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8.07 16:19 / 기사수정 2009.08.07 16:19
스쿼드만 놓고 보면 우승전력 '맨 시티'
맨체스터 시티는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EPL 팀들 가운데 누구보다 알찬 보강을 이루어낸 팀이다. 그들은 라이벌 맨유로부터 카를로스 테베즈를 빼온 것도 모자라 아스날에게선 아데바요르를, 블랙번에선 휴즈의 애제자인 로케 산타 크루즈를 영입해왔다. 또한, 지난 시즌 애스턴 빌라 돌풍의 핵심인 가레스 배리, 아스날의 콜로 투레 등 전방위에 걸친 선수 수급을 해 왔다.
이미 스쿼드만 놓고 보면 맨 시티는 '빅4' 부럽지 않은 선수층을 갖췄다. 공격수만으로 베스트 11을 짤 수 있다는 농담도 나돌 정도, 아데바요르-산타 크루즈-테베즈로 이어지는 공격진은 EPL 내에서도 최상급에 속한다. 그리고 데 용-아일랜드-배리의 미들진과 호비뉴와 라이트-필립스의 윙어진 또한 만만치 않다. 그나마 취약한 부분인 수비진도 투레를 영입하며 보강을 완료지었다. 맨 시티의 가장 무서운 점은 이런 영입 대상들이 전부 EPL 출신이라는 것이다. 상대팀의 전력은 약화하고 자신의 전력은 강화하는 가장 효율적인 영입이다. 같은 리그 내 이적이니 리그 적응도 필요 없기에 걱정할 이유도 없다.
맨 시티의 유일한 약점은 스쿼드의 핵심 선수들이 올 시즌 처음 발을 맞춰보는 것이기 때문에 조직력의 문제만 남아있다. 감독인 마크 휴즈가 해결해야만 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해오며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겠다는 선수단의 동기가 매우 확실한 만큼, 선수들이 휴즈의 전술에 잘 따라준다면 올 시즌 가장 '일을 낼' 확률이 높은 팀은 누가 뭐라 해도 역시 맨 시티이다.
올 시즌은 정말로 뭔가 다른 '토트넘 핫스퍼'
매 시즌이 시작하기 전 항상 논란이 되는 말은 몇 가지가 있었다. '리버풀 이번 시즌은 우승한다', '아스날은 더 이상 빅4에 들지 못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자주 나왔던 말은 '토트넘은 이번 시즌 빅4의 장벽을 깰 것이다'는 말이었다. 그만큼 토트넘은 EPL 팀들 중에서도 매우 탄탄한 전력이 있는 팀이다. 지난 시즌이 시작하기 전 영혼의 투톱인 베르바토프와 로비 킨을 보냈지만 유로 2008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파블류첸코 등을 영입하며 전력누수를 최소화하며 토트넘 팬들은 이번 시즌은 라이벌 아스날을 제치고 빅4에 진입할 것이라는 단꿈에 젖은 채 시즌을 맞이했지만, 결국 8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리그 후반부에 보여준 토트넘의 모습은 09/10시즌을 기대하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중원에 윌슨 팔라시오스를 배치하며 약점으로 지적받던 중원장악을 해결한 토트넘은 골 결정력 부족으로 비난을 받던 파블류첸코 대신 반시즌만에 로비 킨을 재영입하며 공격의 창도 다시 날카롭게 갈았다. 특히 왼쪽 미드필더인 루카 모드리치의 활약은 눈부셨다. 팔라시오스의 중원장악 덕분에 모드리치는 활발한 활동량과 빼어난 테크닉으로 마음을 놓고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공격을 펼치며 EPL 수비수들을 괴롭혔고, 이는 곧 토트넘의 후반 상승세의 원인이 되었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토트넘은 잉글랜드의 장신 공격수 피터 크라우치를 영입하며 공격진에 새로운 옵션을 불어넣었다. 그는 로비 킨과 투톱을 이루며 세컨드 볼을 통해 로비 킨에게 많은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레넌과 모드리치, 벤틀리 등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크라우치의 머리에 닿아 골로 연결되는 광경을 쉽게 연상할 수 있다. 거기다 뉴캐슬의 수비수 세바스티안 바송을 영입하며 도슨과 킹, 우드게이트의 중앙 수비진에 무게감을 더한 토트넘은 지난 시즌 후반기에 보여준 모습이라면 충분히 돌풍을 일으킬 자격이 있는 팀이다.
피스컵 넘어 이제는 EPL로 '애스턴 빌라'
앞서 설명한 두 팀에 비해 정말로 지난 시즌 애스턴 빌라는 '빅4'를 새롭게 깨뜨릴 만한 대항마로 보였다. 그들은 마법 같은 경기력으로 아스날과 첼시를 밀어내고 리그 3위의 자리에 위치해 있었으며, 내친김에 짐짓 우승 경쟁에 끼어들 만한 잠재력을 가진 능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리그 후반부로 갈수록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 차에 따른 로테이션 실패, 선수들의 경험 부족, 그리고 하위권 팀들이 빌라를 '빅4'에 준하는 대접으로 수비축구를 펼치면서 결국 빌라는 리그 6위까지 추락하며 유로파 리그 티켓을 손에 넣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08/09시즌에 가능성을 보여준 빌라이지만 올 시즌 현 상황은 앞선 두 팀에 비해 썩 좋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중원의 핵심이었던 가레스 배리를 맨 시티에 넘겨주었고, 마르틴 라우르센이 결국 은퇴하면서 수비진이 많이 부실해졌다. 그래도 저번 시즌 활약했던 선수들이 대부분 남아있지만,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스쿼드의 '두께'를 보강하지 못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2009 피스컵 안달루시아'에서 극적으로 우승하며 선수단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올라있겠지만 유로파 리그에 진출하는 팀치고는 후보 선수들이 너무나 부족하다.
그래도 빌라의 강점은 역시 '잉글리시'선수들이 선수단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점이다. 잉글랜드에서 자라온 그들은 누구보다 EPL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 EPL 내에서 소문난 '덕장'으로 잘 알려진 마틴 오닐의 팀은 지난 시즌에 선택과 집중을 제대로 해내지 못해 리그 후반기에 추락을 면치 못했다. 지난 시즌의 실패를 경험 삼아 올 시즌 제대로 된 선택을 한다면, 이미 해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남아있는 만큼 애스턴 빌라는 충분히 기존 체제를 위협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 올 시즌은 우리가 '빅4' 굳은 결의에 찬 맨 시티 감독 마크 휴즈ⓒ맨체스터 시티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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