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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근의 싸커튜드] 상처뿐인 영광, 동아시아 대회 이면의 씁쓸함

기사입력 2010.02.15 12:38 / 기사수정 2010.02.15 12:38

조형근 기자

[엑스포츠뉴스=조형근 기자] 아시아권 선수들로 구성해 조직력을 맞추고, 국내파 선수들의 기량을 시험해 조직력을 다지기 위해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동아시아 축구선수권 대회는 중국이 우승을 차지했고, 대표팀은 홍콩과 일본에 승리하며 2승 1패로 2위를 차지하며 대회를 마무리 지었다.

마지막 일본전은 마치 '의좋은 형제'를 보는 듯한 경기였다. 일본의 페널티킥 이후 대표팀이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일본 수비수 툴리오의 퇴장 이후 대표팀 주장 김정우도 퇴장을 당하며 보는 이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동아시아 대회에서 대표팀이 거둔 3경기 8골 4실점의 기록은 겉으로 보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는, 굉장히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하는 팀으로 착각할 만한 기록이었지만, 실상 이면에 무수히 많은 상처를 안고 있는 결과였다.

특히 중국전에서 보여준 무기력한 0-3의 패배는 '공한증'을 깨버린 탓에 허정무 대표팀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급속히 몰고 왔었다. 징크스는 언젠가 깨질 수도 있는 것이지만, 많은 축구팬은 중국전에서 보여준 투쟁심 없는 무기력한 대표팀의 모습에 실망을 했던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이던 대표팀, 그 이면엔 과연 어떤 상처가 있었을까?

1. 중국전에서 보여준 무의미한 플랫4 중미, 전술적 색깔은 어디에…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중국전에서 구자철, 김정우, 오장은, 김두현으로 대표팀의 중원을 꾸렸고, 기자는 허 감독이 측면 공격을 중시하는 대표팀의 주 전술이 막혔을 때를 대비해 다이아몬드로 중앙을 꾸려 중앙 공격을 연습하려나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결과는 아시다시피 과거 잉글랜드 대표팀이 주로 사용했던 플랫4의 중앙 미드필더였고, 대표팀은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중국에 완패를 당했다.

유로 2004 당시 잉글랜드 대표팀은 왼쪽 미드필더를 찾지 못해 스콜스-제라드-램파드-베컴의 4미들로 중앙을 꾸린 적이 있었다. 이것은 미드필더들의 왕성한 활동량이 있어야만 가능한 전술로, 유로 2004 당시 잉글랜드 대표팀은 말 그대로 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폭넓은 활동량을 가진 선수들을 바탕으로 전방위 공격을 이뤄내었다.

반면 대표팀이 중국전에서 보여준 플랫4는 측면에 선 김두현과 오장은이 공격시에는 지나친 중앙 돌파 및 패스를 고집하였고, 수비시에 측면 미드필더로서 측면 공격을 일차적으로 봉쇄하지 못한 결과 중국 대표팀이 수비시엔 좁은 공간에서 효율적인 방어를 하도록, 공격시엔 넓은 공간활용을 통해 측면을 완전히 내주며 무너지고 말았다.

이는 허 감독의 전술적 패착으로 볼 수 있는데, 오장은은 그렇다 쳐도 활동량이 많지 않으며 공격형 미드필더 외의 포지션에서 제 역할을 소화하지 못하는 김두현을 측면으로 내세운 것이 문제였다(김두현은 잉글랜드 무대의 WBA에서도 모브레이 감독이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기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경우가 많았다).

측면 공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전방 공격수인 이동국과 이근호가 측면으로 빠지며 공을 받아주고, 미드필드 지역까지 내려오며 공간을 만들어 내려는 움직임이 자주 보였다. 이렇듯 공격수들이 폭넓은 움직임으로 수비를 끌어낸 틈을 타서 미드필더들의 2선 침투라도 이뤄졌으면 괜찮았겠지만, 대표팀에겐 그나마 구자철이 간간이 위협적인 침투를 보였을 뿐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한 마디로 전술적 색깔의 실종이었으며, 허 감독이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측면 미드필더들이 강세를 띠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 활약하는 박지성, 이청용 등을 봐도 그렇고 포항으로 컴백한 설기현, 사우디에서 뛰고 있는 이천수도 그랬다. 좀 더 거슬러가면 프랑스리그의 서정원에서부터 분데스리가의 영웅 차범근까지, 전통적으로 측면을 공격해 들어가는 것이 강한 나라다.

이번 동아시아 대회에서 아쉬웠던 것은 대표팀의 주축인 박지성과 이청용 등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와 공간을 창출하는 변칙적인 스타일이기에, 플랜B로 중앙 공격보다는 차라리 정통적인 측면 공격을 짜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었다.

국내에도 최태욱이나 이승현 같은 유수한 윙 자원이 많지 않은가? 되려 그랬다면 이동국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경기장을 뛰어다닐 필요도 없이 전북에서처럼 골에 집중하는 움직임으로 대표팀의 공격력 걱정을 덜어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전술적 색깔을 읽을 수 없는 허정무 감독, 그는 과연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2. 중앙 수비수, 정녕 없는 것인가…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최고 이슈로 떠오른 문제이기도 하다. 현재 대표팀 중앙 수비수는 조용형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 조용형의 롱패스 능력과 수비 조율능력을 높이 산 것으로, 파이터-커맨더 형의 수비라인을 구축하려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지만, 문제는 커맨더만을 믿기엔 너무 위험성이 크며, 실상 그 조율능력도 의심을 해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대표팀 수비수 조용형의 소속팀은 제주 유나이티드이며, K-리그 15팀 중 14위를 차지했고 44실점으로 리그 실점 3위에, 포항전 1-8 대패라는 충격적인 결과까지 안고 있는 팀의 주전 수비수이다. 거기다 대표팀의 또 다른 수비수 강민수와도 발을 맞추고 있다. 대표팀의 수비 듀오가 국내에 오면 최하위권 수비수가 되는 것이다.

허 감독은 국내 수비수들의 기량이 거기서 거기이며 엇비슷하고, 서로 장단점이 있다는 말을 인터뷰를 통해 한 바 있다. 굳이 비슷한 선수들이라면 리그 최다실점 3위의 센터백 듀오를 꼭 중용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잉글랜드로 친다면 카펠로 감독이 리그 정상급 수비수인 존 테리와 리오 퍼디난드를 두고 볼튼의 잿 나이트와 리오 퍼디난드의 동생 안톤 퍼디난드를 쓰는 격이다.

물론 수비의 일차적인 책임은 미드필드 지역에서부터 끊어주지 못해 위기상황을 자주 초래하는 것도 있겠지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일궈낸 황재원-김형일 듀오라든지, FC서울의 김진규 등등 리그 정상급 수비수들 외면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K-리그에서 성남이 잘 나갈 시절에, 성남의 수비진을 그대로 따오며 효과를 본 기억도 있지 않은가.

조용형의 또 다른 문제점은 수비수치고는 몸싸움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것과 스피드가 빠르지 않다는 점이다. 커버링과 조율능력을 갖춰도 90분 내내 공격수들과 몸싸움을 할 기회가 단 한 번도 오지 않을 리가 있나, 기자가 김진규를 언급한 이유도, 어차피 순발력이 둘 다 떨어진다면 몸싸움 능력이 탁월한 김진규를 기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FC서울에서 김진규보다 느린 김치곤이란 파트너를 가지고도 리그 최소실점을 이뤄낸 만큼 수비라인 조율능력도 나쁘지 않고, 어릴 때부터 쌓여온 국제대회 경험도 매우 탄탄하다. 재조명해볼 가치는 있지 않겠나?

3. '투쟁심'을 잃어버린 대표팀

중국전에서 대표팀 선수들은 지고 있음에도 따라잡아야 한다는 투쟁심을 엿볼 수 없었다. 마지막 일본전에서는 국민에게 전통의 라이벌 일본을 꺾고 설 선물을 가져다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생겼는지 달라진 모습을 보였지만, 무기력하고 승리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이는 모습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물론 축구는 매우 즐거운 게임이지만, 승리를 위해서라면 볼에 대한 집착력을 가지고 끝까지 집중력을 가지며 경기에 임해야 한다. 승리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자선경기처럼 맥빠진 경기밖에 될 수 없는 것이다.

축구에는 이른바 '멘탈' 정신력'이라는 것이 수치상으로 나타낼 수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기에, 이번 동아시아 대회에서 대표팀 선수단에 과거의 영광을 이뤄냈던 대표팀 선배 김남일과 이천수, 안정환 등 승부욕 넘치는 베테랑들의 정신력이 없는 것 같아 아쉬움을 남겼다.

현재 대표팀 명단에는 지고 있어도 끝까지 따라붙어 승리를 차지해 내겠다는 승부욕이 넘치는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축구는 개개인이 아닌 11명이 팀을 이뤄 하는 경기이니만큼, 허정무 감독이 대표팀에 잊어버린 투쟁심을 불어넣어 줄 선수를 찾아 남아공 무대에 데려가 주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국내파로 남아공 전지훈련까지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 대회에서 별다른 조직력의 향상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3월달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서 해외파들이 합류하면 당장 경기력은 나아질지 모르겠지만, 조직력을 높이는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월드컵에서 승리의 예감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아직 4달가량의 시간이 남은 만큼, 상처를 빠르게 치유해 진일보하는 대표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 = 대표팀 감독 허정무 ⓒ 엑스포츠뉴스 DB 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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