´수 싸움´을 계획하던 개의치 않고 끊임없이 공격하며 압박하여 승기를 잡았던 이들이 있는가하면 브랑코 시카틱이나 프란시스코 필리오 등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있다가 한순간에 카운터를 명중시켜 KO승을 거둔 케이스들이었다.

물론 이 같은 스타일의 공격방법 등도 해당선수의 기량이 받쳐줄 때 가능한 것이지 웬만큼의 실력으로는 알면서도 써먹지 못할 것이다.
유스케 역시 압박전술을 통해 경기 초반 후스트를 압도했지만 중반께 집중력부족을 드러내며 패하고 말았다.

적어도 파우스트는 유스케에 비해 뛰어난 펀치력과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
최대한 짧은 시간 내에서의 집중력 있는 압박전술 구사여부가 파우스트의 그랑프리 성적을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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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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