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02.15 02:31 / 기사수정 2006.02.15 02:31
* 지난 한주 동안(2.6 ~ 2.12) KBL 각 팀의 전력 변화 및 경기력,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간단히 논평해 보았습니다.
1. 원주동부 프로미
지난 8일 KTF전은 왓킨스-김주성이 버티는 골밑 디펜스의 위력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두 선수가 합작해낸 블록샷 16개는 이 팀의 진정한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잘 설명해준다. KBL에서는 도무지 막기가 불가능해 보였던 '빅 젤리' 딕슨도 트윈 타워의 위력 앞에 31%의 슛성공률(5/16)과 5개의 실책으로 침묵했다.
*왓킨스는 영리하게도 딕슨의 슛 동작이 느린 것을 이용해 몸싸움을 피하고 오직 블록샷만을 노렸으며그런 전략 덕분에 딕슨에게 11개의 오펜스 리바운드를 허용하긴 했지만 동시에 9개의 블록샷으로 딕슨의 기를 죽였다.
*이 점이 딕슨을 수비하는 다른 센터들과 왓킨스 간의 차이였다. 딕슨의 체중이 워낙 많이 나가는 관계로 그와 몸싸움을 하게 되면 결코 딕슨의 슛을 블록할 수 없다.
한편 오리온스와의 첫 경기에서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조셉 쉽은 지난 주 3경기에서는 평균 14.7점, 3어시스트, 3.3리바운드에 그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더욱이 11일 LG전의 22점 중 13득점은 승부가 이미 결정된 4쿼터에 나와, 그 영양가 역시 떨어졌다.
또 쌍포의 위력에 미련이 남은 전창진 감독이 양경민, 손규완, 조셉 쉽을 동시에 기용하면서 조셉의 경기 운영 능력에 기대를 걸고는 있지만, 지난 주 파워랭킹에도 밝혔듯이 조셉은 '피딩'에는 능할망정 '리딩'에는 그리 능한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동부의 가드 부재 문제는 여전하다.
2. 부산KTF 매직윙스
동부와 모비스에게 당한 2패의 타격 때문인지, KTF를 우승후보 0순위로 보았던 이들이 점점 신중해지고 있다. 그러나 딕슨과 맥기, 신기성과 조상현이 버티는 이 팀은 비록 기세가 꺾이긴 했으나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체력 저하에 따른 신기성의 부진? 부상 여파에 따른 조상현의 기복? 아니면 추일승 감독의 임기응변 능력? 혹시 딕슨의 코트 비젼 문제? 뭐 다 좋다. 그러나 KTF의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바로 팀 컬러의 변화에 따른 문제다. 전통적으로 이 팀은 나산 시절부터 끈끈한 팀 컬러로 유명했다. 결코 쉽게 지지 않으며, 아무리 객관적 전력이 떨어지더라도 정신력과 투지로 극복하겠다는 선수들의 투쟁심이 돋보이는 팀이었다. 따라서 용병을 포함해 국내 선수들도 대부분 '근성' 있는 선수들로 채워졌다.
올해의 맥기와 작년의 미나케, 그리고 국내선수들 중엔 이홍수, 최민규(상무), 조동현(공익근무), 변청운(KCC로 트레이드), 김기만(SK로 트레이드) 등이 그런 '근성'을 대표하던 선수들이었다. 이번 시즌 초만 해도 그런 '근성 농구'가 어느 정도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허나 딕슨이 들어오고 조상현, 황진원이 가세하면서 팀 컬러의 변화가 생겼다.
오펜스의 한계를 끈적끈적한 디펜스로 극복하던 이 팀의 색깔은 어느 덧 공격적인 팀컬러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딕슨, 조상현, 황진원의 합류 전까지 평균 79점에 그치던 이 팀의 공격력은 이들의 합류 이후에만 평균 86점을 기록하며 크게 향상되었다.
그러나 딕슨과 맥기의 존재로 인해 좀더 편한 농구를 하게 된 탓인지, 국내 선수들의 집중력이 종종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공격 시의 산만한 게임 운영과 턴오버, 수비 시의 오픈 찬스 허용으로 나타나곤 했다.
결국 KTF는 작년의 SBS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강력한 수비 농구를 추구했던 SBS가 단테의 합류 이후 매 경기 100점 이상 따내며 상대팀에게 10점차, 20점차로 승리했지만, 타이트했던 디펜스가 조금씩 느슨해지면며 결국엔 수비농구 컬러를 잃어버리고 말았음을 말이다(작년 플레이오프에서의 KCC전 패배는 결국 수비 싸움의 패배였다). 따라서 우승을 노리는 KTF에게 어쩌면 가장 필요한 것은, 나산, 골드뱅크, 그리고 코리아텐더 시절을 거치며 팀의 전통으로 자리잡은 '헝그리 농구', '근성 농구'의 회복일지 모른다.
3. 울산모비스 피버스
감독과 팀 동료들 입장에서 크리스 윌리엄스는 아마 가장 이상적인 용병이 아닐까 싶다. 그는 가장 확률높은 슛이란 결국 골대 근처에서 쏘는 슛임을 잘 이해하고 있고, 비어있는 동료에게 어김없이 패스를 찔러줄 만큼 팀플레이 마인드가 뛰어나다.
윌리엄스가 워낙 꾸준한 활약을 해주는 덕분에 이 팀의 승패는 대부분 국내 선수들의 활약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11일 KT&G전(우지원 18점, 양동근 16점 6어시스트)이나 12일 KTF전(김재훈 19점)처럼 국내 선수들이 터져주는 날에는 그만큼 모비스는 쉬운 경기를 할 수 있다. 즉 이 팀의 강력한 디펜스 능력을 감안할 때, 공격 면에서 조금만 더 국내선수들이 윌리엄스를 도와주면 80점대 득점으로도 상대를 충분히 꺾을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로데릭 라일리는 지난 주 3경기에서 평균 12.7점, 8.7리바운드의 기록으로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11일 경기에서 딕슨을 맞아 단 19분 만에 5파울로 퇴장당한 것이나, 지난 3경기에서 단 1개의 블록샷만을 기록한 것은 과연 이 정도 센터로 팀의 목표인 우승을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 들게 한다.
4. 서울SK 나이츠
12일 KT&G전에서 아깝게 패하긴 했지만 지금 SK는 자신감에 넘쳐 있다. 버로와 브라운의 리바운드 개수를 합치면 거의 딕슨이나 벤슨과 비슷할 정도로 골밑이 취약한 데도, 현재 KBL의 모든 팀들이 이 팀과의 경기를 부담스러워 한다. 혹시 문경은 효과 때문일까? 그의 합류 이후 팀은 6승 3패를 거두고 있으니 말이다.
문경은 효과보다는 방성윤 효과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물론 문경은의 합류로 방성윤의 활동 반경이 좀더 넓어지고 집중 견제도 피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젠 국내무대에 대한 적응을 완전히 마치고 스몰포워드 포지션에서 대부분의 국내 선수들을 압도하는 활약을 하며 거의 용병급 스탯을 찍고 있는 방성윤의 존재가 지금 SK의 상승세의 원동력이라고 봐야 한다.
3점슛이 막히면 존재감이 사라지는 다른 국내 포워드들과 달리, 방성윤은 외곽슛감이 좋지 않을 때에도 인사이드 돌파에 이은 드라이브인이나 파울 유도, 커트인, 포스트업에 이은 턴어라운드 점퍼, 그리고 리바운드에 이은 풋백 득점만으로 충분히 20점 이상을 해주고 있다. 또 그의 리바운드 가담은 버로와 브라운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으며, 종종 용병 선수들을 상대해서는 뛰어난 수비 실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여기에 최근 9경기에서 평균 8.0어시스트를 기록한 임재현의 활약에도 '방성윤 효과'가 없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KTF와의 과감한 트레이드를 통해 방성윤을 데려온 것은 김태환 감독의 현명한 선택이었다. 방성윤이 팀의 미래로서 '용병급' 활약을 하는 한 SK는 늘 플레이오프 컨텐더가 될 가능성이 높고, '크리스 랭'급 용병과 '미나케'급 용병으로 4,5번 포지션을 채운다면 매 시즌 우승후보로 거론될 것이다. 설혹 용병 선발에 실패한다 해도 적어도 KBL 최고의 흥행팀 중의 하나로 남을 수 있지 않겠는가.
5. 안양KT&G 카이츠
최근 5경기에서 4승 1패를 기록한 안양의 상승세가 무섭다. 어떻게 해서든 플옵에 올라가고야 말겠다는 팀의 의지가 느껴진다. 이 팀의 심장은 역시 단테 존스다. 그는 8일 오리온스전에서는 32점 19리바운드, 12일 SK전에서는 무려 47점 11리바운드의 놀라운 퍼포먼스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반면 단테가 23점 9리바운드에 그친 모비스전에서 팀은 패했다.
양희승-김성철 쌍포의 활약도 안양의 막판 스퍼트에 중요한 변수다. 두 선수의 득점 합계가 꾸준히 +30이상만 된다면 안양은 좀더 많은 승리를 챙길 수 있을 것이다. SK와의 경기에서 버로에게 밀리며 안양팬들의 원성을 샀던 키칭스도 지난 주 3경기에서 평균 17.3점 11.3리바운드로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양을 KBL 속공 1위팀으로 이끈 주희정도 비교적 꾸준한 활약을 해준다.
허나 아무리 템포가 빠른 팀이라고는 하나, 매 경기 90점 가까이 실점하는 이 팀의 디펜스는 문제가 있다. 국내 선수들이 담당하는 외곽 수비는 그럭저럭 괜찮다. 그러나 키칭스와 단테가 맡는 골밑 수비는 리그 최악의 수준이다. 당장 지난 주 3경기만 살펴보라. 팀 블록샷이 겨우 4개 나왔다. 그것도 단테 존스 혼자서 기록한 스탯일 뿐, 주전 센터 키칭스는 3경기 동안 단 1개의 블록샷도 하지 못했다. 이 팀의 디펜스 사전에 'Block'은 지워진지 오래다.
어쨌든 이 팀의 진짜 고비는 동부 및 KTF와 격돌하는 이번 주가 될 것이다. 그 두 경기에서 모두 패하기라도 한다면, 안양은 남은 12경기에서 9승 3패를 해야만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5할 승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암울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6. 대구 오리온스
8일 KT&G전 역전패의 충격 탓인지, 전자랜드전에서도 만족스러운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팀의 중심 선수로서 파울 관리에 실패한 김승현은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한 것에 대해 마땅히 지적받아야 하며, 이번 시즌 들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는 집중력 저하와 그로 인한 실책 문제 또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경기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김승현은 이상민의 근성을 좀더 배울 필요가 있다.
리 벤슨의 영입 이후 팀 평균득점이 92점에 이를 정도로 오리온스 특유의 공격적인 팀컬러가 살아난 것은 고무적인 일이나, 김병철과 오용준이 맡는 외곽 수비는 여전히 불안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된 문제점이지만, 오리온스와의 경기 때마다 국내 스윙맨들의 득점이 올라가는 것이 분명 우연은 아니다. 하지만 블록슛에 능한 리 벤슨이 가세해 국내 수비수들이 마음놓고 외곽 수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만큼, 남은 경기에서 보다 나은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모비스, SK, 삼성과 잇달아 격돌하는 오리온스의 이번 주 스케줄은 만만치 않다. 그러나 모비스와 SK전은 대구 홈에서 열리고, 삼성전에선 오예데지가 결장한다는 것은 나름대로 위안거리다.
7. 창원LG 세이커스
김.훈. 잊혀지나 싶던 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시즌에 들어서도 2쿼터 일부나 가비지 타임 때에만 등장하나 싶더니, 최근 4경기에서 평균 14점을 득점하며 최근 4승 1패를 기록하고 있는 팀 상승세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또 김훈의 활약은 팀내 또 다른 슈터인 조우현에게도 좀더 많은 찬스가 가게 했으며, 덕분에 조우현은 지난 2경기에서 8개의 3점슛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한편 득점 가담에 있어 비판을 받던 현주엽이 19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의 뛰어난 활약을 하며 살아난 것도 호재다.
그러나 국내선수들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LG의 플레이오프행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 팀은 공격이나 수비, 어느 쪽에도 뚜렷한 장점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른 강팀들과 비교해 보자면 동부와 모비스에 비해서는 수비력이 떨어지고, 오리온스, SK, KTF에 비해서는 공격력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오예데지가 가세한 삼성만큼 공수에서 균형이 잘 잡힌 팀도 아니다. 또 전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용병들의 활약이 들쭉날쭉한 것도 불안 요인 중 하나다. 결국 LG의 플레이오프행은 개인기 위주의 용병들과 슈터들 위주의 국내선수들을 잘 조율하는 가운데 자신도 적극적으로 내외곽에서 공격에 가담해야 할 현주엽의 활약 여부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8. 서울삼성 썬더스
버로와 브라운에게도 골밑을 내주었다는 사실은 오예데지의 부상 공백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새로운 용병 쉘리 클락이 얼마나 기대에 못 미치는 용병인지를 잘 설명해준다. 그리고 쉽게 이길 거라고 생각했던 전자랜드전에서도, 오히려 브라운과 해밀턴에게 높이에서 밀리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 경기에서 6점 7리바운드에 그친 쉘리 클락은 토종 센터들보다 딱히 나은 것이 없어 보였다.
결국 그간 삼성의 키-플레이어는 오예데지였음이 분명해진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 입장에서는 오예데지의 골밑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라도 서장훈의 리바운드 가담이 당분간 절실한 상황이며, 그런 의미에서 전자랜드전에서 그가 단 2리바운드에 그친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10일 SK전은 비록 패하긴 했어도, 토종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인 경기였다. 서장훈, 이규섭, 강혁이 모두 20점 이상을 득점하며 경기를 막판까지 알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한 경기에서 한 팀의 국내선수 3명이 모두 20점 이상 득점한 경기가 KBL 탄생 이후 과연 얼마나 될까.
9. 전주KCC 이지스
민랜드의 부상은 KCC의 플레이오프행에 그야말로 적신호다. 그 여파는 KTF전의 무기력한 패배와 동부전의 역전패로 나타났다. 아써 롱은 KTF전 25점 10리바운드, 동부전 21점 10리바운드로 표면적으로는 아무 하자 없는 스탯을 기록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팀의 용병이 본인 한명 뿐인 상황에서 나온 스탯임을 기억해야 한다. 더욱이 롱은 골밑 파트너 민랜드가 없는 상황에서도 무려 11개의 3점슛(3개 적중)을 2경기에서 시도했다.
민랜드의 부상이 심각한지, 대체용병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민랜드의 빠른 회복 여부가 KCC의 플레이오프행에 최대 관건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다행히 금주에는 2경기만 예정되어 있으며, 그 중 한 경기는 최하위인 전자랜드와의 경기다. 뭐 전자랜드 입장에서도 민랜드가 빠진 이날 경기를 학수고대할지도 모르지만.
10. 인천전자랜드 블랙슬래머
88-85, 3점차 마지막 공격. 이 때 박훈근은 3점슛이 아닌 레이업슛을 던졌고, 이는 1승을 학수고대하던 전자랜드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삼성과의 12일 경기에서 사실 3쿼터가 끝났을 때만 해도 승부는 결정된 것처럼 보였지만, 4쿼터 들어 전자랜드의 역습이 시작되었고 15점차 리드는 마지막 순간에 3점차까지 좁혀졌다.
마지막 작전 타임에서 이호근 감독대행은 박규현에게 3점슛 지시를 한 것처럼 보였지만, 안준호 감독은 박규현에게 강혁과 이정석 더블팀을 붙였다. 결국 볼은 박훈근에게 갔고, 그는 문제의 레이업을 던졌다. 그리고 그의 슛이 실패하면서 경기는 종료되었다.
결과적으로 아쉬운 경기였으나 이 날 전자랜드 선수들의 투혼은 참으로 돋보였다. 일요일 삼성전은 삼성을 포함한 다른 팀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을 것이다. 남은 경기에서도 전자랜드의 투혼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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